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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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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별곡
2011-04-28 오전 6:55 조회 7496추천 8   프린트|스크랩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먹장구름이 덮이는가싶더니 기어코 후두둑하고 아스팔트를 두들겨댔다. 사람들이 바쁘게 뛰기 시작했다.

  운동화, 고무신, 구두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가장 정숙하게 움직여야 할 젊은 여자의 하이힐이 놀란 토끼처럼 뛰고, 심지어 굽 높은 샌들까지 뒤죽박죽이 되면서 날뛰고 있었다. 자동차까지도 더욱 바쁘게 도망가는 듯싶고, 지금껏 슬슬 움직이고 있던 모든것이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펄떡거리는 것을 보고 그는 속으로 마구 껄껄거렸다.

  변덕스러운 여름철인 줄 알면서 우산 하나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시내 중심가로 나와 빈들거리다가 비를 맞을세라 길길이 뛰는 꼬락서니라니. 은근한 쾌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럴때를 대비해서 비닐과 우산을 준비해왔었고, 조금전에는 비닐로 그의 앞에 놓인 신문 판매대를 덮었다는 일종의 자랑스러움이 스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빗방울이 떨어질때마다 도로 위에 쌓여있던 먼지가 뽀오얀 연기 자국을 내며 피어올랐다. 빗방울은 우박 크기만 해서 하늘의 먹장구름과 함께 중압감을 더해 주었다.

  순식간에 도로는 비에 흠뻑 젖었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넓은 도로를 꽉 메우고 지나가던 사람의 물결과 자동차의 행렬이 깜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도대체 어디로 다들 숨어들었을까. 땅속으로 파고 들었을까, 아니면 하늘로 증발이라도 한 것일까. 그의 마음속에는 신기하게 느껴져서 가벼운 흥분마저 일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의 한 귀퉁이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얼굴을 내밀었다.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땅바닥으로 처박을 듯이 숙이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목 이하만 보고 있다가 두개의 발이 그의 앞에 멈추어서면 어쩔수없이 고개를 들었을 뿐이었다. 땅속이 종국에는 그가 들어가 누워야 할 보금자리로 생각하고 일찌감치 땅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하려는 듯이. 죽은 사람의 망령이 땅속에서 무어라고 그를 부르고 있는 듯했고, 빗소리와 합주되어서 기묘한 음향을 발산하고 있기도 했다. 실수를 하는 때도 있었다. 발이 그의 눈 앞에서 멈추는 걸 보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발 주인은 이쪽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서성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는 오히려 무안을 당한 듯이 더욱 밑으로 머리를 쑤셔박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의 모습은 자라가 두꺼운 갑옷 속으로 숨는 형상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태풍이 지나간 뒤의 정적과도 같은 적막감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으므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쳐들었다. 눈앞의 고요함은 그에게 말할수 없는 자신감을 주었다.

  비는 도로 위에 끊임없이 내리고있었고, 쏴아- 쏴아- 하는 목욕탕의 샤워소리 같은 빗소리는 그의 속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쓸어주는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바람처럼 종적을 감추었던 사람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우산을 펼쳐들고 하나 둘 아스팔트 위로 등장하고 있었다.
  그를 더욱 난처하게 만든 것은 꼬마녀석 하나가 옆구리에 비닐우산을 한아름 안고 도로 저쪽편에 황야의 무법자처럼 나타난 것이었다. 일종의 공포감마저 들었다. 그는 조금씩 떨기 시작하면서 밖으로 내밀었던 얼굴을 거두어들였다. 녀석은 얄밉게도 그가 앉은 바로 앞쪽에까지 왔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우산이여어 우사-안, 오백원이요 오백원. 우산 오백워-언. 우산 사요오.”

  그가 앉은 자리는 바로 교통의 요충지였다. 사거리의 커브길 옆이어서 사람의 통행이 많았고, 그래서 그곳에 신문 판매대를 설치했었던 것이다. 그 부근엔 다른 신문팔이는 없었다. 동업자가 나타나 그 일대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종의 묵계처럼 되어있었다. 한 곳의 신문판매대가 자리한 곳에서 적어도 백미터 이상은 떨어져야 새로운 신문판매대가 놓일 수 있는 것처럼 되어있었다. 이러한 규율은 이상하게도 잘 지켜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신문사측에서 보면 신문 판매부수를 늘리는 최일선 대원이었고, 본의아니게 거리를 주름잡는 조직의 일원처럼 보이게 된 것이었다. 이와같이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음에도 지금 저 꼬마녀석에 의해 그의 세계가 심히 흔들리고 있었다.
   -으음. 그는 엷은 신음을 발했다. 녀석이 하필이면 그의 바로 옆쪽에 붙어서서 마치 잘 훈련된 개처럼 만들고있는 것일까. 주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낑낑거리며 앉아있는 개. 그는 그런 비참한 생각까지 들었다.

