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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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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의 비밀
2014-03-30 오후 1:13 조회 9082추천 11   프린트|스크랩



   S노인의 나이는 올해 만 75세.

   부인과의 성관계를 접은지는 십년이 넘었다. 낯선 여자를 보면(아무리 젊은 여자라 할지라도) 여자로 보이지 않을 만큼 성감대가 퇴화되어 있었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터였다.

   요즘 젊은 세대들도 바쁜 일상과 술, 스트레스 등으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말이 있지만 S노인의 경우는 노령으로 인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간혹 노인들의 성관련 삼각관계 사건을 보노라면 예외적인 일로 생각하고 자기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냥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며 적당한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었다.

  의술로 노인들의 성관계를 젊은이 못지 않게 회복시켜 준다고도 하지만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 TV 의학 상담 코너에 알아본 바 남성 확장 흡입술의 경우 자동차 한 대 값인 기천만원이라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은 돈이 지배한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돈만 있으면 차 정비하듯이 사람의 몸도 정비하여 얼마든지 젊음을 만끽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없는 놈은 없는대로 살아야지 어쩔 것인가. S노인은 그렇게 체념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에 참으로 이상하고도 의외로운 일이 일어났다.

   아니 오늘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젯밤 열한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에 잠이 깼으니까.

  꿈을 깬 상태에서 느낀 것은 아랫도리의 물건이 팽창해 있다는 것이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제법 딱딱하였다. 성욕도 느껴졌다. 근간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황당하기도 하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은근히 어떤 자신감마저 생겼다. 젊음이 돌아온 것일까. 그런데 언뜻 방금 전 꿈속의 일이 생각났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지난 일은 기억이 몽롱한데 좀 전의 꿈은 아직도 생생하였다. 필시 그 꿈 때문에 자신의 물건이 튼튼해졌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몽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꿈 속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어느 때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무슨 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 국기가 게양되는 것을 보고 애국가를 불렀는데 그때 자신의 물건이 팽창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감지했다. 애국가를 끝까지 다 부른게 아니고 이상하게도 첫 소절만 되풀이한 것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뒷 소절은 아예 불러지지 않았고 첫 소절만이 고장난 CD처럼 그의 입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음절을 반복할수록 정비례하여 그의 물건이 팽창의 도를 더해 간 것이었다. 팽창의 정점에 도달할 즈음,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떴고 자신의 물건이 팽창해질대로 커져 있음을 안 것이었다.

   그는 거실의 불을 켜고 팬티 안을 살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커져 있는 물건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물건은 아직도 탱탱하게 버티고 있었다. 안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 부인은 잠에 흠뻑 빠졌는지 코고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이 희소식을 마누라에게 전해줘야 하는지 난감하였다. 그러나 잘못하면 주책 바가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어서 단념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팽팽했던 물건은 조금씩 수그러들면서 평상시 모양으로 되돌아갔다. 노인의 평상시 물건은 말 그대로 김빠진 맥주, 공기빠진 풍선처럼 볼 품 없는 것이었다. 뼈없는 닭발, 늘어진 창자같이 힘대가리 없이 퍼져 있었다. 뼈없는 닭발이야 술안주감으로 먹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부부관계에는 뼈처럼 단단한게 있어야 쓸모가 있을 것이었다.

   한데 애국가의 첫 소절을 불러 물건이 커졌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중대한 발견이었다. S노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애국가의 가사에 무슨 의미가 있었던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그때 퍼뜩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가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 무릎이 닳도록 작업을 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 옛날 신혼시절 시골의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딱딱하기만한 장판 바닥 위에서 무릎이 닳다 못해 까지도록 용을 썼던 일이 생각났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였으니까. <무릎이 닳도록>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 그렇다. 분명 연관이 있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었다. 끝까지 죽을 힘을 다하면 못 이룰 것이 없으렷다.

   그런데 또 한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애국가 첫 소절을 불러서 왜 물건이 커졌는가 하는 것이었다. S노인은 잠시 골몰하다가 그 원인의 하나라고 여겨지는 것을 곧바로 생각해 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은 바로 남녀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백두산은 남자, 동해물은 여자를 일컫는 것이라고. 우뚝 솟은 산은 남자의 상징이요 땅위를 흐르는 물은 여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산과 물이 만났을때 대자연의 조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던가.

