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기원 사람들 (2) K 소장

                                                                                                                                 저니

바둑이란 것이 마치 씨름과 같아서 한쪽에서 공격을 하면 다른 한쪽이 수비를 하게 되지만

힘을 쓴다는 것은 헛점을 보이기가 쉬워서 창의 공격과 방패의 수비가 어울어지게된다.

샅바로 연결된 것이 씨름이라면 보이지 않는 샅바의 싸움이 바둑이다.

원장님과의 대국은 초반 샅바싸움으로 판가름이 났다.

그림 1) 상기 정석은 유명한 속임수 중에 하나이다. 

흑4로 뛴 점이 속임의 시작이고 6의 젓힘에 7로 막은 죄가 크다. 지금이라도 14로 한칸 뛰어

싸발림을 방지하거나 2위의 ㅁ의 자리에 붙여서 흑의 의도를 분쇄하면 되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흑의 외세가 선수로 쌓이게 되었다.

어찌보면 스스로 봐도 상대를 기만한 괘씸한 도발이었지만, 어찌보면, 처음 간 기원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원장은 바둑에 져도 무엇이 즐거운지 싱글벙글인 호인이다.

" 저보다 잘 두시네요. 조금 기다리시면에는 두실 만한 분들이 오실 겁니다."

이제사 기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3층 옥상에 집을 올린듯 간이로 벽체와 지붕을 만든 구조이다. '하긴 적은 기료를 받아서

운영하려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좋은 건물에 임대료가 부담이겠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깨끗한 바둑판과 옥상 문을 열고 나가보는 금정역 일대의 풍경은

그런대로 옛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금정역은 단지 4호선과 1호선이

만나는 철도의 요충지 만이 아니라

금정역 앞 벚꽃길은 참 아름답다.

지금 금정역 주변은 옛 건물들이

헐리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주변 아파트들도

재개발 붐으로 새로운 시가지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이에 맞추어 금정역에도

새로운 역사가 지어졌다.

한 사람,두 사람 그렇게 모이더니 어느 사이 기원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원장이 그 중 한사람에게 K소장이란 분을 소개한다.

"손님 이분하고 호선 하시면 될 듯합니다. 한번 두어보세요"

K소장.

중년의 푸근한 인상에 말이 별로 없으신 담백한 사나이.  하지만 눈빛 만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을 가린다. 돌을 가리니 나의 흑번.

난, 흑번에 강하다. 그만큼 접바둑을 많이 두었다고 생각하면 될까?

선착의 효라는 것이 절대적이다 라고 말할 만큼의 내공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

흑으로 두면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편하다. 검은 흑돌의 집이 보다 선명하게 느껴져서 집이 많아

보이는 하수의 짧은 생각인지도 모른다.

실리와 모양바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바둑과 두텁게 두는 K소장의 바둑이 잘 어울렸다.

'아마도 나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두텁게 두는 것이리니 ....'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路의 사투
                                                   저니

군무를 추듯
흑백이 어우러져
흐드러지게 놀아본다.
 
폭풍이 몰아치고
초조함 숨기지만
놓아진 살기 떨리누나.
 
일 합의 숨결에
정막을 품어내고
놓아진 나를 거두리라.

 <3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