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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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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도로 봄 1
2023-08-05 오전 9:25 조회 3843추천 5   프린트|스크랩

봄

 

‘감히 단 한 걸음도 내딛어 밟을 수 없을 만큼 숭고하리만치 맑은 순수함’

동이 튼 시간, 내려앉은 이슬을 담뿍 머금은 채 넓게 펼쳐진 그린의 잔디를, 오늘도 현균은 그린 엣지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눈물마저 그렁그렁한 채로 바라보고 있다.

비록 어제도 수없이 많은 골퍼들이 밟았던 그곳이지만, 밤새 맑은 공기와 나무들과 이른 아침 새들의 청량한 지저귐에 기운을 얻은 잔디들은 하늘의 물로 새로이 씻어내고서 처녀의 모습으로 수줍어하며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이곳을 마주하는 것은, 마치 경건한 의식처럼 하루의 일을 시작하는 매일 아침에 펼치는 그만의 루틴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한 직업, 캐디일. 그는 거기에 존재하는 평등을 믿었다. 세상에서 사라진 그것이 여기에 성스럽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믿었다.

“너 여기서 오늘 아침도 청승떨고 앉아있구나!”

누군가 어깨를 툭 치고 옆에 앉았지만 그는 놀라지 않았다.

“너는 오늘도 나를 방해 하냐.”

“방해가 아니다. 네 의식이 쓸쓸해보여서 내가 이렇게 늘 동참해주는 거다.”

연지가 말을 던지며 벌떡 일어나며 그린 안으로 무심코 발을 내딛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몸은 기우뚱하며 그린 엣지로 되돌아 왔다. 현균이 그녀를 황급히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함부로 밟지 마.”

“뭐냐. 앞으로 불과 30분도 안돼서 수많은 골퍼들이 밟아댈 텐데.”

“그땐 그러더라도 지금은 밟지 말아줘.”

“하여튼 유별나.”

볼멘소리로 불평을 하며 자리에 쭈그려 앉은 그녀의 얼굴은 그렇지만 웃음기 가득했다. 마치 이 아침에 그의 곁에 앉아서 그의 의식에 동참하는 것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너는 늘 얼굴이 무심하게 태평하구나.”

“그래서 뭐. 싫다고?”

“아니, 부러워서 그런다.”

“부러우면 너도 나처럼 해라.”

“네가 부러운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너만큼 내공이 안 되나보다.”

“그럼! 이래봬도 내 내공이 수 십 년이다.”

그가 보는 연지는 늘 태평했다. 그녀는 무엇에도 걸리적거리지 않고 사는 듯 보였다. 비오면 일 안 나가니 좋고, 팀이 많으면 일을 두 번나가서 좋아했다. 배고프면 밥 먹을 생각으로 행복했고, 졸리면 잠잘 수 있어서 좋아했다.

“네 내공 인정해. 정말로 부러울 지경이다.”

“내가 너무 태평하지? 실은 나도 네 머릿속이 궁금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세상일과 다투며 사는 네가 가끔은 부럽다.”

사실 그랬다. 자신에게는 아무리 세상의 복잡한 일도 머릿속에 한 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세상의 복잡한 일들에서 단 한순간도 머릿속을 비워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시선과 초점과 마주봄.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선을 피한다. 서로의 시선에 초점이 얼핏 얽히기라도 하면 황급하게 피해버리며 당황한다. 초점이 잡힌 시선으로 마주보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서로는 인연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이다.

일을 마치고 어중간한 시간에 밥시간이 걸려서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근처의 밥집에서 저녁을 먹던 날, 연지는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현균과 가볍게 맥주를 같이하다 마주봄을 마주했다. 그녀는 그날 처음 알았다. 눈을 통해서 상대방의 뇌를 꿰뚫어 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의 동공을 통해 보아버린 그의 뇌 속은 한 순간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왈칵 솟구치게 만들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이라도 나올까봐 그녀는 입을 황급히 손으로 막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는 뜻밖에도 빙그레 웃고 있었다.

“네 머릿속은 참으로 단순하고 평온하구나.”

그런 그의 말에 그녀는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앉아있던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가만히 두어 번 쓰다듬던 그는 그런 그녀를 남겨두고 돌아갔다. 그렇게 서로는 조금 특별해졌다.

백여 명에 이르는 캐디들 대부분은 필요이상으로 서로에게 얽히려 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일이 끝나면 곧바로 수입이 들어오는 자유직업이라는 특성과 함께 잦은 이직도 또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여러 이유로 인연이 맺어지기도 한다.

마주봄으로 인해 서로의 삶에 큰 차이를 보아버린 서로이지만, 너무 다름은 한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름으로 인한 동경을 불러왔다.

