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7년 미국 프로-암 바둑 대회가 열린 밀러스빌 대학 캠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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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미국바둑 협회 회원 번호다. 작년 가을에 타코마에 있는
큰아들 집에 와서 한 달 동안 묶은 적이 있는데, 우연히 타코마 기우회에 나갔다가
그 곳 회원들의 권유로 1년간 유효한 미국바둑협회 회원으로 가입 했었다.
회원 가입 비 $30불. 가입한지 4일만에 뉴욕에 있는 본부 회원 담당 임원으로부터
회원 가입을 환영한다는 내용과 함께 미국 바둑협회의 활동과 참고 자료를 보내왔다.
그들의 회원에 대한 예우와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 우선 가벼운 충격을
받고 미국 바둑 협회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일단 회원이 되면 크고 작은 공식 시합에서 기록 된 전적은 모두 뉴욕 본부로 보고되고
전산 처리되어 평생 기록이 보관된다고 한다. 그 다음 주에는 타코마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애틀에서 3개월 마다 열리는 정규시합에 출전, 준우승 하여 상금 $50 불
과 상패를 부상으로 받은 적이 있다. 입회 당시에는 아마 4단으로 등록을 하였는데
이번 시합에 준우승하여 아마 5단으로 승단이 되었다. 그 후 한국으로 귀국하였으나
미국 바둑협회에서 발간하는 주간 통신문과 이 메일로 계속해서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미국바둑협회 주최로 2007년도 미주지역 프로-암 바둑대회가 펜실바니아 주에서
열린다는 전언 통신 문을 받은 것은 찬 겨울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한 3월 세째 주,
평소 미국 바둑계의 현황에 대해서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주저 없이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인터넷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참가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매년 가는 타코마 큰 아들 집에 가는 항공료를 제외해도
타코마에서 필라델피아까지의 항공료가 미화 800불, 그리고 참가 비와 8일동안의
숙식비가 800불, 기타 잡비 합하면 대략 2,000 불 정도가 들겠다.
" 어쩐다.? 이 막대한 경비를....?" " 에-라 ! 모르겠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려나!"
3월 30일 밤 10시 45분에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서를 접수 시키고 참가자 명단을 보니
내가 70번째로 등록 되었다. 모두가 미국 국적이고 일본 국적이 한명, 미국 국적
가운데 프로 초단 2명이 포함되어 있다. 한 사람은 미국인 남자, 또 한 사람은 중국계
미국인 여자. 아직까지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 " 내가 대표선수가 되나?. "
가장 효율적이고 주최 측 일정에 맞추어 여정을 짜다 보니 비행기내에서 오버 나잍을
하게 되었다. 7월 27일 금요일 밤 11;05 시택 (Seattle과 Tacoma의 합성어) 공항을
출발하는 US Airway 673 편을 타고 5시간을 비행하여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 한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다음날 오전 7시 15분, 비행시간은 5시간이지만 미국의 동부와
서부의 시차가 3시간이기 때문에 (동부가 3시간 빠름) 단순 편차 로 보면 8시간의
시차가 난 셈이다.
필라델피아 공항이 큰 공항이라 생각은 했지만 주최 측 Mr. Sam Zimmer 가
일러 준 Shuttle Bus Pick-up Point를 찾을 때에는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다.
네 불럭에 걸쳐있는 긴 터미널 빌딩 4개가 “ ㅁ” 형태로 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공항 전체의 Layout을 미리 알지 못하고서는 건물 안에 비치 된 방향표시 만으로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같은 방향의 표시판이 여기 저기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갈림길이 나올 때 마다 물어 겨우 30분 만에 지정된 장소에 도달 할 수 있었다.
Mr. Sam Zimmer 가 e-mail을 왜 되풀이해서 보내 주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전 8시 경, 터미널 C/D 사이의 짐 찾는 곳에는 주말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넓은
홀이 텅 비어 있다. 인조 가죽으로 만든 흑색 의자들만이 여기저기 줄 맞혀 놓여
있다. 대회 장소인 Lancaster 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Shuttle Bus가 오기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 시간을 활용 해야지! 화장실에서 간단히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홀 안에 있는 간이 Snack " Auntie Anne's " 에서 빵 두 조각과 저 지방 콜라
한 병을 사 들고 홀 의자에 앉아 마음 편하게 식사를 했다.
