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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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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야스쿠니 가치관의 잉태 3
2022-04-01 오전 9:52 조회 460추천 13   프린트스크랩

수요 집회는 어느덧 100회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설민국은 이 집회가 이렇게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음에 놀랐다. 그는 특히 이 집회가 국제적인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크게 고무되었다. 집회를 주관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유엔에까지 보폭을 넓혀, 위안부 문제를 도외시하는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본은 이 문제가 만약 자국의 국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면 외면했을 것이다. 일본 정부에게 국민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위정자들에게 국민들의 의식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본인들은 어차피 힘 있는 자나 권력 있는 자들에게 복종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어긋나더라도 굳이 나서거나 해결하려 들지 않고 참아낸다. 그것이 그들에게 오랜 세월동안 형성되어온 처세술이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서방세계에 알려지게 되자 일본 정부는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인 1993년에 세계 인권대회 결의문에 위안부문제가 포함되자 일본에서는 뒤늦게 당황하는 모습이 확연했다.

 

설민국은 최선미가 집회를 자신처럼 멀찍이서 참관하고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하였다. 처음에는 방관자이거나 사소한 흥밋거리로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구경하는 관객의 모습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 장소에서 그녀가 목격되는 횟수가 반복되면서 그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그에게 연상되어지는 그녀는 일본을 선호하고 그 문화를 추종하는 개념이 없는 여자로 인식되어졌었기 때문이다. 일본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왜색이 짙은 복장들, 특히나 일본 바이어 하시모토를 만났을 때의 호들갑스러움은 그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다가 횟수가 누적되자 이제는 그녀가 일본 정보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다혈질인 그는 즉시 그녀에게 확인을 해야 했다.

사람이 개념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할 짓이 없어서 일본 정보원 노릇을 해요?”

퇴근길에 마주친 그녀를 근처의 커피숍으로 데려간 그는 다짜고짜 퍼부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험악하고 무뢰한 말에도 그녀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자 설민국이 제풀에 폭발했다.

정신 차려 이 여자야! 당신은 한국인이야. 아무리 일본 사람을 따라 해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제발 역사 공부 좀 하고 개념을 가져라! 당신에게 애국자의 모습은 기대하지도 않아 . 다만 매국노 같은 꼴사나운 모습만 보이지 말아줘!”

그는 이렇게 제 마음대로 쏟아 붓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의 행동은 마치 너같은 부류의 사람하고는 한시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라고 웅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그렇게 뛰쳐나가도 그녀는 그렇게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뒤 그녀의 얼굴에 한 가닥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그녀도 이미 여러 차례 수요 집회 현장에서 그를 목격했다. 그녀도 그가 반복적으로 그곳에서 목격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의 집회 참관 목적은 열렬한 마음속의 응원이었다. 행동으로 나서면 안 되는 자신이었기에 마음만이라도 보태려는 응원이었지만, 스스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참관은 무슨 의도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평소의 그가 다혈질인 것을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관심이 있다면 왜 그가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구경꾼의 자세를 보이는지, 무슨 목적으로 그곳에 수시로 나타나는지 알고 싶었었다.

그러던 차에 그가 오늘 집회에 모습을 보였던 이유를 스스로 설명해버린 것이다. 입 가벼운 떠벌이가 아닌 속마음 깊은 곳에 가진 생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행사에 직접적인 참석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차차 알아 가면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의 생각 지향점도 자신과 다르지 않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마음을 하나 확인했다는, 혼자가 아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더 있음을 알았다는 안도감!

어쩌면 그는 동지일 수도 있겠네!’

그녀는 마음이 평온하고 푸짐해짐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최 윤경은 마음이 급해졌다.

벌써 머잖아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다 성치 않은 몸으로 평생을 살아온 육신은 동생이 죽은 후, 조카들을 맡아 키워내야 한다는 의무감과 그에 따른 압박감으로 그녀의 심신을 짓눌렀다. 비록 조카들을 충분히 풍요롭게 자라도록 해주지는 못했을망정, 그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느라 이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자신하지 못할 만큼 심신은 쇠약해져버렸다. 하늘의 도움으로 권철식이 이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으니, 그녀는 경찰로부터 자신과 관련된 자료들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를 근거로 다시 독립유공자 인정을 요청해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그녀는 두 조카에게 말했다.

우리 집안을 살 수 없도록 모든 일에 방해를 놓던 권철식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고 한다.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독립유공자 지정이 이제 가능할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두 조카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렇지만 그녀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고모, 그러면 정부에서 유공자에게 주는 돈을 매달 받게 되는 거야? 이제야 우리 고생이 끝나는 거네.”

고모, 우리 이제는 당당하게 독립운동가의 집안이 되는 거네.”

두 조카의 말이 모두 맞는 거라서 그녀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렇지만 두 조카의 서로 다른 시각이 걱정스럽고 미안했다.

 

큰 조카는 언니노릇을 하느라 세상 물정에 너무 빨리 눈을 떴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선악이 아닌 이해득실로 보았다.

