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도 날씨가 궃어서인지 수목원은 한산했습니다.
보통주말이면 먼저와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겠다고 서둘러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인데 말입니다.
집과 수목원은 시가지를 끼고 반대편에 있는 탓에 상당히 먼거리이지만
마음에 들어서 벌써 몇번이나 가보았습니다.
오늘 본 수목원은 봄에 본 수목원과 또 다르더군요.
봄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자리를 깔고 친구가족과 김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왔는데 오늘 찾아간 수목원은
장마기간이라 그런지 푸르름이 더욱 진했습니다.
흐린하늘과 물을 가득 품은 나무와 수풀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을 대표하는 백일홍도 피어있었고
곳곳에 마련된 작은 연못엔 연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을 보면서는
연꽃 모양의 바둑돌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난 주말엔 전시회에서 멋진 바둑판을 보았습니다.
사실 그 내용을 적고 싶었는데 연락된 작가의 사정으로
사진 입수가 늦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못 적고 있습니다.
색동옷을 입은 바둑판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한 지 모르겠지만
공예품으로 다시 태어난 바둑판은 참 이뻤습니다.
바둑판이라는 것이 그리고 바둑돌이라는 것이
아무리 좋고 귀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더라도
기본적으로 간결미를 추구하다보니 너무 밋밋한 면이 있는데
그 바둑판은 참 곱더군요.
연꽃을 보면서 그 바둑판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연분홍, 흰색, 그리고 노란색의 연꽃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화려해 그 바둑판에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수목원 안쪽에는 허브를 많이 심어 바람이 불때면
민트향이 가득해지더군요. 수목원 곳곳의로 핏줄기처럼 퍼져있는
길을 거닐다보니 나무에 배도 열려 있고 사과도 열려있고
포도도 열려있습니다.
아직은 푸르기만한 과실들이지만 좀처럼 나무에 있는 과실을 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너무나 풍요롭게 보입니다. 과일가게에서 상품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위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래서 더욱 가치를 발합니다.
그런 나무의 푸르름, 향기, 열매의 풍성함을 느끼면서도
바둑팬이라 그런지 이곳에서 바둑 한판 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수목원에 반한 탓에
처음에는 돈 벌어서 집에 넓은 마당과 연못을 이곳처럼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바둑판 하나 지고 이곳에 오면 되는 것을 하는 생각에
부실없는 상상이라 넘겨버리고 맙니다.
수목원을 나오면서
바둑이 어디에 있어야할지
어떻게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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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오래된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