밤사이 이곳에서 노숙을 했는지 머리가 헝클어진 30대 청년 하나가 앞 의자에 와
앉는다. 그에게 카메라 셧터를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 머뭇거리는 그에게 양손에
빵 조각과 콜라 병을 든 포즈를 취하자 그도 환 하게 웃는다. 아마 그도 세상사람을
위해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긍지와 보람을 느낀 것 같다.
9시 45분 경 만남의 장소인 Zone 8 근처에 도착하니, 7-8명의 인원이 이미 도착 해
있고, 그 중 한명은 땅바닥에 바둑판을 깔아놓고 열심히 복기를 하고 있었다.
금방 통성명을 하고 복기에 참여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
들끼리는 특별한 의식이 필요 없다. 의기투합이 쉽게 이루어졌다. 특히 한국에서
오는 길이라는 말에 존경심마저 보인다.
10시 정각 60대로 보이는 중늙은이가 " US Go Congress "라고 쓴 입간판을 들고
일행 앞으로 다가왔다. 안내 한곳은 길 건너 50미터나 떨어져 있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Zone 8 탑승 구였다. Zone이라는 단어는 일정한 면적을 가진 구역으로
해석하고 있었으나, 여기서 말하는 Zone 은 버스정거장을 의미했다.
따라서 Zone 8은 가는 방향과 오는 방향이 각각 하나씩 있어 그 간격이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으면 쉽게 혼선을 빚을 것 같다.
정거장에는 “Elite Coach" 란 문장을 새긴 열차 같은 긴 버스가 대기 하고 있었다.
미국 내의 장거리 용 버스에는 대부분 뒤쪽에 화장실이 있는데 이 버스도 마찬가지로
화장실이 있었다. 10분을 더 기다린 후 기사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목적지와 운행
시간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목적지인 란캐스터(Lancaster) 에 있는 Millersville University
본관 건물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나 도중 교통체증이 심하여 2시간
40분이나 걸렸다. 교통 체증은 4차선 고속도로에서 일어 났으나 고소도로를 빠져
나와 일반도로를 달릴 때에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에 금방 도취되어 버렸다.
넓게 전개되는 초원사이로 틈틈이 들어선 아담한 2층집, 그 주위를 몇 백 년은
되어 보이는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초원으로 이루어 진 높지 않은
구릉들, 그 위에 날씨도 좋아 파란 하늘에 힌 구름조각이 점을 찍어 한 폭의 풍경화를
이루어 낸다. 최종 목적지인 Millersville 대학 캠퍼스에 도착 한 시간은 오후1시.
주최 측 직원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등록 처로 안내했다..
회원번호와 이름을 적어내고 이번 행사에 대한 안내 책자와 검은색 손가방 하나씩을
받았다.. 곧 이어 숙소 배정을 받고 지정 된 숙소로 찾아 갔다.. 나에게 배정 된 숙소는
경기장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Hobbs Hall "이라는 울창한 나무와 풀밭 한 가운데
자리한 3층짜리 기숙사의 2층 독방이다. 방 번호 212호. 여름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 간 모양이다. 건물 전체가 조용하고 적막감마저 감돈다
원래는 2인용 숙소로 침대2개와 책상 2개만 놓여있고 그 외에는 아무 시설도 없다.
거울이나 쓰레통도 없고 옷걸이도 안 보인다. 다만 새로 깐 듯한 침대 시드 와 베개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작은 타월 6장과 큰 타월 6장이 침대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시계를 보니 이미 2시 40분, 점심시간을 놓쳤다. 예약대로라면 오늘 아침부터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침과 점심을 놓쳤으니 $17을 고스란히 손해
본 셈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신청서를 제출 할 때 참가 비와 별도로 식사와 숙소 비용을 지불
하였는데 식사는 7월28일(토) 아침부터 8월 4일 만찬 때까지 식대 모두 합하여
$267이였고, 숙소는 기숙사내 2인용 침실을 혼자 쓰는 조건으로 7월 28일(토)부터
8월 4일까지 8일 동안 $220.-이 들어 체류 중 먹고 자는데 쓰인 비용이 $487.불이
든 셈이다. 해외 체류 비용 치고는 매우 저렴한 비용이다.
