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극히 본인 개인의 생각이니,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 등의 논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요즘 프로기사분들이 AI바둑으로 바둑공부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마추어 중에서도 하급에 속하는 제가 바둑 방송을 시청하면서 계속 변화하는 프로 바둑기사들과 그 해설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지금 세계 최강인 신진서가 AI에서 배운 것은 바둑의 수 그 차체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에 일취월장한 원성진 선수 또한 같다고 봅니다.

AI가 바둑의 수 차체에서 제일 확실한 영향을 미친 부분은 “초반의 포석부분”이라고 봅니다.

프로기사들 간의 대국을 보면서 AI의 흐름을 보면, 처음부터 당연히 5:5(50%의 승률)로 시작이 되고 차차 착점 수가 늘면서 그 비율이 바뀝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큰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백이나 흑이나 본인들 차례에 어떠한 묘수나 좋은 수를 둔다고 해도 그 승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승률에 변화가 올 때는, 상대방이 착수를 했을 때에 본인의 승률에 변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상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은 흔히 말하는 AI의 추천수 즉 “블루스팟” 지점은 승률을 올리는 수가 아니고 5:5 승률을 유지시켜 주는 수라는 겁니다.

바꾸어 말하면 흑 백 누구든 그 블루스팟에서 벗어나는 수를 두면 본인은 승률이 떨어지고 반대로 상대의 승률은 올라간다는 겁니다.

(오늘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 매우 드문 진귀한 장면이 연출 되었습니다.

그것은 백의 변상일이 하변에서 일선에 한칸 뛰는 수를 두었다는 겁니다.

그런 데 그 수의 착점 후에 백이 4~5집 유리하다가 그 수로 인해서 7집 유리한 것으로 뛰고 승률 또한 올라갔습니다.

이런 경우가 드문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보통의 AI승률에서는 상대방의 (실)수에 따라서 슬률이 변하지만, 본인의 잘 둔 수 때문에 본인의 승률이 올라가는 경우가 없다는 겁니다.

즉, 오늘 변상일의 일선 한칸 뜀의 수는 AI도 보지 못한 좋은 수라는 겁니다.

이수 이후에 불리했던 박정환이 급격히 더 무너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기사들은 AI에게서 바둑의 수 그 차체보다, 한판의 바둑 그 차체를 운영하는 그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한판의 바둑을 AI와 함께 해설하면서 진행되는 것을 보면, 아무리 고수의 프로기사라고 해도 모든 바둑 수의 변화를 모두 놓아 볼 수 없는 인간이기에, 5:5로 잔잔히 흘러가다가 어느 한 쪽에서 그 흐름을 바꾸고자 하거나 큰 변화를 꾀하는 수가 놓여지면 1집 또는 1.5 집이 차이나기 시작하고 그 승률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물론 그 승률의 변화는 그 응대의 수가 제대로 된 “블루스팟”일 때에 계속 유지가 되는 겁니다.

물론 그것이 실력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을 한 내용들은 초 중반이 아니고 불리해 졌을 때 더 그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 LG배 결승 1국에서 신진서가 그랬고, KB바둑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신진서 원성진 강승민 선수가 모두 그러했습니다.

우리가 AI에게서 배울 점은,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초반이든 후반이든, 인간의 생각의 관성을 최대한 줄이고, 끊임없이 형세판단을 하여 최선의 수를 선택하고, 현재의 바둑판 유불리 상태에 따라서 그 착수점이 영향을 받아서는 않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제일 큰 특징이, “손을 빼는 경우”가 매우 잦고, “쉽게 바꿔치기”를 하며, “선수를 아끼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착수와 이전의 착수와의 관계를 전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고 또 현재의 판세가 다음 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로지 A,B,C 유력 점들 중에서 어떤 수를 착수 했을 때에 한집이라도 유리하냐를 본다는 겁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변과 귀는 형세판단에 계가가 어느 정도 되지만, 중앙과 변과 연결된 세력은 어찌 판단해야 하는 것이냐“는 겁니다.

그것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변과 귀로 집을 세어 형세를 판단하고, 덤을 포함하여 그 세력들에서 몇 집이 더 나야지 5:5 계가가 되느냐를 판단하면 된다고 봅니다.

중앙 세력 그것의 집 계산은 프로기사들이라면 직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제가 오늘 글에서 신진서를 언급하는 이유는 신진서의 바둑을 보면 과거보다 바둑의 수 차체가 늘은 것 보다, 그 운영 방식이나 바둑 한판에 대응하는 자세가 과거와 현저히 달라졌다는 겁니다.

