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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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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책방
2009-12-30 오후 5:12 조회 7565추천 7   프린트|스크랩

 

 

   장일수는 어릴때부터 책읽는 취미를 가졌지만 어른이 되고 가정을 갖게 되면서

책하고는 거리가 멀어졌다. 생업에 쫓기고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책하고는 담을

 쌓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책을 읽고 싶었고 책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

을 갖고 있었다.

   그가 인생 말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몇 달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는

데 돈벌어 오라는 아내의 성화 때문에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뭔가를 해서 푼돈이라도 벌어야 가계에 도움이 되고 아내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인데 도무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장터에서 막걸리를 먹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술과 책방과의 관계는 어떠할 것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상극이었다. 그러나 상극의 조화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서

로 화합할 수 없는 것이라면 화합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지역주민간

의 화합할 수 없는 갈등을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도 그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무난히 풀어나가지 않는가. 술과 책의 관계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아니 술과

책은 상극이 아니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작을 발표

한 작가들 중 많은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고 술을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술은 인간의 정신을 발효시켜 더 좋

은 생각의 원천으로 이끌어준다.

   장일수는 집으로 와 아내에게 자신의 계획을 진지하게 얘기하였다.

   점포 하나를 임대하여 책방을 내고 싶다. 책방을 내되 손님을 끌 수 있는 부대시

설을 갖출 것이다. 부대시설은 다름 아닌 막걸리를 겸해서 팔 수 있도록 한다. 허

가는 음식점 허가를 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내부시설비 포

함해서 약 3천만원 정도면 점포를 열 수 있을 것이고 많은 돈은 벌지 못하겠지만

용돈 정도는 충분히 벌어 쓸 수 있을 것이다.

   장일수는 사실 약간의 술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말하였다. 맨정신

으로 얘기하면 오히려 정신이상으로 보여 얻어터질 우려가 많아 술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

   아내는 장일수를 잠시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다. 장일수는 속으로 찔끔하였다.

   아내의 날카로운 눈매는 그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아 항상 주눅들듯

 대하곤 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선뜻 아내가 동의를 해주었다.

  - 당신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당신 뜻대로 한번 해보구려. 당신 생

각대로 용돈이라도 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집안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

이 보기에 좋지 않았는데 가게라도 열면 일거리가 생길 것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책도 볼 수 있을 것이니 다행이구려. 용기를 내어 한번 잘 해보세요.

   아내의 말에 장일수는 감격하였다. 만날 바가지를 긁어대는 아내에게 이런 결단

성이 있었는지, 자신의 뜻을 헤아려준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장일수가 점포를 얻은 곳은 K도서관 입구였다. 다른 곳을 제쳐두고 이 곳을 선

택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대형마트 옆에 작은 소규모 마트가 틈새 시장을 공략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어

책방도 그런 방법을 적용해 보기로 하였다. 대형 도서관 옆의 작은 책방같은 도서

관, 술한잔 곁들이며 책읽는 사랑방 같은 것이고나 할까.

  책방 가게 내부시설에 예산의 70% 이상이 들어갔다. 술과 책의 이미지를 조화시

키면서,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술을 음미하며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하였다. 벽지 공간을 활용하여 시가 담긴 그림을 곳

곳에 설치하였다.

  술은 막걸리만 취급하기로 하였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비치하여 손님 취향

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막걸리 잔은 고물상에서 옛날 찌그러진 주전자

를 구입하였다. 안주류는 씨레기국, 두부, 김치, 파전 등 메뉴를 최소화하였다.

  술쪽이 끝나고 그와 조화를 이룰 책장 설비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먹고 과연 책을 꺼내 읽어볼 수 있을 것인가. 술을 과하게 먹고 책을 엉망으

로 만들지 않을까. 염려를 떨쳐버렸다. 술을 잔술로도 팔 수 있게 하였다. 한두잔

의 술은 혈기를 왕성하게 하며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근거가 있으므로 잔술 문화

가 파급되면 오히려 술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었다.

  술상과 책장과의 거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되 중간중간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

자와 소파를 마련하였다. 손님들이 언제라도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이 중요하였다.

   가장 맨 나중에 고민한 것은 간판 이름이었다.

   고심 끝에 ‘막걸리 책방’ 이라고 하고 부제로 ‘가는 길에…’ 라는 문구를 붙여 놓

았다.  ‘가는 길에…’라고 한 것은 그냥 ‘가는 길에’라고 하면 의미가 단절되는 느

낌이므로 뒤에 ‘…’ 라는 점을 표시하므로서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겨 놓았다.

