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과메기
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하여
2011-01-17 오후 10:10 조회 7411추천 8   프린트|스크랩



  내가 안경을 벗어던진 이후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거의 없었다. 물론 안경을 고의로 벗어던진 것이었지만 까닭이야 당연히 있었다. 요즘같이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한 시기에 내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무용지물로 여겨졌고, 사실 최근에 나의 안경 주위로 희뿌연한 안개같은 것이 떠돌기 시작하였는데 세상이 혼란할 시기에 전에도 이따끔 나타나는 징조였으나 요즘처럼 심각하게 제기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마치 한겨울에 밖을 돌아다니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안경에 하얀 김이 서려 앞이 안보이는 것과 흡사했다.

  나는 처음에는 내 몸속에 이상증세가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았으나 의사의 말로는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몸밖에서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공기, 물, 하천, 산 기타 자연환경이 극심하게 오염되어 가는 것을 하나로 잡고,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는 것을 두 번째로 꼽지 않을 수 없었다.

  매순간 이러한 주위 환경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눈앞의 찰나적인 쾌락에만 매달려 희희낙락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한점 티끌로 변해 나의 안경에 들어붙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하루에 몇 번씩 안경을 닦지만 안개같은 띠가 나의 앞을 가로막을 때는 나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 안경을 닦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내가 안경을 썼을때만 나의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데도 막대한 지장이 있었다. 동료들에게 얘기를 해보았지만 믿으려 하지 않았다. 다른 안경낀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안과에 가서 백내장관계로 장애가 발생하는 것인지 진찰을 받아보았지만 안과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나는 고민 끝에 안경을 벗어던지기로 결론을 내렸는데 그 결론을 내리기까지에는 며칠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안경을 벗는다는 것은 스스로 자존심을 높인다는 뜻이므로 나의 성격상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인생관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안경을 벗기로 한 날 아침, 나는 거울을 한번 쳐다보고 언제 내가 안경을 다시 쓰게 될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아내에게 협조를 구한다음 안경을 벗었다. 협조를 구했다는 것은 어떤 돌발적인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안경을 벗는 순간, 나는 참으로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뭐랄까. 뱀이 허물을 벗는다든지, 누에가 고치로 탈바꿈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엄청난 변화였다. 잠시 현기증이 일더니 앞이 흐릿한 색채로 변하였다. 모든 사물의 형상들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로 전개되었다.
  그랬다. 세상은 분명하지 않았다. 물건들이 각기 제자리에 있어야 함에도 제자리에 서있지 않았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은 없었다. 구천에 떠도는 한맺힌 영혼들처럼 방황하고 있었다.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들도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소리, 그 소리에 즐거운 듯이 춤추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얄궂게 웃는 소리, 간사한 소리,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리면 눈앞의 것들이 아래 위로 요동을 쳤다. 그러나 그런 동작도 분명하지 않았다.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안경을 벗은 모습이 종전의 나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보인때문이었다.

  얼마후 사무소장이 출근하여 직원들이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하는 소리에 소장은, 또 만났군요 했다. 나도 덩달아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했는데 소장은 대답이 없었다.
  나는 잘못들었는가싶어 재차 인사를 했지만 또 대답이 없었다. 나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소장이 듣기가 거북했던지 귀에 거슬리는 말을 던졌다.
  나는 금방 공격했다. 이제는 나의 주먹이 날았다. 퍽! 하는 소리가 나고 눈앞의 물체가 고꾸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스스로도 내 주먹의 위력을 새삼 느끼고 놀랄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제지시켰다. 나는 그동안 소장에게 잠재되어 있던 불만이 한순간에 쏟아졌음을 느꼈다. 평소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경을 벗은 날, 이렇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물리력을 행사하리라고는 미처 몰랐다. 그리고 내 눈앞의 흐릿한 사물들이 그처럼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하여 폭력을 휘둘렀다.
  사람이 탈바꿈을 하면 행동이 바뀌게 마련인가. 나는 안경점에 가서 오래된 안경알을 갈고 그 이튿날 다시 안경을 다시 썼다. 예전처럼 사물은 분명하게 보였고 사무실 직원들도 다정다감하게 보였다. 다만 사무소장의 얼굴에 검붉은 흉터가 무슨 낙인처럼 찍혀있었다. 나는 주위의 권고도 있고해서 사무소장에게 사과아닌 사과를 했다.

…오랜된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때라서 정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불가피한 상황이라서, 시대상황에 따라야 했습니다. 정말이지 기억이 안납니다. 기억이 안나는 건 안난다고 해야지 난다고 해야하나…



┃꼬릿글 쓰기
당근돼지 |  2011-01-18 오전 6:59: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팔공선달 |  2011-01-18 오전 8:40: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2등이네요... ^^*  
一圓 |  2011-01-19 오후 7:16: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3등이네요...아! 이렇게 하는것도 재미있는 거구나 음 그래서...  
AKARI |  2011-01-20 오후 12:16: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4등..ㅠㅠ 등수놀이도 가끔하면 재미있어여..ㅋ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