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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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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일어난 일
2014-06-09 오후 3:41 조회 8836추천 3   프린트|스크랩

          


   나는 지금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쓰려 한다.

   내 얘기를 사람들이 믿어 주지도 않거니와 심지어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하니 더욱 그렇다. 모 TV에서 방영되는 ‘서프라이즈’ 프로그램을 이따끔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지만 그런 일이 내게 닥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일주일전 나는 아내를 잃었다. 그것도 멀쩡한 대낮에 나와 같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강도를 당했느냐고? 그런 것도 아니다. 오죽했으면 그런 일을 당했기를 바라 그렇다고 변명이라도 할 것이련만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그날 나는 아내와 함께 손아래 동서네 집으로 일손을 거들어주러 갔다가 인근 야산에 두릅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같이 산으로 올라갔다.

   4월 중순을 넘어서인지 나뭇잎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산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진달래, 철쭉꽃이 얼굴을 붉혔고 간간이 왕벚꽃이 예식장의 웨딩 드레스처럼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찔레꽃도 망울을 터뜨리려 준비중이었고 다른 이름모를 수목들도 새봄의 시작을 알리는 듯 산기운이 물씬 묻어났다. 맑고 고운 산새 소리도 쉴새없이 귀를 들락거렸다.

   동서네 집 뒤 야산을 한고개 넘어서면 바로 두릅이 있는 밭이었다. 산주는 외지에 가 있고 동서가 관리 차원에서 주인의 허락하에 몇 년전에 두릅을 심었다는데 밭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두릅나무가 여기저기 듬성듬성 있는 것으로 보아 관리를 옳게 해주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모양이었다. 야생 두릅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내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환호를 지르며 두릅을 따기 시작했다. 아내의 선견지명으로 우리는 동서네 장화를 빌려 신고 와서 경사진 산을 어렵잖게 움직일 수 있었다. 장갑과 낫도 아내가 챙겼다. 낫은 녹이 안슨 것 한 개 뿐이었다. 어릴적부터 산골에서 자란 아내는 농삿일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산나물 캐는 것도 남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능숙하였다. 가져간 비닐 봉지에 두릅이 금세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두릅을 땄으나 아내와는 비교도 안되었다. 처음엔 봉지를 들고 아내 옆에 서서 아내가 딴 두릅을 받아 넣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아내가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빨리 따라고 하는 명령조에 어쩔수없이 두릅을 땄다. 하지만 두릅 따기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두릅나무에는 가시가 박혀 있어 낮은 것은 그런대로 딸 수 있었지만 키보다 높은 쪽의 두릅은 따기가 까다로웠다. 나는 느릿느릿 두릅을 땄다. 누군가 앞서 두릅을 한번 채취해 간 흔적이 있었던 것 같고 두릅 크기가 작은 것은 따지 않았다. 나무를 잡고 딸 적에는 가시에 찔려 흠칫 놀라 나무를 놓치기도 하여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아내는 내가 봐도 숙달된 조교처럼 정말 잘도 따고 있었다. 손으로 두릅목을 싹둑 가볍게 꺾는가 하면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은 낫으로 두릅목에 걸어 살짝 당기면 밑으로 톡 떨어졌다. 머리위 훨씬 높은쪽에 있는 것은 낫으로 나뭇가지를 끌어당겨 고정시킨 뒤 땄다. 나도 즉석에서 아내의 방법을 터득하였다. 썩은 나뭇가지를 잘라 갈고리 형태를 만든 뒤 낫 대용으로 이용하였다. 내 봉지에도 두릅이 조금씩 채워졌다. 산 계곡 아래쪽에서 가축 분뇨 냄새가 훅 끼쳐 왔다. 아내도 냄새를 맡았는지 구시렁거렸다.

   - 이 골짝에 환경 오염 조사 해봐야겠구먼. 냄새 참말로 지독하네. 여기에 쓰레기도 막 버려놨네. 양심도 없어. 사람들이 왜 그러꼬? 정신머리가 우째 됐는기라.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막상 산에 올라와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등산을 자주 다니는 아내는 그런 것을 적지 않게 보아온 터라 푸념을 늘어 놓는 것이었다.