   인생은 어차피 잠시 왔다가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막걸리나 한잔 하고 가라는

 것이다. 도서관에 오고 가는 길에 막걸리나 한잔 하고 혈기를 돋우라는 것이다.

맨정신으로 책을 보는 것보다 막걸리 한잔 하고 책을 보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

다. 가벼운 술기운이 온몸을 돌면서 책을 읽고 싶은 의욕이 생길 것이고 인생의 담

론도 저절로 우러날 것이다. 막걸리는 오랜 우리 민족 전통의 발효된 장수식품이

었는데 최근 드디어 다른 술을 제치고 그 본연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가게 문을 여는 날.

   몇몇 친우들이 보내 준 개업축하 화환이 가게 앞에 놓여졌다. 과연 몇 명이나 올

것인가.

   아침 나절 K도서관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한번씩 눈길을 주고 지나갔다. 안보

던 간판이 눈에 띄어서인지 갖가지 표정들을 짓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오전은 한산했다.

   오후가 되면서 한사람씩 가게를 찾아 들어왔다. 저녁 무렵이 가까워지면서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손님들 거의가 도서관으로 들어갔던 젊은이들이 나오면

서 들른 모양이었다. 젊은 손님들은 이 기발한 막걸리 책방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감탄을 연발하기도 하고, 술맛도 좋고 안

주도 괜찮다는 둥 첫날은 개업일이어서 그런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나이든 사람

들도 있었지만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는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노인 몇

분은 잔술만 먹고 술집인지, 책방인지 원… 불만섞인 말을 중얼거리면서 어색한

 얼굴로 가버렸다.

   개업 다음날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첫날 왔던 젊은이

들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그들은 막걸리 잔술을 시켜 먹은 뒤 책을 뽑아 들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 막걸리와 책이 조화되는 순간이었다. 장일수는 속으로 쾌재

를 불렀다. 그러면 그렇지. 막걸리가 책을 불렀다. 아니 책이 막걸리를 불렀다. 막

걸리가 사람들을 걸러내어 책을 잡게 하였다. 책을 보게 되니 자연 술은 절제되었

다.

   젊은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 도서관은 너무 딱딱해요. 경직된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런데 여기는 가벼운

 막걸리 한잔에 책까지 읽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마음 푸근하게 말이죠. 혼자 올

 수도 있고, 친구와 같이 와서 한잔 술에 인생도 논하고 책읽은 감상을 얘기도 하

고  다른 정보도 교환하고 좋아요. 도서관은 정숙하고 조용한 것만을 강조하죠. 쉼

터가 있지만 낭만은 없는 것 같아요. 여긴 낭만과 인생을 두루 갖춘, 말 그대로 책

을 옆에 끼고 인생을 말할 수 있어 좋아요. 술까지 있으니 말이죠. 성경에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이 나오지만 여기서는 막걸리로 책을 읽게 하는 기적

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기적이라니. 그렇다. 기적같은 일이 장일수 그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막

걸리와 책의 조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지금 장일수의 가게에서 일

어나고 있다. 막걸리는 거의 잔술로 나갔지만 연일 동이 나고 책장에 손이 가는 사

람들이 많아졌다. 젊은이들이 의외로 호응하는 바람에 장일수는 내심 기분이 좋아

졌다.

  한잔의 막걸리에 기분이 좋아지고, 책을 읽고 싶어지고, 인생을 얘기하고 싶어진

다면 여기에 바랄 것이 더 무엇이겠는가.

 

   오늘도 k도서관 입구, <막걸리 책방. 가는 길에…> 그 집에 가면 막걸리 한잔에

책을 읽고,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당신의 영혼은 더욱 발효되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인생의 대박은 다

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책속에 담겨있다. 그 곳에서 당신이 성공하는 비

밀의 열쇠를 찾아라.

 

 

 


┃꼬릿글 쓰기
황백이 |  2009-12-30 오후 7:33: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 술과 책이라,,, 나 같은넘은 술잔에 뜬 책일뿐 ,ㅋ ..좋은 생각으로 갑니다..  
AKARI |  2009-12-31 오전 7:15:1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진짜로 저런 서점 있었으면 좋겠네요...(진짜 이야기인가요? ㅎ~)  
당근돼지 |  2010-01-01 오전 5:03: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느덧 새해 아침이네요......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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