  녀석과 그는 동종의 업이 아니므로 서로의 영역을 고수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녀석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비오는 날은 신문팔기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비닐로 덮은 신문은 전시 효과가 거의 없어 구매욕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또한 장마가 며칠씩 계속되면 신문은 미처 다 팔리기 전에 새로운 하루,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어 못다 판 신문은 그야말로 구문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번 이런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 내리는 비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녀석의 우산은 보관해 놓았다가 뒷날 다시 팔수가 있으므로 이런 몇가지 이유로해서 녀석은 그보다 우위에 있었다.
  바늘 방석에 앉은 것처럼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사람이 그의 앞에 멈추어주었다. 그는 반가와서 시선을 위쪽으로 옮겨갔다. 단골손님인 중년 사내였는데 빙긋이 웃고있었다. 그도 따라 미소를 짓고 약속이나 한 듯이 몇가지 신문을 챙겨주었다. 이런 단골 손님을 만나면 무한히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중년 사내는 신문을 수집하는 취미를 갖고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단골 손님을 맞아 꼬마녀석에게 생색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가만히 앉아 찾아오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에 불과했으나 꼬마녀석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치며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우쭐대고 싶은 심정은 별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그는 다시 그의 껍질속으로 목을 움츠려들었다. 두눈만 밖으로 내놓은 채 신문 판매대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응시했다. 신문 화보의 여배우가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성욕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 번개가 일었고 뒤이어 천둥이 지축을 흔들었다. 그의 성욕은 곧바로 쑤욱 기어들어가고 말았다. 하늘의 자연현상과 꼬마녀석의 목소리와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를 완전 포위하여 숨도 못쉬게 만들고있다고 생각했다. 그라는 존재는 한낱 허공에 불과하고 외부의 잡것들이 그의 속을 들락거리며 잡초처럼 밟고 군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한마디의 불만과 의아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는 감독관처럼 옆에 서있는 꼬마녀석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리 멀지않은 옛날 그가 빵게 장사를 했던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았다.

  당시 그는 어느 조그만 실공장에서 기술공으로 일하고 있다가 실꾸리 도난사고에 휩쓸려 공장을 나오게 되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생활이 막막하였다. 그러나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였으므로 가정으로서의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가 하고 많은 장사중에 왜 빵게 장사를 택하게 되었는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 골목을 오가는 고기 장수들의 외침소리를 듣고 자기도 그런 것으로 결정을 했던 것밖에 없었다.
  우선 허름한 중고품 짐자전차를 한대 구입하고 어물시장에 새벽처럼 달려가 빵게를 몇궤짝 실었다. 그는 하루종일 골목을 누볐으나 빵게를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 빵게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알지 고물 자전차에 싣고 백날 돌아봤자 팔릴 리가 만무였다. 그러나 그는 시도를 아니해 본 건 아니었다. 몇 번이고 그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목소리를 그때마다 씹어 삼켰다. 목소리는 그의 허약한 위장과 가늘디 가는 울대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삭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식구들 생계를 자기가 쥐고 있다는 사실과 날이 어두워져 어둠속에 잠길 자신의 주변 상황에서 어쨌든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는 어찌할 수 없는 물결 위로 떠내려가고 있었지만 자기도 모르데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 오늘 빵게 한 마리도 팔지 않아도 좋다. 목청만이라도 터뜨려보자. 주위의 어둠이 눈높이까지 차여 올라오고 있었다.
  마침 어느 골목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삼십여미터쯤 되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는 골목 중간까지 자전차를 끌고 갔다. 자전차를 골목 입구쪽으로 돌려 세워놓았다. 어둠은 골목 담장너머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순간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제쳤다. -빵게 사려, 빠앙게에-. 그의 목소리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기만 하던 골목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자신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올림픽 대표 선수처럼 페달을 마구 밟아댔다. 허벅지가 뻐근했고 심장이 고동쳤다. 식은 땀까지 났다. 사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소릴 지른 건 아니었다. 아니 빵게를 팔기 위한 해답을 얻으려는 생각을 무언중에 갖고는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크게 터져나온 자신의 소리에 그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조용한 골목의 공기를 파괴했다는 죄스러움도 있었다.
  그는 그 자리를 떠나오면서도 누가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터뜨려버린 소리가 홀연히 미행자가 되어 그를 따라붙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그의 목소리는 그가 골목에서 뱉고나서 하나의 여운으로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누구 집 안방까지 쳐들어갔을지 혹은 바깥마당에 머물다가 나왔는지, 그렇잖으면 높은 담장벽에 부딪쳐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각기의 생명력을 지니고 자신의 생애를 마쳤으리라고 짐작되었다. 그리고 그의 소리가 어떤 형태로 변해 사라져갈는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때 집에 돌아와서도 빵게 한 마리도 팔지 못한 이유를 묻는 아내에게 미안함보다도 어떤 승리감에 도취되어 자신의 <엄청난 사건>을 설명해 주었던 것이다.

  지금 비오는 거리에 이렇게 앉아서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일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모든 역사는 주변환경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외부의 문제보다 내부에 초점이 잡혀있으며 그 초점을 여하히 잡느냐에 달린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바로 지금 자기 옆에 서있는 꼬마녀석을 자신의 역사에 방해되는 인물로 보느냐 아니냐 하는 것도 그때 그 사건과 연관지어 볼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었는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그의 다리가 일어서고 있었다.

  그의 팔이 양 옆구리에 붙여졌다. 그리고 허리가 꺽이면서 꼬마녀석에게 꾸벅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꼬마에게 그런 예를 표하면서도 심사가 몹시 언짢았다. 그것은 다리와 팔의 동작이 그의 두뇌의 의사와는 일치되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몰랐다. 꼬마의 사상에 동조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비굴함을 위장하기 위해서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안팎의 어긋나는 기분은 곧바로 제자리가 잡혀졌다.

  비는 이미 그쳐있었고, 그는 이제 이상하게 바라보는 꼬마녀석의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그리고 외쳤다.

  “신문이여 신문-, 신문이여- 신무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여기고 경계의 빛을 띄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까처럼 큰길 위로 물결을 이루며 어디론가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고, 그의 외치는 소리도 함께 그들속으로 뒤섞여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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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비 |  2011-05-01 오후 6:53: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독특한 사고. 독특한 작품으로 오로문학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만한데도 인기가 없는것은 안타까운일 입니다.
글이 독자에게 좀 난해해서인지 작가의 독자와의 대화단절 때문인지 나작이란 코너의 특성때문인지....  
또반집이냐 |  2011-05-01 오후 11:43: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비오는 날은 장사판 엎어버리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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