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교회 김목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교회를 세운지 몇 년이 지났지만 신자수가 삼사십명 안팎에 머물러있었다. 신자수를 늘릴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의 힘으로만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오직 성령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새벽, 점심, 저녁, 자기전 기도를 열심히 바쳤지만 교세는 확장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가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총각 신분으로 목사 안수를 받고 K시의 변두리에 교회를 세울때만 해도 희망에 벅차 있었다.
서울에 있는 중앙 본부교회의 지원을 받은 것은 100평이 채 안되는 교회 부지 뿐이었다. 교회 건립은 김목사 개인 재산으로 충당하였고 그 나머지는 순전히 김목사 개인의 능력으로 꾸려가야 했다.
개척교회의 성격상 고생을 각오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의 생활비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교회 인근의 공터를 텃밭으로 삼아 채소류로 반찬값을 대신하였다. 생활고 때문에 시름에 잠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불현듯 김목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신문 속에 난 광고란이었다.
- ○○시장 축제. 노래 및 장기자랑대회. 1등 200만원, 2등 100만원, 3등 50만원. 기타 경품 추첨. 시민 누구나 참가 가능. 접수 선착순 마감
김목사는 광고를 읽고 나자 조금 흥분이 되었다.
적지 않은 상금도 상금이려니와, 노래에 일가견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목사 연수기간에 장기자랑에 나가 입상한 경력도 있고 해서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김목사는 생각끝에 이 행사에 나가 보기로 결정하였다.
잘만 하면 상금도 타고, 교회 홍보도 되고 일석이조의 효과도 될 것이고 여러모로 선교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김목사는 나름대로 전략을 짰다.
신자중에 몇사람을 불러 도움을 청하였다. 신자들은 희색을 띠며 목사님을 적극 돕겠다고 하였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경청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이벤트성 축제이므로 단순히 노래만 잘 한다고 될 것이 아니다. 뭔가 시청각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맛이 있어야 한다.
목사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하여 딱딱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감칠 맛 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김목사는 만사를 제쳐놓고 이 일에 매달렸다.
먼저 노래 곡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아무리 음악성이 좋아도 곡목을 잘못 선택하면 낙방할 우려가 있다. 축제 성격에 맞게 템포가 빠르면서도 흥겨운 곡이 좋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자면 우리의 심성에 적합한 대중성이 있는 트로트 가요가 적당할 것이다.
김목사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음악을 듣고 최종적으로 곡목을 선정하였다.
노래 곡목은 ‘영수증을 써줄거야’였다. 이미 널리 히트되어 잘 알려진 노래이며 가락도 흥겹게 넘어가는 구절이 많았다.
김목사가 이 노래를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요즘 물건을 살 때 영수증을 주고 받는 시대이며 재래 전통시장의 축제 성격상, 시장 상인들도 카드보다 현금으로 주고 받는 것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사 내용을 기존 그대로 부르기 보다는 내용을 바꾸어 부르면 이색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제목을 ‘현금영수증을 써줄거야’로 할까.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할 것인가…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때, 그때였다. 김목사의 뇌리를 스쳐간 것은.
그렇다, 바로 그거야. 노래 제목을 ‘천국영수증을 써줄거야’로 하자.
현금영수증은 순간이다. 세상의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천국영수증은 영원하다. 이것보다 더 좋은 영수증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내가 보증한다. 난 하나님의 목자이다. 내가 그것을 보증하는 장본인이다. 그것을 보증하기 위해 교회를 세웠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완수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 천국영수증을 발급하고 그것을 보증하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김목사는 쾌재의 미소를 띄웠다.
행사 당일.
시장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시장 앞 공터에 모였다. 보나마나 축제 자체보다 경품 추첨에 맘이 끌려 모여든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식전 행사가 풍물놀이로 분위기를 돋구었고 본행사가 시작되었다.
노래 자랑을 신청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양으로 노래를 부르고 장기를 자랑하였다. 춤과 노래, 청중이 어우러지는 한마당 잔치였다.
김목사는 끝부분에 무대로 올라갔다.
김목사가 손에 든 것은 식당에서 취급하는 현금영수증 발급기였다. 김목사는 장터 아줌마 차림새로 분장을 하고 정말 열혈장사꾼 같은 모습으로 무대를 주름잡았다.
