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대 속에는 헌제가 역적 조조를 죽이고, 왕권을 부흥시키라는 피로 쓴 

조서가 숨겨져 있었다.

도포와 옥대를 하사 받은 동승은 궁을 나오다가 우연히 조조와 마주치게 되었다.

조조는 동승이 헌제에게 불려간 연유를 묻고는 불현 듯 마음속에 의심이 일었다.

그는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옥대와 도포를 보여 달라고 하여 

걸쳐보더니 “아주 훌륭하여 탐이 나는 군요 하면서 국구 대감은 이것을 내게 

양보할 마음은 없는지요"라며 동승의 마음을 떠보며 간교한 웃음을 지었다.

동승은 뭔가 탄로 날 것 같아 겁에 질려 정색을 하며 

“황제가 친히 나에게 내린 옥대와 도포는 절대로 양보 할 수 없소”라며 

완곡히 거절 하였다.

조조는 도포와 옥대를 샅샅히 살펴보고는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자 

의심을 거두고 도포와 옥대를 동승에게 주었다.

동승은 집으로 돌아와 황제가 자신에게 도포와 옥대를 준 것은 

뭔가 숨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두 샅샅히 살펴 보았으나 

어떠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밤늦게까지 옥대와 도포를 살피다가 옥대에 뭔가 들어 있을 것 같아 

옥대를 살폈으나 이상이 없었다.

너무 피곤하여 깜밖 졸았는데 옥대에 불똥이 튀었다.

불똥이 떨어진 곳을 보니 핏자국이 보였다. 

옥대를 조용히 뜯어 살펴보니 황제의 피로 쓴 조서가 들어 있었다.

그는 황제의 밀조에 따라 한 왕실을 부흥시키고 역적 조조를 타도하기 위하여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 황제의 조서를 보여주고 비밀리에 

일을 진행시켜 나갔다.

공부시랑 왕자복，장수교위 충집，의랑 오석，소신장군 오자란，서량태수 마등，

좌장군 유비 등이 뜻을 같이 하기로 굳게 맹세했다.

유비는 동승에게 이들과 함께 일을 같이한다고 한 후 

계획의 비밀을 지키느라 하루같이 조심에 조심을 더했다.

조조는 언제나 유비의 동태를 비밀리에 관찰하고 있었다. 

유비는 자신의 내심을 숨긴 체 거처에서 채소를 심고 물을 주는 일을 할 뿐 

그저 아무런 내색도 않은 체 농군처럼 소일하고 있었다.

장비와 관우는 유비의 깊은 속을 알턱이 없어, 

천하태평으로 농사나 짓는 유비가 한심하고 원망스러울 따름 이었다.

그러나 유비는 아우들의 원망을 듣고도 천하의 대업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람처럼 한마디 토도 달지 않고 그저 농사만 짓고 있었다.

하루는 조조가 사람을 보내 유비를 청하여 오도록 했다. 

유비가 조조에게 가자 조조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천하의 명공께서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하고 묻자 조조가 

아 손·오병법 책을 보는데 책의 내용이 너무 간결하고 심오하여 

나도 잘 모르는데 내 아들이나 다른 사람이 보면 알 수 있도록 토를 달고 

있는 중이라고 유비에게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조조처럼 책을 많이 보고, 

시문에 능한 영웅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조조의 뛰어난 점이다.

조조는 보던 책을 덮고 술을 가져오라하여 마주 앉아 담소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구름이 짙게 덮이더니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디선지 “용이다!” 용이 하늘로 오른다는 소리가 두 사람 귀에 들렸다.

그 소리에 조조와 유비도 난간에 나가 검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하늘을 보니 컴컴한 구름만 가득 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조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했다.

용이란 크고 작아지기를 마음대로하며(能小能大:능소능대) 

위로 솟고 아래로 숨기기를 마음대로 하오(能昇能隱: 능승능은).

크게 되면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며, 

작게 되면 겨자씨만 해지고 형태를 마음대로 감추기도 할 수 있는 것이요.

솟은 즉 드넓은 우주 사이를 날고, 숨으면 파도 안에 엎드려 

없는 듯이 보일 수 있소이다.

이제 봄이 한창이니 용이 때를 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마치 사람이 때를 얻어 천하를 종횡함과 같으니, 

용이란 물건은 영웅에 비할 수 있을 것이요.

현덕 공께서는 두루 천하를 돌아다녔으니 틀림없이 

당세의 영웅이라 할 사람을 알고 있으리라.

바라건데 그 사람을 내게 한번 말하여 주시오.

용으로 시작된 말이 영웅론으로 번진 것으로 조조는 영웅론을 통해 

유비의 안목은 물론 그 그릇의 크기를 가늠해보고자 했다.

