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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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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공단지는 여자를 좋아한다
2011-03-20 오전 8:15 조회 7560추천 9   프린트|스크랩



  순자네가 피곤한 몸으로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남편인 김병수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야, 이년아. 니 한분 죽어볼래? 공장 사장놈이 그래 좋더나? 사장 양말 빨아줬다꼬? 이년아 누가 니더러 사장 양말 빨아주라카더노 응?”

  남편의 술내가 확 풍겨왔다. 순자네는 남편이 자기의 응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덤벼들 기세여서 마당 안쪽으로 도망쳤다.

  “어쭈, 이년이 도망을 가? 도망을?”

  김병수는 뒤쫓아 갔다. 몇 번 마당을 헤매다가 순자네의 허리 뒷춤을 잡았다. 순자네가 쓰러지고, 김병수는 아내의 등위에 올라타서 마구 주먹질을 해댔다.

  “아이구, 나 죽네! 나 죽어! 야 이 새끼야, 내가 뭐 우쨌다고 이 지랄이고? 어느년이 그 지랄하더노?”

  “이 새끼? 이 죽일 년이 거룩하신 지 남편보고 이 새끼라이. 어디 한분 죽어봐라, 죽어봐.”

  “아이구우, 사람죽네 사람죽어. 아이구우!”

  옆집 돌이 엄마가 달려왔다.

  “와 이래산노? 와 그라노, 순자 아빠! 말로 해도 될낀 데, 와 이래산노 와?”

  돌이 엄마가 김병수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거 노소. 저년을 내 오을 당장 다리 몽댕이를 뿌라노뿔 참이끼네.”

  “안된다, 안돼. 이때까지 우예 살아왔는 데. 순자 아빠가 그카마 안된다 안돼. 참고 말로 하소 말로. 말로 해도 얼마든지 알아듣고 할낀데 캐사여.”

  “아 이년이요, 공장 사장하고 놀아났다 카는데 내가 가마이 있으라 말이요?”

  “순자 아빠도 참말로 그걸 곧이 믿어요? 이거 놓고, 찬차이 얘기합시다. 내 하고, 내가 얘기해주께.”

  김병수는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는 듯 숨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났다. 순자네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이 흙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감싸쥐고 울고 있다. 옆구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허리를 만지며 신음을 하였다.

  “근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하디요? 언놈이?”

  돌이네가 마루에 앉으며 묻는다.

  “나도 다 들은 바가 있어요. 귀가 있고, 귓구멍도 환하게 뚫렸다 말이요.”

  “그노무 귓구멍 두 번 뚫렸으마 사람잡아 묵겠네. 그기 아이고 순자 엄마가 하도 고마워서 사장 양말 빨아줬다카더마는.”

  “그기 그말이지 뭐요? 지 서방 양말보다 공장 사장노무 양말이 더 중하단말인교?”

  “순자 엄마가 어데 순자 아빠 양말 안빨아 주던갑다. 순자 엄마만한 사람도 없구마. 공장 사장도 순자 엄마가 하도 일을 착실히 하이 일 덜 디고 하기 편한 일을 좀 준기라. 철공장에서 여자들이 남자들하고 섞이가 일 한분 해보마 얼매나 힘든 줄 아는교? 공기는 탁하지요, 환풍장치는 해놨다고 해도 잘 빠져나가지는 않지요. 돈도 처음 들어갈 때 보다 영 시원찮게 주제. 일은 디제. 다른 사람은 꾀부리가민서 눈치 봐가민서 일하는데 순자네는 시키마 시키는대로하이 더 힘들끼라요. 그라이 일 잘하제, 예의 바르게하이 사장이 좀 덜 힘든 걸 시킨기라요.”

  “그렇다고 지가 일부러 사장 양말 빨아줄 일은 뭐있능교? 화냥기가 있어서 그런기지. 내 모를줄 알고. 저년을 당장.”

  “오고가는 정으로 그란기지, 딴 뜻이 있어서 그랬겠능교. 뭐 자꾸 그캐산능교? 양말 두 번 빨아줬으마 사람 죽이고도 남겠네. 인자 그만하소. 그만하마 됐으이. 순자 엄마 지 명대로 못살겠구마는.”

  순자네가 K면의 농공단지에 들어간 것은 작년 봄이었다.

  처음 농공단지가 들어섰을때만해도 주민들은 기대를 크게 가졌었다. 거대한 중기차들이 전답을 짓밟고 새로운 땅을 조성할 때, 놀라운 기계의 힘에 감탄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기초가 다져지고, 공장 철구조물이 형성되어가자 기대치는 가중되고, 주변 인근 땅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투기꾼들이 알게 모르게 K면을 들락거리며 값을 부추긴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농공단지는 구인난에 허덕였다. 급기야는 부녀자들까지 모집했었는데 그때 이웃 사람들과 함께 순자네도 들어간 것이었다. 공장 사정은 밖에서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남자들이 모자라서 어렵고 힘든 일까지 여자들이 차지하는 몫이 많았다. 작업환경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이왕 들어간거 한번 견뎌보자는 심산으로 지내왔는데 의외로 오늘 남편에게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그동안 시집와서 오늘날까지 눌려 살아오면서 푸지게도 얻어맞고 살아왔는데 공장에 나간 후로는 새로운 세계에 눈이 떠지는 것 같았다. 뼈빠지게 농사일만 해온 것이 한스럽게만 느껴졌다. 공장 분위기상 남자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봄놀이도 같이 가서 놀기도 했다. 조금은 살 맛도 나는 것 같았다. 누구는 젊은 직공하고 붙었다는 소문이 들리고, 누구는 인근 시내에 살림까지 차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공장 안팎으로 퍼지고 있는 요상한 소문에 순자네도 동참하게 된 셈이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오늘 남편한테 당한 봉변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한동안 얼굴의 통증이 가시지를 않고, 허리가 어떻게 됐는지 결리고 아팠다. 참고 살았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직전이었다.


 며칠후 순자네는 집을 나갔다. 나가면서 남편 김병수에게 다음과 같은 글발을 남겨 놓았다.

  ― 그래 이 새끼야. 내가 사장을 좋아한다. 우짤래? 정사장이 돈이 없나, 인물이 없나. 니같이 흙 파먹고 사는 놈하고 비할 줄 아나. 택도 없지. 니한테 얻어터지고는 더 못살겠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새끼야. 나는 간다. 찾아도 소용없다. 내 살길 내가 찾아간다. 정말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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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11-03-20 오전 8:59: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가시오 순자네.  
장터목 |  2011-03-20 오전 9:05: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는데도 인사성은 밝네요!!  
당근돼지 |  2011-03-20 오후 4:09: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aichi |  2011-03-20 오후 4:38: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미리 팼구만.  
난빈삼각 |  2011-03-20 오후 7:58: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댓글은 다섯인데..우찌 추천은 3뿐이여.....음..공짜구독도 있지 신문처럼..허긴..  
한티재자두 |  2011-04-15 오후 10:04: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보고 갑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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