김목사는 영수증발급기를 두손으로 잡고 허공에 춤을 추듯이 휘두르며 영수증을 발급하는 시늉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천국영수증을 써줄거야
1
현찰 좋아하는 당신에게 천국 영수증을 써줄거야
믿을것은 돈뿐이라는 당신께 꼭 쥐어 줄거야
세상일에 지쳐있는 당신의 가슴에
예수님 집짓고 사는 것
천국에는 죽음이 없어요 영원한 생명만이 있어요
당신은 내 사랑의 모든 것
마음으로 다 줄거야 주님사랑 다 줄거야
2
집이 없는 당신에게 천국 아파트를 사줄거야
예수님께 기도드리며 그곳에 살게 해줄거야
오늘밤 살며시 주님이 찾아와
사랑의 집짓고 사는 것
뒷말없는 계약서도 써주고 법원가서 등기까지 해줄께
당신은 내 사랑의 모든 것
가슴으로 다 줄 거야 주님사랑 다 줄 거야
3
일편단심 당신에게 천국 열쇠를 건네줄거야
주님찾는 모두에게 천국열쇠 내 줄거야
누구나 주님을 찾아서 오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요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줘 가슴으로 뜨겁게 안아줘
당신은 내 사랑의 모든 것
내 가진 것 다 줄 거야 주님 사랑 다 줄거야
청중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김목사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야릇한 춤동작까지 하면서 구수한 트로트 가요를 부르자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교회 신자들이 총동원되어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청중 속에서 환성을 질렀다. 앵콜 소리가 연달아 나왔다. 김목사는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김목사는 노래를 다 부르고, 영수증 발급기에서 영수증을 하나 떼어 들고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S교회 목사 김광섭입니다.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장사하는데 힘드시지요. 생활도 많이 어렵지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손에 든 것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현금영수증이라고요? 아닙니다. 이건 현금영수증이 아니라 천국영수증입니다. 이거요 국세청에 신고 안해도 됩니다. 세금 내는 거 없습니다.
여러분, 하루하루 살아가며 힘드실 때 저희 교회를 찾아오세요. 아니 꼭 저희 교회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사시는 가장 가까운 교회에 가셔서 천국에 가는 영수증을 발급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다른 교회는 아직 이런 영수증 발급기가 준비 안되어 있을 겁니다. 저희 교회로 오시면 제가 이 천국영수증을 바로 끊어 드리겠습니다. 속는 셈치고 한번 찾아오세요. 돈 안받고 무료로 발급해 드립니다. 세상에서 백날 잘 살아봤자 죽고 나면 썩어질 인생 아닙니까? 그 썩어질 인생을 헛되이 그렇게 체념하시겠습니까? 뼈빠지게 고생해서 억만금의 돈을 모은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죽어서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갖고 갈 수도 없는 것인데, 또 이 세상에서 아무리 잘 먹고 잘 살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죽어 썩어 없어질 인생이라면 말입니다. 썩을 인생을 새롭게 발효시켜 주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저희 교회 안에 있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고, 죽어서 죽음의 터널을 통과하여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저희 교회가 그냥 공짜로 줍니다. 요앞에 있는 K역에 가서 눈닦고 봐도 천국가는 열차표 팔지 않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천국행 열차표 무한정 예약하지는 않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만이 열차표를 살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영수증 발급기로 끊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국영수증을 받고 싶은 분은 언제라도 오세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노래 성적 결과는 등외에 그쳤다. 노래 가사나 무대 매너는 좋았지만 너무 교회를 일방적으로 홍보했다는 심사평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 인터넷 방송국에서 생방송까지 되어 홍보 효과는 말할수 없이 컸다.
행사 이튿날.
교회 앞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회에 전화 오는 소리가 요란했다.
김목사는 그날 하루종일 전화 받으랴, 찾아오는 사람들 상담하랴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김목사가 그날 하루 천국영수증을 발급해 준 사람이 150명을 넘었다. 김목사는 하나님께 고맙다는 감사의 기도를 할 틈도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현금영수증 대신 천국영수증을 발급받으러 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목사는 다음 사람을 위하여 영수증 발급기 전표를 점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