대부분의 관심들은 서로에게 공평하거나 균형을 갖지 못하고 한편으로 쏠린다. 둘 중에는 연지의 마음이 현균에게로 더 많이 향했다. 어쩌면 현균의 마음에는 여백이 부족한 반면 연지의 마음 빈 공간에는 현균이 들어설 곳이 충분했던 탓일지도 모른다.

 

정애는 마음이 급해져 자동차를 가속했다. 일을 조금 일찍 마치게 되어 그에게로 가는 길이다. 그녀에게는 그와 가슴을 포개고 있는 순간만이 진정한 휴식이었다. 세상의 모든 고통은 그의 품에 들어가는 순간 물거품으로 변했다.

“나 자기랑 하고 싶어.”

뜬금없는 정애의 톡에 윤철은 매장 카운터에 있는 아내를 흘깃 바라보았다.

‘얘는 늘 이런 식이야.’

그렇다고 만나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아내와는 차원이 다른 섹스를 즐길 기회를 차버린다는 것은 정말 끔찍하게 어리석다. 더구나 짜릿한 외도 아닌가.

“응,,,, 임마 우리 어제도 봤잖아,,,, 매장은 바쁘지 않아. 이 시간에 손님이 많으면 벌써 대박 났다. 안 바쁘면 잠깐 와서 도와달라고? 야, 나 피곤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든 윤철은 너스레를 떨어댄다. 그런 남편을 아내 희윤이 힐끗 바라본다. 아내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절절매는 시늉을 하며 전화를 끊는 체 했다.

“누구야?”

“명수!”

“농장일 도와달래?”

“이놈은 내가 지 하인인줄 알아.”

짐짓 화난 체 하는 남편을 희윤은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저녁은 집에서 먹을 거지?”

너무나 쉽게 허락하는 아내의 태도에 그는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럼 가게 안 바쁘니까 몇 시간만 나갔다 올게. 고마워!”

뒤도 안돌아보고 내빼는 남편을 보는 그녀의 입 꼬리가 잠시 씰룩였으나 눈에는 잠시 웃음기가 스쳐갔다.

 

그들은 서로가 20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에 아지트를 정해두었다. 항상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계산을 하고 호실과 비번을 톡으로 보낸 뒤 샤워를 하고 기다린다. 먼저 도착한 정애는 서둘러 씻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캔 두 개를 꺼내 하나는 탁자에 놓고 뚜껑을 땄다. 마트의 냉장고에서 막 꺼내온 시원한 맥주가 목줄기를 타고 흐르자 전해오는 쾌감으로 그녀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

무섭게 치미는 성욕을 느끼며 배란일이 막 지났음을 깨달았다. 엊그제 아랫배 밑이 짜르르 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윤철이 오늘 넌 죽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침대에 길게 몸을 뉘었다. 샤워를 막 마친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몸과 머리칼의 젊은 여체는 날것으로 먹어도 전혀 비리지 않을 듯 신선하고 청량함마저 풍겼다. 탄력 있는 몸과 균형 잡힌 볼륨감, 그녀는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었다.

일분도 안 되어 윤철이 들어왔다.

“완전히 빨리 덮치라고 침대에서 시위를 하고 있구나.”

그가 욕실로 몸을 돌리자 그녀가 소리쳤다.

“너 뭐하냐. 내 몸을 보고도 씻을 생각이 난다는 거지?”

“아니야! 그럼 그냥 쳐들어간다.”

야수처럼 돌진하는 윤철의 성기가 벌써 꺼떡이고 있었다.

“그대로 꽂아줘. 나 너무 급해.”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누워있던 정애는 몸 안으로 푹 밀려들어오는 육봉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의 등을 휘감은 팔은 마치 밧줄처럼 그를 옥죄었다.

┃꼬릿글 쓰기
⊙신인 부족했던 몇개월 전보다 더 글이 안나와서 걱정이었습니다.
이제 글을 못쓰는 거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이렇게 다시 칭찬과 격려를 주시네요.
힘이 납니다! 격하게 환영도 해주시고,,,,너무 고마워요~~^^
다음에 묘사될 장면에 비하면 첫 글이라 살살 표현한건데요^^
선배님! 너무 저속하다 꾸중하시면 안됩니다🧡💚💚💚🧡
팔공선달 |  2023-08-05 오전 10:27: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개막식 참가 ^^  
⊙신인 제 마음속 파수꾼 두분이 이렇게 나란히 격려를 해주셔서 기분이 몹시 좋습니다.
선달님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표현하시는 글 흐름을 흉내내어 보려고 늘 애쓰고
있습니다. 이번 글도 '좌판에 생선을 올리는' 심정으로 써보겠습니다. 부족하면
나무라 주세요!^^👍💖💖💖👍
금령제 |  2023-08-05 오후 10:05: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시 같은 시작글 즐감했습니다 ^^  
⊙신인 고맙습니다.
금령제님의 의욕적인 글 게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자주 들러 용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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