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박영훈 9단의 귀국인터뷰를 보고 '프로기사들의 인터뷰는 매지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적고는 마음의 빚을 지게 되었다. 그탓에 머리 속에서 '무엇을 물어야하나?'하는 물음이 늘 떠나지 않았다.

-"프로기사들에게 '바둑에서의 평범함'을 물어보면 어떨까?" 실제 바둑에는 재미있고 재미없는 대국이라는 개념이 없겠지만 현실은 바둑을 보는 관전자들에게는 분명 재미있는 바둑과 재미없는 바둑이 존재한다. 그래서 평범함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기풍은 관전자들을 지루하게 하고 외면받기도 한다. 물론 대국을 하는 기사들은 어떻게든 이기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관전자를 생각하면 관전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때 승부를 너무 추구한 나머지 골 수는 점점 감소하고 경기는 수비를 하느라 지루해진 탓에 관중들의 외면을 받았던 축구를 생각해보자. 최근 성적은 좋지만 지키는 야구를 하느라 홈관중들로 부터 징책을 받고 있는 야구 삼성구단을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팬들에게 '자세히 보면 재미있다'라며 따라오길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의견의 한 축을 구성하는 프로기사들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기풍이 비숫한 기사들끼리의 공동연구는 어떨까?" 한국바둑은 그동안 공동연구를 통해서 상당한 기력의 상승을 이룩하였다. 그리고 세계속에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공동연구는 비슷한 연령의 기사끼리 이루어진 것을 바탕으로 했는데 관점을 바꾸어서 비슷한 기풍의 기사들끼리 공동연구하는 것은 어떨까? 비숫한 기풍의 기사들끼리 공동연구를 하는 것은 상승의 효과가 있을까? 실제 가능할까? 전투형기사들은 전투형기사들끼리, 실리 위주의 기사들은 또 그들끼리 말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또다른 모양의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궁금하지 않습니까?

-"현실의 교훈이 바둑에 도움이 된 적은 없는가?" 바둑팬들은 바둑을 두다가 느낀 것이 교훈이 되어 인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반대로 인생의 교훈이 바탕이 되어서 나이가 들수록 바둑이 성숙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바둑을 두지않아도 몇점은 기력이 향상이 된다는 말도 있지않습니까? 그런 것이 프로기사들에게도 적용이 될까요? 바둑에 대해서 인생이 교훈으로 향상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 내용이 어떤지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기억에 나는 장면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몇판의 바둑에 대한 기억이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프로기사들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공식, 비공식 대국의 수가 월등하게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기억나는 바둑판 위의 장면이 있을까요? 수천판, 수만판을 두었을텐데 그래도 있을까? 어떤 장면인지 기보로 보여중 수 있을까? 그 기억은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있고 프로기사가 된 후의 기억일 수도 있을 것이고 스스로도 뿌듯한 마음을 가졌을 수였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나는 수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수였을까?

-"바둑판 위에서 실험 해보고 싶은 것은 없나?" 바둑판 위에 대국자가 두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실제로 금기된 수들이 있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흉내바둑도 그렇고 첫수 천원 착점도 그렇다. 포석에서는 대부분 소목과 화점이 두어지고 있는데 공식대국에서 실험적인 수를 두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반상의 자유와 금기라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질문이 아닐까생각합니다. 만약 반상의 자유와 금기사이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수를 선택할 것인가? 금기를 극복하고 불확실하지만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수를 놓아볼 수 있는가?

적고 보니 제가 생각한 것이 이미 물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신선한 질문을 생각했지만 다시보니 식상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랜시간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누다보면 좋은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며 끝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