   아내는 구시렁거리면서도 두릅을 계속 땄다. 입과 일손이 각각 따로 노는 것 같았다.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 손은 두릅을 따고 있으니 언뜻 헷갈리는 대목이기도 했다. 한참만에 아내의 입은 수그러들었고 동시에 두릅 따는 것도 멈추었다. 아내와 나는 산 언덕바지에 앉아 두릅을 다듬었다. 두릅 잎새 속에 둥근 알같이 생긴 까만 벌레가 붙어 구물거렸는데 아내도 이런 벌레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내가 딴 두릅은 비닐 봉지에 가득 넘쳤다. 나보다 세배 정도되는 양이었다. 아내의 거름손이 위력을 발휘한 셈이었다.

   두릅을 두 봉지에 고르게 담은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내는 산이 좋아 산에 살고 싶다고 했다. 산에 오면 공기 좋아, 수풀이 좋아, 풀냄새, 꽃향기, 새소리 할 것 없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골치 아픈 일들도 산에만 오면 모든 것이 풀리고 맘이 편해진다고. 나보고 산에서 살 맘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아내의 말에 그래, 나도 좋아, 응, 좋지, 좋아 하고 건성으로 대꾸했다.

   점심때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봉지를 한 개씩 들고 산을 내려갈 준비를 했다. 내가 앞장서서 내려가려는데 아내가 어디 가까운데서 더덕 냄새가 난다며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동서네가 기다릴지도 모른다며 그냥 내려가자고 하자 아내는 봉지를 내게 맡기고 잠깐이면 된다고 기다리란다. 나는 혼자 내려가기가 뭣해서 그 자리에서 봉지를 들고 서있었다. 잠깐이라고 하니 그냥 서있을 요량이었다. 내게도 더덕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몇초가 지났을까. 갑자기 산이 적막해지는 감을 느꼈다. 새소리도 안들렸고 주위가 고요했다. 내가 내뿜는 숨소리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아내가 옆에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어떤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여보! 하고 외쳤다. 여보, 여보오, 여보! 연달아 불러 보았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보를 몇번 더 외쳐 보았다. 대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두릅이 든 봉지를 털썩 내려놓았다. 멀리 가지 않았을 터인데 왜 대답이 없을까? 이 정도 큰 음성이라면 얼마든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한데 주위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다시 아내를 불렀다. 여보, 여보! 여보오! …. 역시 대답이 없었다. 별안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를 찾아 보려고 했으나 길이 엇갈릴지도 몰라 망설여졌다. 사방은 더욱 고요하여 무거운 침묵만이 맴돌았다. 바람도 불지 않았고 아까 전에 들렸던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의 외침에 대한 메아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의 외침을 그대로 몽땅 산이 흡수하는 것 같았다. 어떤 답도 주지 않겠다는 고의가 있는 것처럼. 온 신경이 곤두서면서 긴장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더 이상 이대로 서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허급지급 아내를 찾기 시작했다. 여보를 외치면서 숲 속을 헤쳐 나갔다. 마치 수영장에서 서툰 초보자가 물장구를 마구 튀기면서 헤엄을 치듯이.

  그렇게 얼마를 헤매었을까. 전신이 땀범벅이 되었다. 옷이 후줄근히 젖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 쉬었다. 가슴이 쿵닥거리고 혈압이 올라가는 듯 했다. 땀과 열기로 온몸이 달아 올랐다. 방향 감각도 없이 숲속을 허우적거렸다. 아내의 휴대폰을 수없이 눌렀지만 응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벌써 오후 한시를 지나고 있었다. 두려움이 공포감으로 변하면서 무서운 전율감마저 느꼈다. 더 이상 숲 속에서 지체해서는 안되겠다는, 어서 내려가 동서네 도움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신없이 산을 내려와 동서네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동서네는 그럴 리가 있느냐고 가까운 야산인데 처형이 산을 잘 타니까 곧 내려올거라고 했다. 그러나 한식경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동서네와 같이 산을 올랐다. 하지만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어 갔다. 동서네도 이상한 일이다, 무슨 일이 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서네는 이 야산은 동네 인근에 있어 지리가 훤한 곳인데 아내가 길을 잃을 리는 없을 건데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해가 저물도록 찾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동서네는 무슨 사고를 당한 것인지 모른다며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했다.