유비는 천하의 영웅은 군사와 곡식이 넉넉한 원술과 

4세삼공의 자리에 오른 가문으로 많은 군사와 모사를 거느린 원소와 

강동의 호랑이 손책정도가 아닐까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품고 있는 뜻을 

조조가 눈치 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원술은 무덤속의 말라빠진 뼈다귀요(塚中枯骨:총중고골), 

원소는 겉모양이 번듯하나 담이 작고, 일을 꾸미기는 좋아하나 

맺고 끊는 힘이 없고, 큰일을 하면서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니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없고, 

손책 역시 성질이 급하고 힘만셌지 천하의 정세를 모르는 자이니 

그 역시 영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비는 조조를 보며 진정한 영웅은 조조공이라고 치켜세워 주었다.

조조는 유비의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으며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기를

“무릇 영웅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배에는 지모가 가득한 사람으로 

우주의 기운을 머금고 하늘과 땅의 뜻을 토해내는 자로 천하를 평안케하고 

이 난세를 종식시킬 사람인데 그 영웅은 바로 자신과 유비뿐이라며 

손가락으로 자신과 유비를 가리켰다.

이 말을 들은 유비는 자신의 내심을 들킨 것 같아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때마침 벼락이 크게 쳐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니 

유비는 짐짓 그 소리에 놀란 척 하고는 젓가락을 다시 집어 들었다.

조조가 이를 보고 “어찌 한낱 벼락소리에 천하대장부가 그리 놀라나”라고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유비는 “옛날 성인들께서도 벼락소리는 두려워했고, 

벼락소리를 들을 때는 반드시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둘러댔다.

조조는 이런 유비의 모습을 보고는 그가 천하를 두고 자신과 다툴 

진정한 영웅일까 생각하고는 유비는 적어도 자신이 잘못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았다.

유비도 그 자리를 빠져나와 조조의 자신에 대한 생각과 

간특한 눈길을 벼락 때문에 피한 것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느 날 조조가 유비를 초청하여 술을 마시고 있는데 

원소에게 보낸 만총이 돌아와 조조에게 보고하려 하는데 유비가 있어 

그 보고를 하지 않으려 하였다.

조조가 괜찮다며 보고하라하자 

“원소가 공손찬을 멸하였다”는 소식을 전하고, 

아울러 처지가 궁박한 원술이 옥새를 형 원소에게 바치기 위하여 

군사를 대동하고 곧 서주를 통과하여 원소에게 간다는 소식을 전하며, 

원소와 원술이 손을 잡으면 자못 그 세력이 너무커서 조조공이 불리하니 

먼저 손을 쓰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말하였다.

조조 역시 원소와 원술 형제가 같이 손을 잡는다면 

그 세력이 강대해져 큰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하였다.

하후돈이 하후연과 같이 원술을 토벌하게 해달라고 하자 

조조는 원소가 허도를 쳐들어올지 모르니 이 허도를 지켜야 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유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원술이 반드시 서주를 지날테니 

자신이 가서 그 길을 끊고 원술을 공격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조조가 잠깐 생각하고는 이를 허락하자, 바로 유비가 황제에게로 가서 

출병에 필요한 장군인과 황제의 조서를 받들어 병력5만을 이끌고 

원술의 군대를 치기위하여 길을 떠났다.

조조는 유비가 미덥지 못하여 자신의 장군 주령과 노소를 유비와 동행하도록 했다.

유비는 즉시 선발대 삼천 병마를 이끌고 길을 떠나며, 

관우와 장비에게 뒤따라 오도록 했다.

유비가 병마를 동원하여 서둘러 재촉하여 행군하는데 

너무 서둘러 행군하는 까닭에 군사들이 힘들어 하였다.

장비와 관우가 나머지 군사를 이끌고 유비 뒤를 따라 

행군속도를 높이며 유비에게로 갔다.

관우와 장비는 유비에게 급히 행군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유비가 이제 비로소 새장에 갇힌 새가 새장 밖으로 나왔다며 

빨리 서둘러 가지 않으면 다시 잡히게 된다고 말하니 

관우와 장비가 그 말의 뜻을 알고 행군을 재촉하였다.

유비가 떠날때 조조의 모사 정욱과 곽가는 마침 조조 곁에 없었는데 

유비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 두 사람은 급히 조조에게 달려와서 

유비를 놓아주는 것은 용을 바다에 보내고 범을 산에 풀어주는 것과 같다며, 

유비를 급히 돌아오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자 

조조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 경솔했음을 깨닫고 급히 허저를 유비에게 보내 

속히 귀환하라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