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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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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입니다
2012-01-04 오후 7:45 조회 10314추천 7   프린트|스크랩



  내가 개라는 것은 나의 이름을 보면 먼저 알 수 있다.

  성은 동(董), 이름이 개(介), 합쳐서 동개(董介)이다. 몇 번 부르다 보면 똥개로 들린다.

  똥개. 사전에는 똥을 먹는 잡종 개라고 적혀 있다. 나는 수시로 똥을 누지만 어쩌면 똥을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똥을 먹을 수 있는 속성을 지녔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옛날에 똥을 먹으면 돈 백만원을 준다는 내기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도 그런 내기를 하면 똥 먹을 사람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돈으로는 안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니까. 똥개의 다른 해석을 보면 주인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순한 동물로 인식되기도 하고 똥개가 여러 마리 단합하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똥개는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천하게 소통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스스로 개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오십년 넘게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나에게 개의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너무나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사실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속하니까 인간이 개의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면 크게 반발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개와 인간은 애완견으로 혹은 보신용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보신용의 개다. 하지만 보신탕 집의 개도 오히려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온 몸을 희생하여 인간의 보양식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먹기에 앞서 숙연한 마음으로 예를 표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장기 이식같은 것은 하고 있지만 자신의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의 건강을 챙겨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얼마전에 태아의 태반을 가공하여 건강식품으로 유통시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것은 엄연히 불법이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죽음을 경각에 두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남의 생명을 건져 준다면 그것은 살신성인의 귀감이 될 것이다. 보신탕 집에 갈 때마다 개에게 배울 점이다. 물론 다른 육식 동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탈을 쓰고 고상한 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개와 다르다고 짐승과 다르다고 고상한 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견지에서는 다른 사람은 정말 별다른 흠이 없어 보인다. 그 사람의 내면에 들어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죽 살아온 바에 의하면 나처럼 그렇게 추한 부분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내가 내 이름에 걸맞게 살아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새삼스럽게 작명의 중요성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내 이름이 똥개처럼 불리워졌듯이 내 인생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살아온 셈이다. 지금도 그렇다. 나이가 들면 철이 든다고 하지만 술 한잔 먹으면 술 먹은 세계에서 또다른 행동이 돌출된다. 개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행동하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인간 내면의 본성은 개와 다름 없다는 것이 여실히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의 우월성을 동물 앞에서 주절대는 것이 낯 간질러울 따름이다. 차라리 네발 가진 짐승처럼 그들과 교우하는 것이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 도대체 그들과 무엇이 더 낫단 말인가. 감정과 이성, 야성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술이 취해 전봇대 옆에서 다리 한쪽을 들고 볼일을 보았다는 동료의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마침 그때 그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단속반원을 감지하고 어쩔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한쪽 다리를 들고 볼일을 보았다는 것이다. 단속반원이 다가와서 그에게 과태료 고지서를 끊으려고 하자 친구는 항의를 하였다.

  - 여보시오. 나는 지금 한쪽 다리를 들고 있잖소. 한쪽 다리를 들고 볼일을 보면 개와 다름 없잖소. 개에게 과태료를 매긴다는 얘기는 못들었소. 당신이 지금 현장에서 보고 있는 바가 아니오?

  단속반원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친구의 동작을 영상으로 남겼다.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한 근거를 남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그 영상 자료가 단속 근거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한쪽 다리를 들고 볼 일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한쪽 다리를 들게 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증명한 사례로 취급하였다. 과태료가 겁이 나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인간의 속성이 개와 별반 다름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역사회에서 고상한 품격을 갖춘 인격자로 소문이 자자하던 차에 어느날 동창회 모임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앞의 예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개의 본능이었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이었는데 친구 한녀석이 모임에 들어오라고 몇 번 권하던 차에 처음으로 간 자리였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녀석들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였다. 남자가 일곱, 여자가 다섯이 모인 조촐한 모임이었다.

