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톡톡 튀는 아이디어 개발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밑천 안들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정일표씨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신문을 볼 때마다, 제1면 정치면은 접어두고 맨뒤쪽부터 보는 습관을 들인 것도 그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신문을 1면부터 차례대로 보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야당이 치고 받고 싸우는 골치 아픈 정치기사를 보기 싫은 탓도 있었다. 신문의 뒷면부터 보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것도 처음에는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발살의 전환이라 할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돌출행동. 이런데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정일표씨는 그것을 이제는 신념처럼 믿고 있었다. 뒷면부터 보다가 요즘은 중간에서 혹은 손 집히는대로 볼 때도 있다. 언젠가 TV뉴스에서 지도를 거꾸로 만든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도 이와같은 맥락일 것이었다. 대한민국지도와 세계지도를 거꾸로 바라보고 만들었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일이다.
물구나무를 서서 거꾸로 하루에 5분 동안만 버틴다면 건강에 상당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루종일 두발로 걸어다니다가 아래로 축 처진 오장육부의 내장을 한번씩 거꾸로 회전을 시켜주면 그보다 더 좋은 자극이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한쪽에 고인 물처럼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천지가 개벽하듯이 사방이 거꾸로 휘몰리면 카오스의 원리로 돌아가는 세탁기 속의 빨래처럼 오장육부가 뒤틀려 세탁이 될 것이었다.
정일표씨도 얼마전부터 아침 저녁으로 3-4분간 물구나무를 섰다. 처음 물구나무를 섰을 때, 아내가 깜짝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공중의 두 발을 급하게 밑으로 내려꽂았는데, 아내는 새벽잠을 설치다가 이상한 모양의 발이 공중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 것이었다. 정일표씨가 갑자기 이상스럽게 안하던 짓을 하는 것을 보고 아내는 내심 걱정을 하였다. 구조조정으로 작년에 직장을 나와 요즘은 새벽에 인근 야외 산으로 등산을 자주 가는 편인데, 물구나무를 서게 된 것이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던때문이었다. 정신적인 압박을 견뎌내지 못해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정일표씨는 물구나무서기를 멈추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거꾸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난맥상을 찾아낼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기발한 생각이 떠오를지 모른다는 기대감때문이었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몰려 화끈거리는 발열상태에 이를때면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다양한 색상으로 변하지만 뭔가를 하나 끄집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정일표씨에게 드디어 한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밖에는 한줄기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는데, 정일표씨의 머리카락이 베갯머리에 짓눌려 빠진 머리가 더욱 빠져나갈 것같은 압박감에 짓눌려있는데 갑자기 우산 생각이 떠올랐다.
우산. 비만 오면 누구나 당연히 받쳐 써야 하는 우산. 그게 왜 떠올랐을까.
머리숱이 적어 가발이나 모자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우산이 떠올라오다니. 그래, 그렇다. 머리에 쓰는 우산. 우산을 머리에 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산은 모두가 손으로 잡고 쓴다. 그게 지금까지의 상식이다. 우산을 잡았을 때 한쪽 손은 활용할 수가 없다. 양쪽 손을 다 활용할 수 있는 우산. 머리에 퍼뜩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그래, 기발한 생각이다. 모자만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라 우산도 머리에 쓸 수 있다. 그리고 양손을 활용할 수 있다. 괜찮은 생각이라고 정일표씨는 단정지었다.
잘만되면 특허도 낼 수 있을 것이고 돈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일표씨는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집안에 있는 자동우산을 찾아 연구에 골몰하였다. 우산을 완전히 펼쳤을 때, 중심선이 반정도로 줄어들어야 하는 것과 머리 규격에 맞는 공간을 만들고 옆에 스위치를 부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는 했으나, 기술적인 부분에 부닥치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아내에게 자신의 훌륭한 착상을 설명했으나 아내는 물구나무를 서더니 이제 남편이 이상한 짓거리를 한다는 듯이 불쌍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정일표씨는 우산을 머리에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을 궁리했다. 사람에 따라 우산의 크기, 모양 등이 나와야 할 것이었고, 우산을 최소한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튿날, 정일표씨는 인근 장터주변을 돌며 우산 수리전문점을 찾아 자신의 의견을 말해 보았는데, 늙수그레한 수리점 주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런 것은 취급하지 않으며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래, 처음부터 잘 될리야 없지. 하나씩 난관을 극복해야 돼. 장터를 빠져나왔을 때,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정일표씨는 우산을 받쳐들고 이 우산을 머리에 쓸 수 있는 생각을 하였다.
발길을 옮기다가 그의 시야에 책방이 나타났다. 정일표씨는 책방으로 들어갔다. 이따금 들르는 곳이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책방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책꽂이에 꽂힌 책표지의 이름만 읽어도 도움이 된다.
정일표씨는 자기가 도는 코스를 밟아나갔다. 중고생 책 코너, 월간서적 코너, 베스트셀러 코너, 그리고 취미, 오락서적 코너, 교양서적 코너, 각종 경영서적과 두뇌개발 코너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천천히 책표지를 훑어나갔다.……그러다가 눈길이 멈추어졌다.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아이디어를 팝니다’라는 책이었다. 책을 빼들고 내용을 훑어보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자본이 없어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정일표씨는 책을 사들고 곧장 집으로 와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렇다. 아이디어를 팔기로 하자. 책 내용대로 정일표씨는 다음날, 신문사를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실었다. 한줄에 1만원, 세줄 정도로 해서 3만원을 지불했다.
―아이디어를 팝니다. 저의 생각과 자본을 합쳐 투자할 독지가를 찾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국 ○○○○번으로 연락바랍니다.
하루만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이냐, 설명을 해보라, 내가 자본을 반 내고 당신이 반 내. 돈을 먼저 입금시키면 내가 입금시킬 것이다, 머리가 어찌 된 것이 아니냐, 이 자식아 우산을 머리에 쓰고 돌아다녀? 니가 먼저 쓰고 쇼를 한번 해봐. 돈 떼먹으려고 수작쓰는 거 아니야? 나 잘 나가는 사장인데, 그런건 나한테 와서 인사하고 사업을 시작해야지. 야 임마, 그딴 생각갖고 남으 돈 공먹을 일 있어? 차라리 방구석에 들어앉아 염불이나 외워, 등등의 장난섞인 전화가 정일표씨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정일표씨는 실망했다. 다시는 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으리라. 아이디어를 파는 책의 저자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정일표씨는 절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정일표씨는 오늘도 물구나무를 섰고,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고 머리에 열기를 돋구었으며, 우산을 머리에 쓰고 패션쇼도 하고 사람들이 우산을 머리에 쓰고 활보하는 시대가 반드시 오리라는 확신과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