선애는 제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녀석이야. 오로지 자신과 자식들의 앞날만 바라보고 살 거야.’

큰 조카에게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면, 작은 조카에게는 걱정과 대견스러움이 같이 공존했다.

저 녀석은 정의감이 너무 강해. 그래서 제 삶을 제풀에 어렵게 만들지나 않을지 염려스러워!’

잠시 스친 걱정을 밀어내며 그녀는 유쾌하게 말했다.

그래! 너희들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맞아. 이제 고모는 연금을 받아 우리 가족이 조금 더 편안하고 조금 더 풍족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게 될 거야. 그리고 고모는 죽어도 편안할 것 같아. 나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거든. 나중에 너희들이 성묘를 온다면 나는 늘 단정하고 정갈하게 관리된 묘 속에 누워 조카들과 조카손자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야.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기억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나는 마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두 조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껏 고모가 저렇게 길게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지금 고모가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은 상태임을 알았다.

어른들의 행복한 마음이 어린아이들에게도 전달 된 것일까? 고모할머니의 무릎 옆에 앉아서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는 강민희와 강대한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

 

삼 개월 뒤, 정부는 최윤경을 독립유공자 애국지사로 서훈하였다. 이렇게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인데, 수 십 년이 걸렸다. 새삼 국가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해방초기부터 정리되지 못한 국가의 체계가 국민의 삶을 얼마나 핍박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최 동지! 늦었지만 축하하고, 정말 다행이야!”

서훈증서를 받는 날 마치 자기가 서훈이라도 받는 양 눈물마저 그렁그렁한 눈으로 김끝녀 동지가 축하를 건넸다.

다른 광복군동지회의 회원들도 뒤늦은 그녀의 서훈을 마음껏 축하했다.

죽기 전에 공적이 인정돼서 다행이지 뭐!”

부끄럼타는 소녀처럼 말하는 그녀를 보며 동지들이 말했다.

죽기는 왜 죽어! 앞으로 10년 넘게 살면서 그동안 못 받은 혜택들 다 찾아먹어야지.”

왁자하게 건네는 회원들의 축하 소리에 그녀는 함박웃음을 띄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마음이 진정되자 박혁 동지가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졌다. 수십 년을 마음속에 간직한 이름. 세상의 무슨 말로도 묘사해 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미안하고 고맙고 그립고 아쉬웠다.

오빠! 저승에서 보고 계시죠? 보고 싶네요.’

먼 허공을 초점 없이 응시하는 그녀의 눈가에 그리움에 사무친 눈물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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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2-04-01 오후 1:18: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죄송하고.....
감사하고.....
문득 문득 그립고.....
많이 아쉬운.....  
⊙신인 너무 쉽게 말하곤 합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
정말로 우리는 그 위대한 존재들 앞에 참다운 감사를 올리고 있는지,,,,
부끄러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나갑니다!
주향 |  2022-04-01 오후 3:04: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렇게나 쉽게 서훈 될 수 있었던 것이 왜? 90이 되어서 된단 말 입니까?
그나마 그것도 다행 이라고 생각 되지만.....
글 중이지만 마치 현실도 다름 없습니다
더많은 훌륭하신 분들이 기억에서 사그라 지기전에.. 그 댓가를 받으셨으면..... 아니
놀림 이라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맘 입니다.  
⊙신인 정말 그분들과 후손들의 삶이 영광되기는 커녕 구겨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
다. 국가와 정부는 그분들에게 낱낱이 보상하는 역할을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주향 |  2022-04-01 오후 3:12: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수요집회!!!
보수가 먼저 그 자리를 차지 하여서 소녀상 동상 근처에도 못가서 집회 한다는 소식 들
엇습니다
이렇게 아직도 일본놈 앞잡이들이 ..........
포항사는 그 어떤 미치갱이년이 아베 수상께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그곳집회장
에서 떠들었다죠?
어머니 부대라는 조직...........
멀었습니다 아직도 일본놈 앞잡이들이 버젖이 광화문을 활보하고 목소리를 크게 하고
또 그걸 부추키는 소위 우익 이라고 하는 돼먹지 못한 정치 모략배 들이 있습니다
모조리 가마솥에 넣어서 튀겨도 시원찮을.... 사람 같지 않은 인간들 입니다  
⊙신인 [주향]님께서 저보다 더 과격해지셨어요!
제게 더욱 열심히 글을 이어나가라는 격려인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라는 지위에 있는사람도 못난이들 축에 드는 이가 이있지요.ㅠ
고맙습니다!^^
머루 |  2022-04-01 오후 7:30: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인생 90에 찿은 명예 그래도 위안을 삼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동심의 그리움으로.허공을 바라봅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 의지해왔던 허공이겠지요.
잘 일겄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첫 마음은 그렇게도 깊어서, 좋은 일이 생겨도 힘든일이 생겨도 늘 떠오릅니다.
그런 소중한 첫마음을 간직한 사람은 눈빛이 아련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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