   사고 접수를 한 경찰서에서 이튿날 아침 현지에 도착하여 나에게 어제의 상황을 자세하게 물었다. 나는 사실 그대로 얘기해 주었다. 경찰은 의경대원 수십명을 동원하여 산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동서네와 일부 마을 사람들도 수색 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수색을 시작한 지 몇시간이 지나도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그날 하루는 그렇게 아무런 소득도 없이 지나갔다. 나의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튿날도 아내에 대한 소식은 없었다. 단서가 될만한 흔적은 찾지도 못했다. 사흘이 지나고 나서 경찰은 장기화에 대비해야 될 것 같다며 일단 철수를 했다. 그리고 나를 의심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단 둘이 산에 가서 두릅을 딴 뒤 그토록 짧은 시간내에 아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투였다. 아내를 그토록 애틋하게 사랑한다는 사람이 여자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것이 말이 되느냐, 깊은 심산계곡의 산도 아니고 동네 인근의 얕은 야산에서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아니냐 등등의 신문조 같은 말을 하고는 돌아갔다. 나는 어이가 없어 화가 나기도 했지만 뚜렷하게 반박하지도 못했다.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 사실을 경찰이 믿어주리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인지 몰랐다.

   낙담한 채 일주일가량 동서네 집에 기거해 있었는데 하루는 꿈 속에서 아내가 나타났다. 아내는 미소띤 얼굴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 여보. 내 걱정은 말아요. 나 여기 잘 있어요.

   - 거기가 어딘데?

   - 여기요? 천국이예요, 하늘나라. 하느님께서 특별히 날 불러주셨어요. 그날 산에서 두릅을 따는 내 모습이 귀여웠나봐요. 당신도 함께 왔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분의 뜻이니 어떡하겠어요? 하지만 당신도 데려다달라고 간청하며 기도하고 있으니 기다려줘요. 당신도 머잖아 이곳에 올지 몰라요. 그럼 여보 다음에 또….

   붙잡으려고 달려갔지만 아내는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아내를 부르며 허공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눈을 떴다. 동서네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달려왔다. 내가 외치는 소리에 잠을 깬 모양이었다. 아내의 꿈 얘기를 하자 동서네는 너무 신경을 써서 그렇다고, 맘 편히 가져라고, 어디 멀리 가지는 않았을거라고, 곧 돌아올거라고 어서 잠이나 한숨 푹 더 자라고 했다.

   나는 입을 옷가지를 챙길 요량으로 집으로 왔다. 집을 비운 시간이 일주일 남짓했지만 가기전 그대로 집안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동서네에 갔다 와서 할 거라던 말을 되새기듯이 싱크대에 미처 설거지를 하지 못한 식기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방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화장대, 장롱 등에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도둑이 들었는가 싶어 점검해 보았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대문과 방문 출입구, 창문 등에는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다. 나는 아내의 물건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샅샅이 찾아 보았으나 이상하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집나간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몽땅 챙겨 갖고 나간 듯이. 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어젯밤 아내의 꿈, 오늘 집안에서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경찰에도 이러한 정황을 얘기했지만 집에 와서 조사를 해보고는 자기들도 뭐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만 했다. 나를 의심하는 듯한 눈치는 여전하였다. 화가 났지만 그대로 터뜨릴 수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을 누가 믿어 줄 것인가. 아내를 잃은 상실감으로 정신적으로 지쳐갔다.

   가까운 지인에게 얘기해본들 속 시원하게 받아주는 사람도 없고 혼자 속으로 삭이는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그러나 그냥 우연히 내게 닥친 불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서 이렇게 글을 올려보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닥쳐온 이 어이없고 황당한 일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과연 믿어줄 것인가. 그리고 이 기이한 사건에 대해 명확히 답을 줄 사람은 있을 것인가. 이것이 어쩌면 성경에서 말하는 휴거인가. 아내는 한동안 성당에 열심히 다니다가 몇 년째 쉬고 있는데 그에 대한 벌로 하늘로 징발당한 것은 아닌가. 오만가지 잡념과 상상의 나래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궁극적인 해답은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나로선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정말이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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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湖千秋 |  2014-06-10 오전 12:26: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이지 애매몽롱한 골때리는 사건이군요.
시간의 틈바구니로 빠졌다면 핸폰이든 반지..틀니같은 것은 남겼을 건데(스티븐킹)..건 아니겠고....
두릅이나 더덕등 식물을 가차없이 훼손하여 산신령이 열받아서 손 봤을리도 없고ㅋㅋ
존재하던 아내물품까지 덩달아 사라졌다니...
혹시 작가야말로 그러니까 작가 혼자만 異界로 풍덩한 것은 아니신지...^^
장주지몽 호접여 호접지몽 위주여..
정말이지 뭔 연고인지 내도 고거시 알고잡다....  
그냥조용히 |  2014-06-10 오전 9:34: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과선생 픽션을 넌픽션 처름 쓰면 독자들이 놀래잖아요!!  
동래한량 |  2014-06-12 오전 11:18: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희안한일이 벌어졌네요^^^믿어야하나?말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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