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수업 첫 시간, 교실에 들어서는데 교실 한쪽 구석에서 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다가 놀란 듯이 흩어졌다. 여학생들은 따로 모여 수군대고 있었고 묘한 웃음을 띠고 킥킥거리는 축도 있었다. 아이들이 흩어진 구석진 자리에 박정섭과 길상영이 바지춤을 추스르고 민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녀석들의 얼굴을 둘러보니 초등학교 4학년치고는 꽤나 성숙된 모습들이었다. 교실내에서 사소한 일들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그러나 좀전의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들도 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것 같아서 그냥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성싶었다.
일단 반장인 이영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반장은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반장의 씩씩한 목소리가 교실을 울릴 듯이 나올 것이었는데, 오늘은 반장의 입이 제대로 열려지지 않았다. 나의 궁금증은 더해 갔다.
무슨 일이냐구?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반장은 한참 뜸을 들인 뒤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그게… 정섭이와 상영이가요….
반장은 끝말을 맺지 못하고 뒤쪽을 흘끔거렸다. 정섭이와 상영이는 책상에 얼굴을 처박은 채 엎드려 있었다.
박정섭이! 길상영이!
나는 두 녀석을 호명했는데 녀석들은 그래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주억거리고 있었다.
앞으로 나오라니깐 뭣하고 있어? 선생님 성질 건드릴 거야? 앙?
나의 다그침에 그제서야 두 녀석은 비실비실 앞으로 기어 나왔다.
무슨 일이야? 둘이, 무슨 일 저질렀어?
…….
왜 대답이 없어? 혼나야 되겠어? 앙?
나의 격앙된 다그침에 반장이 거들었다.
선생님, 걔들이 잘못한 건 없는데요.
그럼, 잘못한 게 없다면 왜 죄지은 사람처럼 그래?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털 때문에 그랬어예 하는 소리가 들렸다.
털이라니? 무슨 털? 털이 우쨌다는 거냐?
그기 아니고요, 고추에 터래기가 났어예.
나는 속으로 찔끔했다. 녀석들이 여선생인 나를 놀릴 요량으로 지원사격을 가하는 것 같았다. 고추에 털이 났다? 남학생이니까 어쩌면 성장과정에서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을 터인데,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동료 간에 화제거리가 되었다면 한번 짚고 넘어갈 일이었다. 더구나 요즘 성문제로 워낙 사회가 시끌 복잡하니 교실내에서의 성과 관계되는 일은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었다.
고추에 털이 난 것은 분명 성문제와 관련된 일이다. 깊이 있는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 울타리에 속하는 일이다. 외곽부터 단도리를 잘해야 다음 단계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털이 어떻게 났다는 거야? 반 애들이 그걸 봤다는 거야?
예, 선생님. 반 애들이 호기심조로 봤습니다.
반장이 대답했다.
반장도 봤어?
예, 저도 봤습니다.
여학생들은?
여학생들은 안봤습니다.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을 아이 취급해 온 내가 이제 이 문제를 여하히 처리할 것인가. 그런데 고추에 털이 난 것을 정섭이와 상영이 두 녀석이 왜 보여 주었을까. 보여 주지 않았다면, 혼자만 알고 있었다면 될 터인데 어째서 그걸 보여 주었단 말인가. 그걸 캐물어 봤자 별 소득없는 일일 것이었다. 한데, 정섭이 녀석이 한마디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요, 안 그래도 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보려고 그랬는데요. 저는예 머리카락 한 개 밖에 안났는데요. 상영이는 잔디밭 같아예. 우째서 그런 긴지 궁금하거든요.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대답하면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선의 방법은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결정할 일이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내가 확인해 보는 방법 뿐이다. 정섭이와 상영이를 양호실로 데리고 갔다.
양호선생의 입회하에 녀석들의 비밀을 확인하였다.
● 정섭이의 비밀
녀석의 살갗은 매우 하얗고, 고추 밑에 살짝 숨은 듯이 한줄기 기다란 털이 돋아나 있었다. 털이라기보다 과연 머리카락을 한올 뽑아 붙여 놓은 듯이 보였다. 정말 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 양호선생이 당겨 보았는데 정섭이 녀석이 아프다고 소릴 질렀다. 누가 봐도 신기하고 희한한 모양이었다. 조물주의 신비스런 조화여! 그것은 언젠가 TV에서 어느 절의 부처님 귓밥에 생긴 묘한 풀잎 소동을 연상시켰다. 그때 그 절의 스님은, 인도에서 삼천년 만에 피는 우담바라라고 광고를 했는데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뒤에 알고 본즉 그것은 잠자리의 유충이라는 것이 밝혀져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 있었다. 어쩌면 우담바라와 잠자리의 유충이 혼합되어 정섭이의 흰 살갗에 환생한 것은 아닐까. 정섭이의 얼굴은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었다.
● 상영이의 비밀
녀석의 살갗은 흰 편은 아니었으나, 녀석의 고추는 많이 성숙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이성을 느낄 정도였는데 녀석의 고추 주변으로 적잖은 털이 까맣게 분포되어 있었다. 마치 잔디밭에 솟아난 고인돌 같다고나 할까. 이것 또한 조물주의 신비스런 조화임에 틀림없었다. 돌연변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양호선생도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섭리를 녀석들이 감당하기엔 힘겨울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사회는 빠르게 변해 가고, 녀석들의 몸도 빠르게 변모해 갈 터인데, 우리들의 정신머리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법리에 얽매여 있지는 않는지. 개방되고 발전적인 성교육으로 신의 뜻대로 살기를 기원하고픈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그래, 오늘도 우리 교실 아이들이 감옥에 갇힌 새가 아니라, 학업에 갇힌 한 마리 나약한 유충이 아니라 자신의 굴레를 과감히 박차고 대자연이 부르는 세계로 뛰쳐 나가기를 기도하자.
머리카락의 갈기를 휘날리고, 잔디밭에서 포효하며 뒹구는 야생마와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