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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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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원점
2008-09-30 오후 5:29 조회 7586추천 9   프린트|스크랩

       원점(原點).

       국어사전에는 시작이 되는 출발점, 근본이 되는 본래의 점이라고 적혀 있다. 수학에서는 직선과 평면 또는 공간에서의 좌표가 0인 것,  길이 따위를 잴때

의 기준이 되는 점을 말한다.

       설운도의 원점은, 사랑했던 그 사람을 말없이 돌려보내고 원점으로 돌아서는 이 마음 그대는 몰라 수많은 사연들을 네온불에 묻어놓고 무작정 사랑을 사랑을 넘어버린 나는 나는 정말 바보야 눈물속에 피는 꽃이 여자란 그 말 때문에 내 모든걸 외면한채 당신을 사랑했어요 수많은 사연들을 네온불에 묻어놓고 무작정 가슴을 가슴을 열어버린 나는 나는 정말 바보야, 라고 되어 있다. 

      이 노래속의 원점은 사랑의 시작과 절정에 이른 그 순간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바둑의 원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정중앙에 있는 점, 천원(天元)을 일컫을 수 있겠다. 아니면 처음 시작하는 착점은 아닐는지. 혹은 승부의 마지막 착점은 아닐는지. 또 아니면 바둑을 두기 전의 반면 무념상태, 바둑을 끝내고

바둑알을 쓸어 담은 허허로운 상태가 아닐까.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역시 천원점인 것 같다. 천원은 사람의 배꼽에 해당한다. 인체와 바둑의 중심, 서로 비교가 된다. 천원은 태양과도 같다. 태양속의 흑점같이 보이기도 한다. 태초에 우주 탄생시 블랙홀과 같은 것은 아닐까.

       나는 오늘 아침 기도하는 명상의 시간에 바둑판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가부좌를 하고 눈을 반쯤 뜨고 바둑판의 천원점을 주시하였다. 바둑판 자체를 보면 마음이 심란해지지만, 천원점을 응시할때에는 이상하게도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새벽 여명의 기운이 창틀에 조금씩 배어오면 내 눈의 응시력도 동시에 더욱 집중도가 더해진다. 주위의 상황은 망각되고 오직 천원의 흑점 속으로 동공이 붙박힌다. 흑점이 점점 커지면서 밝은 원형으로 변한다. 그것은 보름달처럼 보이다가 불타는 태양으로 변한다. 내 눈은 어느새 그 태양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순간 뜨거운 불길이 나의 동공을  휩싸며 내 눈은 붉게 충혈된다. 눈의 열기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나는 불덩어리처럼 변한다. 내 몸속의 온갖 더럽고 추악한 잡념들이 불태워 없어진다. 나는 나도 모르게 허공속으로 떠다닌다. 한마리 불새가 되어 태양속 그 뜨거운 내면으로 유영한다. 불은 불로서 다스리라.

    나는 불이 되어 천원의 태양속으로 들어갔다. 나의 의지가 아닌 나를 인도하는 어떤 절대자의 의지대로 그렇게 뜨겁게 불타는 태양을 여행하였다. 그곳에는

오직 바둑을 통해서만이, 바둑의 천원점을 통해서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붙같

은 희열과 환희만이 있었다. 고대 이래로 바둑의 성인들의 족적이 불속에 영원한 족적으로 남아있었다. 아니 바둑의 급수와 관계없이 바둑의 천원점을  마주

하고 그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가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너무 뜨거운 나머지 그 곳에 익숙하지 못해 잠시 뒤에 빠져 나왔는데, 바둑판 천원의 흑점위에서 아침의 찬 기운이 서렸는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전에도 바둑판을 앞에 놓고 기도를 한 적은 있었지만, 대수롭잖게 지나쳤는 데 오늘 나는 참으로 귀중한 경험을 하였다.

       도를 닦는다는 것. 마음을 닦는다는 것. 영원을 추구한다는 것. 삶과 죽음을 논한다는 것. 이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이랴. 바로 바둑판을 통해서, 천원점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둑의 천원, 이것이 바로 바둑의 원점이다. 이 원점을 통하면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이 녹아내리고 시공을 초월하는 초인이 될 수 있다.

       모든 바둑인들이여. 바둑의 작은수와 하찮은 승부에 애를 태우지 말고 그보다 더 원대하고 영원한 수순을 찾기를 바란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08-09-30 오후 5:37: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같은 돌의 눈에는 그저 허한 자리로...^^;  
당근돼지 |  2008-09-30 오후 6:55: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선비만석 |  2008-10-01 오전 8:11: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처원에서 부터 바둑을 둔 기사도 있었다고 하던데......  
선비만석 천원
거문고자리 |  2008-10-03 오후 4:45: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예전부터 천원은 다른 곳과는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아왔죠. ^^ 한 가운데서 모든 것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자리. 하지만 실제 대국을 둘 때는 늦게까지 안 두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약간 아이러니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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