여러분, 위에서 말한 내용에서 ”블루스팟의 수가 바둑판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말은, 한판의 바둑에서 ”얼마나 좋은 수를 두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실수(악수)를 많이 두느냐“에 따라서 프로바둑에서 승패가 갈린다는 겁니다.

요즘 신진서의 바둑에서 역전 바둑이 많은 이유는, 이런 바둑 흐름의 메카니즘을 깨닫고, 아무리 불리해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정수를 두고 있다 보면 기회가 온다는 겁니다.

신진서는 그 한판 바둑이 불리해진 이유가 흔히들 “실수“라고 부르는 “본인의 나쁜 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리고 그 말은 지금 앞의 상대방 역시 “실수(나쁜 수)”를 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정수를 두며 기다릴 줄 아는 바둑을 두는 것 같습니다.

신진서는 일류들 바둑에서 마음이 무너지면 바둑도 무너진다는 것을 깊이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둑의 수 그 차체에 집중력을 다 쏟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런 인간 본성의 흐트러지는 심리를 알고 그것을 피하려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즉 바둑이 불리해졌을 때 일어나는 심성의 망가짐을 다잡고 오로지 앞의 유리한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를 기다리는 것에 모든 집중력을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신진서 바둑의 최고의 무기는 바둑이 유리할 때든 불리할 때든 그 마음가짐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신진서를 이기려면, 상대도 신진서 이상의 고도의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실수를 줄이고 정수를 두며 기다리는 바둑을 두면 신진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신진서에게는 처음부터 끝내기까지 절대로 조그만 방심이나 허점을 보이면 집니다.

그리고 신진서도 방심이나 허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실수들을 봤을 때에 끝까지 가는 그 처리 과정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냐고요? 에이 그것이 쉬우면 누구나 신진서 실력을 갖게 되겠지요.

바둑에서 실력보다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박정환과 이세돌의 국제 대회성적을 보면 압니다.

박정환은 부담이 집중력을 흩트리고, 이세돌은 큰 승부의 부담에 더 큰 집중력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세돌에게 아쉬운 것은 개인전이 아닌 국가 대항전에는 그 집중력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이세돌이 이창호나 신진서와 다른 점이라고 봅니다.

아래는 제가 다른 곳에 올렸던 바둑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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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있어서 생각의 관성..

여러분은 바둑을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본인 급수보다 한두 급수 높게 본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겁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제 나름의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사람의 사고에는 관성(慣性)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의 관성이란, 바둑의 기풍이나, 습관, 고정관념과는 다른 겁니다.

지금부터 한판의 바둑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관성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한판의 바둑에서 대국자는 처음부터 자기 수에 의도를 가지고 두며, 상대 수 역시 자기 의도 내에서 분석하고 예측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다음 수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바로 이전의 수는 물론 처음의 첫수에 이어 그 후에 놓여진 모든 수에는 자기 의도에 대한 잠재적 연속성, 결정에 대한 책임, 오기, 자기합리화 등 딱 하나로 표현하기 애매한 무엇이 관성처럼 작용을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국자의 진행형(進行形)의 사고는 거의 그 관성을 이기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애매한 일부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수의 의도에 그 관성이 작용하여 승부에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한 예로, 다음 수의 착점 중에, A수는 확률 55%로, B수는 확률 65%. 그런데 생각의 관성이 영향을 미치면 A수는 확률 60%로, B수는 확률 50%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선택의 착수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리를 때리는 무엇을 못 느끼겠습니까?

그런 사고의 관성이 0(zero)인 것이 바로 인공지능 AI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그런 생각의 관성과 두뇌의 피로 등이 합쳐져서, 한수 한수 선택의 확률에 영향을 주어서, 한두 급수를 인공지능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고수든 하수든 옆의 관전자는 중립의 사고에서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양 대국자의 수를 보았기 때문에, 생각에서 그런 생각 관성의 영향이 적다는 겁니다.

물론 니편 내편 나누어서 보면, 그 중립성에 중대한 영향이 있지만요... ^^

이 생각의 관성은 중립의 사고에서 나오는 확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하수일수록 그런 생각의 관성이 강합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제일 큰 생각의 관성은 바로 기풍이나, 습관, 고정관념 등 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그것이 더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바둑만 그럴까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바로 인간이 기계와 구별되는 것이며, 인간사 모든 희로애락은 여기에서 기인되는 것이 매우 많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