처음 참가 신청시 지불한 총 비용이 $859.-(조기신청으로 $100 할인후 금액) 임으로
기숙사 열쇄 보증금 $31을 제외 하면 순수한 대회 참가비는 $341.-인 셈이다.
점심을 걸러 약간 출출하기는 했지만, 저녁식사를 일찍 하기로 하고 대회장을 둘러
보기로 했다. 대회장 입구에는 포스타 용지에 매직 펜으로 화살표 와 함께
“ Registration" 이란 작은 팻말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처럼 요란한 선전용
프래 카드를 예상했던 나는 다소 실망감을 느꼈다.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대회장은 지하 일층 지상 일층으로 된 긴 건물의 중앙부에 있는 대강당을 주 경기장으로
하고 지하실에 있는 강의실 3개를 보조 경기장으로 하였다. 주경기장에서는 아마 5단
이하의 경기장이고 지하의 보조 경기장에서는 아마 5단이상 아마 7단까지의 경기장과
아마 7단 이상 프로 기사들의 대국장으로 지정 되었다.
강당 입구 접수부에는 필라델피아 또는 볼티모어 공항에서 실려 온 참가자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고, 접수부 옆 대기실 응접 소파에는 벌써부터 바둑판이 벌어져 있었다.
캠퍼스내의 조경이 너무 아름다워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에 이처럼 아름다운 환경과 시설을 완비한 국제
적인 수준을 가진 대학이 있다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Millersville은 우리나라로 치면, 내륙지방 깊은 곳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연 경관과 도로를 포함한 공공시설은 완벽에 가깝다. 특히 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시 전체가 공원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차도와 보도를 제외하면
사방이 푸른 잔디로 깔려있고, 짙은 녹색을 뿜어내는 정원수와 가로수가 알맞게 배치되어
있어 여기 저기 녹지를 조성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 몇 백 년씩 묶은 한 아름 나무들도
푸른 잎이 무성한 가지들을 폭 넓게 드리워서 울창한 숲을 만들어 내고 있다.
원래 Millersville 은 1981년 5월에 시로 편입 되였는데 편입당시 인구는 고작 1214명,
그동안 주변지역의 꾸준한 발전으로 2006년에는 6129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도시의 개념이 우리와는 다소 다르다. 우리는 인구 5만 명 이상이면 소도시로 구분되지만
미국에서는 인구 수 와 관계없이 한 개의 선거구로서 지역 주민을 돌 볼 수 있는 행정
단위가 갖추어 지면 도시로 구분된다고 한다.. 즉 시장실, 시 의회, 시민회관, 교육기관,
소방서. 경찰서 ,세무서, 지역 시설국, 등. 물론 모든 기관의 규모가 인구수와 무관 하지는
않겠지만.
Millersville 대학의 캠퍼스는 Millersville 시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 약 1평방키로 미터) 두 구역에 걸쳐 10개의 기숙사를 포함한 주거건물, 3개의 식당
건물, 그 외에 두개의 체육관, 도서관 건물, 학생관, 강의실 건물, 그리고 관리실 건물
등 60 여 개의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2-3층짜리 이 건물들은
녹색 초원에 낮게 깔려 있어 매우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각 건물사이는 적당한 공간을 유지하면서 푸른 잔디와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수
그리고 잎이 무성한 몇 백 년 묶은 한 아름 나무들로 채워져 마치 그림 속의 풍경화를
보는 듯 하다.
교육과정으로는 Undergraduate 와 Graduate 과정이 있는데 현재 학생수는 7500 명
정도이고, 체육학과, 기상학, 자연환경공학, 재해 연구 과정 등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어, 미국 내는 물론 멀리 아프리카에서 조차 많은 유학생들이 온다고 한다.
이 학교 캠퍼스가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게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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