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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둑, 중견 김승준 '막아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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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둑, 중견 김승준 '막아봤지만'
32강서 중국랭킹 1위 씨에허에 불계패, 한국 32강 참패
| 김수광 2012-03-20 오후 05:30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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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 9단은 외국 바둑인을 가르치는 ‘블래키 바둑아카데미’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데 그 수준이 낮지 않다. 보통 연구생 진입 직전의 실력이다. 그 때문에 교육 수준도 높다.
프로기사가 30대 후반의 나이면 보통 승부에 느슨해지기 쉽고 바둑을 공부하는 분량도 줄어드는데, 이 외국인 제자들은 김승준 9단의 연구열을 일깨웠다. 오전 11시에 도장에 나오면 하루 종일 바둑과 살고 이 중 4시간 정도는 무서울 정도로 집중한다. 김승준 9단이 리저 같은 강호를 꺾으며 비씨카드배 통합예선을 통과하고 본선64강전에서 촉망받는 중국 신예 양딩신 3단을 꺾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양딩신 3단은 중국에선 천재로 인정받는 기사로 9세 9개월로 입단해 중국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가졌다.
32강에서 마주한 상대는 중국 랭킹 1위 씨에허 7단이다. 얼마 전 농심신라면배 주장으로 나서 김지석ㆍ원성진ㆍ이창호를 연파하고 중국에 감격적인 우승을 안긴 그 씨에허 7단이다. 전력은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대국 하루 전 김승준 9단은 씨에허 7단의 기보를 20국 정도 연구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대국석에 앉았다. 대국이 개시되고, 김승준 9단은 눈을 감았다. 묵상을 했다.
초반은 지독하게 느리게 진행됐다. 2시간이 지나도록 30수가 채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64강이 끝난 직후 김승준 9단은 “미리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좌상에서 서로 끊고 난 후는 어려운 싸움이 지속됐지만 씨에허 7단이 좌변을 확실한 실리로 만들면서 흑 곤마와 경쟁하자 김승준 9단은 실리 부족에 빠졌다. 중반이 끝날 무렵 중앙 백을 잡는 것을 노렸지만 씨에허 7단이 하변 흑을 잡는 것과 자신의 중앙 돌을 살리는 맞보기의 수를 두자 돌을 거두었다.
20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32강전 김승준 9단 대 중국 씨에허 7단의 대국에서 김승준 9단이 146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했다.
지난 16일 시작된 32강 중 수많은 한중전은 한국의 참혹한 패배로 점철됐다. 마치 터진 둑처럼 걷잡을 수가 없었다.
박진솔 5단이 저우루이양 5단에게 진 것을 시작으로, 이창호 9단이 미위팅 3단에게, 이세돌 9단이 당이페이 3단에게, 온소진 6단이 니우위티엔 7단에게, 김지석 7단이 박문요 9단에게, 이원도 4단이 탄샤오 5단에게, 나현 초단이 장웨이지에 9단에게, 허영호 9단이 천야오예 9단에게, 김승준 9단이 씨에허 7단에게 패했다. 한중전 승리는 이원영 3단이 멍타이링 6단을 꺾은 한 판뿐이었다.
32강전 마지막 판은 김기용 6단 대 중국 후야오위 8단 대국이었다. 298수 만에 흑으로 1집반패했다. 이 바둑을 바둑TV에서 해설한 목진석 9단은 "사실 바둑은 후야오위 8단에게 다소 끌려다니는 양상이었지만 나중엔 기회를 잡았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로써 16강에 박영훈 9단, 백홍석 9단, 이원영 3단까지 3명만이 진출했다. 16강전은 다음 달 5일 시작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총 상금 약 8억 3천만원)을 자랑하는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세계 최초의 컷오프 상금제 대회를 도입했으며 국내외 프로, 아마추어 등 모든 바둑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전면적 오픈제 방식을 채택한 세계대회다. 제한시간으로 각자 2시간에 초읽기 60초 3회를 준다.
 ▲후야오위 8단은 세계대회를 주름잡는 단골 멤버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기사지만, 한동안 뜸했다. 2003년 제4회 농심신라면배 5연승을 거두며 활약했고 꾸준히 국제전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줬지만 2007년 LG배 결승에서 대만 저우쥔쉰 9단에 밀려 준우승한 이후에는 존재감이 약했었다. 세대교체에서 밀려버렸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던 중 비씨카드배 본선 진출은 그에게 기회였다.
 ▲ 비씨카드배에서 김기용 6단은 좋은 성적을 보여왔다. 2010년 2회 대회 때는 4강까지 올랐고 3회 대회 때는 16강까지 진출했었다.
 ▲ 여기는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 다리.
 ▲ 씨에허 7단은 치밀하고 빈틈이 없었으며 서두르지 않았다. 김승준 9단이 장고할 때 씨에허 7단도 장고했다.
 ▲ 32강전 마지막 두 대국이 벌어진 바둑TV스튜디오.
 ▲ 한국팬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32강전은 한국의 참패로 끝났다.
 ▲ 김승준 9단을 응원하러 온 외국인 제자들. 왼쪽엔 이들의 사범 코세기 디아나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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