  놀랍게도 그 곳에서 나는 어릴 적 연모하였던 동창을 만났다. 이름은 정수아. 정수아는 반은 달랐지만 같은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웠었다. 그날 즐거운 나머지 술이 잘도 넘어갔다. 즐겁고 기쁜 날 술은 술이 아니라 맛있는 음료수였다. 금새 취기가 올랐다.
  내 앞쪽 왼편에 앉은 정수아는 옛날 어린 시절 내가 열렬히 사모하였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이제는 더욱 성숙해진 중년 여인의 맵씨가 돋보였다. 그녀도 나의 심중을 아는 듯 했다.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다. 눈길이 서로 몇 번 마주쳤지만 그녀는 일부러 피해갔다. 술 기운 탓인지 동창의 벽을 넘어 어느덧 그녀를 한 여성으로 흠모하였다. 마음만으로는 안되겠다는, 행동으로 무언가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는 소주잔을 들고 일어나 그녀 옆으로 다가가 술을 권하였다. 그녀는 술을 잘 못한다면서 사양하였다. 그녀의 그런 행동이 더욱 불을 질렀다. 어린 시절 개구쟁이였던 버릇이 발동되었다. 나는 소주잔을 들고 흥얼거렸다.

  - 넌 내 첫사랑이었어. 사십년이 넘도록 널 잊지 못했어. 너도 날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구. 널 가지고 싶어. 아니 넌 내꺼야.

  모양새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술에 만취한 취객이 낯선 여자에게 추근대는 양상이었다. 주변의 동창생들은 희희덕거리는 축도 있었고 여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 모임을 주선한 친구가 안절부절하였다. 왜냐하면 정수아의 남편이 함께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수아는 공교롭게도 동창인 김정웅과 결혼한 엄연한 유부녀였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웅은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그런 사정을 알 수 없는(아니 알았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술이 거나하게 취한 나는 오로지 정수아에게만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아내에게 느낄 수 없는 사랑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아니 개의 발정기 같은 음탕한 욕정이었다. 나는 정수아를 끌어 안을 듯이 몸을 밀착시켰다. 볼에 얼굴을 가져가 맞대이려는 순간,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나꿔채었다. 곧이어 내 뺨에 사나운 따귀가 가해졌다. 눈 앞이 번쩍하였다. 김정웅이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 야 이 자식아! 돌았나? 술 처묵고 정신이 완전히 갔는가베. 내 마누라한테 무슨 지랄이고?

  술이 확 깨졌다. 김정웅이 나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 바람에 내 안경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경을 찾으려고 엉거주춤 엎드려 더듬거렸다. 그랬다. 나는 바로 개였다. 네발로 기어다니는 개. 친구의 부인을 탐해 욕정을 발산한 한 마리 개였다. 개의 속성은 암컷을 보면 꼬리를 치며 달려드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없다. 술이 사람을 개로 변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경우에는 겉은 사람의 형상이고 속은 개의 구조를 가진 것 같다. 술 탓으로 돌리기엔 나의 두뇌는 이미 개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게 분명하다. 네 발로 바닥을 기어다니는 모양새가 너무나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술취한 개는 잃어버린 안경을 찾으려고 멍멍거리며 술집 바닥을 헤매었다.내 몸도 어느새 정말로 누런 털 모양의 똥개로 변하여 혓바닥을 연신 날름거렸다. 마치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늑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동창회 모임에서 개로 변해버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동창들은 똥개로 변해버린 나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손님들도 사람이 개로 돌변한 이 신기한 모양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술집 주인도 달려와 이 기괴한 광경을 목도하였다. 장사를 이십년 넘게 했지만 사람이 개로 변한 것은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내 이름에 걸맞은 똥개가 되어 눈동자를 해롱거리며 술집 바닥을 하염없이 헤집고 다녔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12-01-05 오전 11:22: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해에도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__)  
화수분5 |  2012-01-05 오후 12:51: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즘 세상에 개는 양반입니다..개만도 못한 인간이 어디 한두마리랍디까??지천에 널려있는게 그런 인간인 세태인것을..  
화수분5 개도 개나름이다만..근데 제발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개는 돌연변이 개지요..개같지도 않은 개가 스스로를 개취급하는 것이 개같은 인간들이 보기에 참 개같습니다 그려..ㅎㅎㅎㅎ
화수분5 양놈들의 새해다만서도..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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