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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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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회의
2011-02-24 오후 2:12 조회 7425추천 5   프린트|스크랩



  몇년전, 직장내의 화합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직원들끼리 목욕탕 안에서 간담회를 가져보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남녀를 구분해서 하되,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면장이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사무실내에서 아무리 기탄없이 얘기해보라고 한들, 조직의 생리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었다. 말단 직원이 계장이나 면장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벌거벗은 상태로 서로의 모습을 쳐다보며, 뜨뜻한 탕안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토론은 없을 것이었다.


  세계의 지도자들도 목욕탕 안에서의 회담을 주선해서 한번 실천에 옮긴다면, 아마도 세계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일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일 터였다. 이념을 초월해서 서로의 가식없는 모습을 볼 때, 모든 오해가 풀리고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내가 그런 제안을 한 이후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얼마전인가 어느 회사에서 내가 주장한 것과 같은 목욕탕 회의를 실시한다는 기사를 읽어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업무에 쫓기는 바람에 내용을 자세하게 읽어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우리 조직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다른 기관에 선수를 뺏겼다는 아쉬움만을 느꼈었다. 그리고 공직사회가 시대의 흐름에 가장 늦게 적응한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새로 부임해 온 송영길 면장이 지난 주에 어느 일반 기업체에서 주관하는 위탁교육을 갔다 오더니, 직원들에게 목욕탕 회의를 하겠다고 선포를 했다. 직원들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나도, 내가 제안을 한 적은 있었지만 막상 이런 모양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했다. 여직원들도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 2시 정각에 시내 K목욕탕에서 모이기로 결정을 보았다.
  모임 당일날 몇 안되는 여직원은 여탕으로 들어가고, 남자 직원은 남탕으로 들어갔다. 여직원들의 회합내용은 민원실의 정영순이 별도 수집 보고하도록 하였고, 남자 직원들은 송면장과 함께 탕 안에 몸을 담갔다.

  미리 목욕탕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였기 때문에, 넓은 탕 안에는 이십명 가까운 직원이 충분히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서로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장면들이 연출되었지만 탕안에 들어앉자 모두가 안정을 되찾았다.

  “누가 먼저 한번 지끼 봐.”

  송면장이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그런데, 얘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 것은 어리숙하게 보이면서도 눈치 빠르고 시실대기 좋아하는 김원석이 때문이었다.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송면장이 탕 안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낌새를 알아 챈 것이었다.

  “면장님. 시원하시겠심다.”

  “엉? 어, 그래. 시원해.”

  뜨거운 탕 안에서 시원하다는 말의 잘 잘못을 따지자는 얘기는 아니었다.

  김원석은 얼굴에 웃음을 발라가며, 기초 질서지키기 운동을 들먹거렸다. 사실 상부에서 공문이 수도 없이 내려오지만 홍보하기가 어렵다는둥, 일선 면부에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수립 실천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둥, 사무 담당자로서 고충을 많이 느낀다는둥, 주민의식이 형편없다는둥, 그런데 방금 면장님이 탕 안에서 오줌을 눈 것은 기초 질서지키기 운동의 어느 항목에 위반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보호막과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나 하나쯤 괜찮겠지 하는 의식이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탕 안에서 송면장이 오줌을 갈기는 바람에, 이 날 목욕탕 회의는 누렇게 변색되고 말았다. 그러나, 어쨌든 목욕탕 안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그 자체만으로 일단 의미는 부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탕 속에서 오랫동안 오줌을 참고 있는 바람에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화장실은 목욕탕 출입구 바깥 쪽에서 손님의 가장 기초적인 용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참았던 오줌을 한꺼번에 급하게 내쏟으려다가 또 한번 고통을 겪어야 했다.

  오줌이 새어나오는 물줄기의 질서도 그때 그때 처리해야 편하고 아름다운 사실이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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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 |  2011-02-24 오후 8:51: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잼잇네요  
당근돼지 |  2011-02-25 오전 8:26: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패스파인더 |  2011-02-25 오후 12:53: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하하하 타이밍~~~???/  
콘도르빠사 |  2011-02-27 오전 4:49: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눈치가 빠르십니다...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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