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가 일진이 좋지 않았던 것은 못난 객기 탓이었을까.
전날 나는 김천에서 물건을 떼서 D면의 장날에 가서 팔 요량으로 큰 비닐봉지에 마른 명태등 건어물을 사서 들고 집에 왔었다. 전문적인 장사치라기보다 그저 심심풀이삼아 용돈도 벌어 쓸겸해서 하는 소일거리였지만, 돈이 조금씩 들어오는 맛에 몇 년전부터 해오던 일이었다.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 동네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마침 집에 무얼 하나 빠뜨린 것이 생각나 버스 시간도 아직 좀 남았으므로 보따리 물건을 도로변 가로수 옆에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좀만에, 그러니까 5,6분정도 지났을까. 내딴엔 허둥대며 도로변에 나왔는데, 아뿔사 보따리 물건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날은 이미 밝은지 오래되었지만, 해는 떠오르지 않았고 차들의 왕래도 뜸한 편이었다. 어찌된 영문일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 줏어갔단 말인가. 속이 타면서 부아가 치올랐다. 뺑소니 차량의 소행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도로변 입구쪽에 있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송영감 집이었다.
“어른요. 저 도로변에 물건 하나 놔뒀는데 혹시 누가 갖고 갔는지 못봤능교?”
“뭐이? 물건? 뭔 물건인데?”
“D면에 장거리할라고 사논건데요. 금방 있었는데 없네요.”
“그래? 그라마 그기 우예 된긴고?……아 그러이 조금전에 청소차 소리가 나는 것 같더이. 청소차가 실고 갔는거 아이가?”
“예? 청소차요?”
나는 송영감 집을 급하게 뛰어나왔다. 청소한 녀석들이 갖고 간 게 분명하다. 녀석들, 눈이 삐었나. 보마 쓰레긴지 아닌지 분간도 못하는가베. 이걸 어떻게 하지? 나는 송영감 자전거를 빌려 타고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마음은 급하고 페달은 잘 밟아지지 않고, 자전거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쓰레기장은 십리도 훨씬 넘는 곳에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청소차는 이미 트럭에 실린 것을 붓고 돌아나오고 있었다. 내가 차를 세우고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녀석들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이 아저씨요. 도로가에 포대에 싸갖고 나둔기 쓰레긴줄 알지, 우리가 우예 일일이 디비보고 하요. 참말로 답답네. 어저씨 성질낼걸 내야지. 그것도 아침 일찍이 내놓는기 쓰레기 아이면 뭘로 보겠소. 우리는 바쁘이 아저씨가 찾아보소.
나는 대꾸할 겨를도 없이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오만가지 잡동사니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와 함께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나는 손으로 코를 막으면서 쓰레기를 허적거렸다. 폐지, 빈 깡통, 페트병, 농약 빈병, 빈 우유곽, 비닐봉지, 깨진 유리조각, 음식찌꺼기, 나무조각, 철사줄, 빈 박스, 옷조각, 어린이 기저귀, 여자 생리대, 장난감, 신문지, 이름을 알 수 없는 털조각, 짐승 뼈, 그야말로 온갖 생활 쓰레기들이 버려져있었다. 그 중에서는 쓸만한 텔레비전도 있고, 대형 냉장고도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찾다가, 냄새가 너무 역껴워 잠시 중단했다. 아, 나는 어째서 오늘 이 쓰레기 더미속에서 헤매이고 있는가. 나는 결국 쓰레기같은 놈인가. 그래 나는 잠시라도 이 냄새에 못견뎌하면서 청소하는 사람들을 원망했다. 그들의 고충을 얼마나 생각해봤는가. 아, 결국 우리 모두는 쓰레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흙속으로 들어가는 한줌 쓰레기같은 존재일 수 밖에 더 있겠는가. 인간이란 결국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되는 것일까. 나는 여태까지 궂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천시하고 경멸해오지는 않았는가. 쓰레기같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쓰레기같은 인간이면서, 잘 난척 깨끗한 척 하지 않았는가. 아, 그래 그랬다. 속은 쓰레기같으면서 겉은 인간인체 했다. 이것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쓰레기로 변하자. 진정한 쓰레기로 변하여 남을 위한 봉사자가 되자. 그것이 바로 쓰레기 인간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사람들이여. 우리 모두 쓰레기장으로 와서 우리가 버린 추악한 쓰레기가 바로 당신을 원망하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을 직시하자. 그리고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고, 버리지 말고, 하나라도 줍는 일을 시작하자.
한참 후에 나는 쓰레기를 뒤져서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았다. 다른 냄새에 묻혀 악취가 좀 났지만, 겉봉지를 버리고 내용물은 소주 한병을 사서 술안주로 처리하였다.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겠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리고 당신과 함께 우리가 살길임을 알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