  S노인은 마치 대발견이라도 한 듯이 무릎을 쳤다. 그 무릎이, 무릎이 닳도록 힘을 썼던 그때 그 상황이 꿈속에서 애국가의 첫 소절로 그에게 나타난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S노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몸이 근질거렸다.

   S노인은 비디오 가게로 달려가서 올림픽과 관련된 스포츠 영상물을 찾았다. 가게 주인은 정부에서 대민 홍보용으로 보관하던 것을 어렵게 구해 주었다. S노인은 집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비디오 영상물을 틀어 보기로 하였다. 무슨 성인 비디오도 아닌 스포츠 영상물을 비밀스럽게 본다는 것이 이상하긴 해도 노인은 확인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꿈속의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인가. S노인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외국의 어느 운동장에서 개회식을 시작으로 각국의 선수들이 입장하는 장면, 각 경기의 시작과 경기과정을 편집한 장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 등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 전사들이 우승하여 시상대에 서는 장면이 나왔다. 간단한 소개 멘트가 끝나고 태극기가 게양되기 시작했다. 애국가 전조음이 울려 나왔다.

   그때 S노인의 가슴에 뭉클한 무엇이 차올랐다. 애국심. 국가에 충성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이었다.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물건 밑에서 싹이 움트듯 뭔가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애국가의 첫 소절에 해당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 나오자 갑자기 S노인의 물건이 커지고 있었다. 멜로디에 반주하듯 그렇게 팽창해지는 것이었다. S노인도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이 믿지 못할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떤 성인 비디오 못지 않게 그것은 S노인을 자극하고 있었다. 꿈속의 일이 정말 현실이 되고 있었다. 자신의 물건이 팽배해진 것은 어쩌면 주인인 자신을 향한 충정심의 발로일지 몰랐다. 주인의 뜻을 헤아려 자연스럽게 움직인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다음 소절로 넘어가자 팽창했던 물건은 서서히 제자리로 되돌아 왔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면 여지없이 자신의 물건이 불뚝 일어서는 것이었다. S노인은 다시 한번 비디오를 보았는데 거의 비슷한 증세가 나타났다. 반복해서 보려 했으나 밖에서 외출했던 부인의 인기척이 나 중단하고 말았다.

   S노인은 그런 정황이 자기만 느껴지는 것인지 궁금하여 하루는 친구 녀석을 불러 비디오를 틀었다. 친구 녀석은 별 재미도 없는 이런 걸 틀어 놓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또다른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S노인은 이런 기이한 상황이 자기에게만 해당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어쨌거나 S노인은 우연찮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견한 것을 고이 간직하고 집안에서 오랫동안 각방을 쓴 부인과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부인은 처음엔 주책 바가지인양 투정을 부리다가 남편의 진정한 용기에 감읍하여 웃음을 띠기 시작하였다. 한때나마 황혼 이혼까지 생각한 자신을 나무라면서 요즘은 하루 건너 마트와 시장에 나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아낌없이 장만하였다. 돈을 아끼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아낄 필요가 없었다. 영감의 회춘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으랴.

   S노인은 그동안 받았던 늙음에 대한 설움을 씻고 고령화시대에 나같이 복받은 사람은 드물거라고 생각하였다.


   오늘도 S노인은 스포츠 영상물 속의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나오기 시작하면 애국심과 함께 성욕이 불끈불끈 솟는 것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청춘을 되돌려 준 애국가의 첫 소절을 힘차게 읖조린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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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마음 |  2014-03-30 오후 6:56: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 꾸욱누르긴 했지만 좀 ㅎ  
곰소가는길 |  2014-03-30 오후 11:06: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불끈 솟아오르는 열정 없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 열정에 까악 누르장.  
우리세상^^ |  2014-04-01 오후 9:32: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칭구 과메기님의 글 잘보구갑니다 . 나두오늘부터 애국가 부르잣..ㅋ  
따라울기 |  2014-04-01 오후 10:51: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동해물과 백두산이... 우와!!  
팔공선달 |  2014-04-03 오전 11:46: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입니다^^  
모닥불연가 |  2014-04-05 오전 7:26: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열정으로 목이 터지도록 함 불러 보장~~~~~~~~~잘보구 갑니대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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