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을 입고 진찰실로 들어서자마자 선발수씨가 뺨을 감싸쥐고 뒤따라 들어왔다. 내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처음엔 한산했지만 보건지소에 치과가 생겼다는 소문이 나자 며칠전부터 사람들이 성황을 이루었다. 치과가 안생겼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게, 마치 수십년동안 치과가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요즘은 일찍 오지 않으면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골짝동네나 인근 면에 있는 사람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치료를 받으러 왔다.
선발수씨도 그들과 함께 섞여있다가 내가 출근하자마자 따라 들어온 것이었는데 다른 손님들이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는 것을 보니 아미 제일 먼저 접수시킨 모양이었다.
“우짠 일입니까? 선주사.”
치과 개설준비 관계로 한달전부터 면사무소를 들락거리며 안면을 익혀 온 터라 나는 다정스럽게 물었다.
“이빨이 우째 된거 같아서…. 한번 봐 주이소.”
선발수씨를 의자에 눕히고 입안을 들여다 본 나는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이빨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성한 이빨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한달에 이를 한두번 닦는지 마는지 이빨들은 누렇다못해 똥색으로 보였고, 벌레먹은 이빨들은 태우다가 만 쓰레기 매립장을 연상시켰다. 말끔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사람의 배를 갈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할지라도 최소한 입속만은 열어볼 수 있으면 열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나의 직업관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선주사도 너무 했심다. 이빨을 이래갖고 우예 견디심니까. 미련하구로.”
선발수씨는 손으로 왼쪽 턱을 가리켰다. 빨리 좀 봐달라는 거였다. 왼쪽 윗니 어금니와 잇몸 사이에 까만 조각같은 것이 박혀있었다. 나는 언뜻 그것도 충치의 일종이려니 하고 지나칠 뻔했는데 분명 그것은 딱딱한 이물질이었다.
직사각형의 반듯한 모양에 무슨 씻지 못할 원수를 만난 것처럼 잇몸에 거머리같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주위에는 피가 배어나온 자국이 보였다. 손으로 잡아떼려고 했으나 잘 빠지지 않았다. 선발수씨가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모음 주사를 놓고 집게로 꽉 잡아 비틀듯이 뽑아버렸다.
“으으…으윽!”
선발수씨는 다시 한번 의자에서 몸부림을 쳤다. 눈물까지 주르르 흘러내렸다.
뽑혀 나온 이물질의 이면에는 뾰족한 다릿발같은 것이 두 개나 솟아있었다. 무슨 기계 부속품인 것 같은데 의학도인 나로서도 도무지 정체를 알 길이 없었다. 충치나 풍치를 치료해 온 터이므로 이런 이물질 제거작업은 처음이었다.
잇몸 소독을 하고 약솜을 물게 했다. 이물질의 용도도 궁금했지만 어떻게해서 이것이 입속에까지 들어가 박혔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기기 마이죠(거기 말이죠)…마씸(말씀) 디릴라카이 칭피(창피)해서….”
선발수씨는 약솜을 입에 물고 중얼댔는데 내용을 정리하면 대충 이러했다.
집사람이 얼마전부터 푼돈을 벌겠다고 새마을 공장을 들락거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고 일감을 수시로 얻어와서 갖다 주곤 하는데 면소재지 마을 여자들이 경쟁처럼 하고 있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몰라도 공장에서는 직공들만으론 다 소화를 시킬 수가 없자 가구마다 찾아다니며 여자들을 상대로 일감을 맡긴다.
TV, 냉장고 등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의 일종인데 공장에선 외자라고 부른다. 외자에 실같은 구리를 감는 것이 일인데 한 개에 1원을 준다. 말이 1원이지 부품이 너무 작고 만지기도 쉽지 않아 숙달된 사람이 하루에 많이 해봤자 3천개 정도밖에 못한다. 그것도 밥상을 물려놓고 다른 일은 거의 전폐하다시피 붙어 앉아 해야 그 정도를 한다.
여자들의 심성이란 참 알 수가 없다. 누가 무얼 얼마 벌었다고 하니까 경쟁심아닌 질투심의 일종으로 여편네들이 너도나도 달려든다. 그래서 처음엔 공장 사람들이 굽실거리며 집집이 찾아가 사정을 했지만, 이젠 여편네들이 공장으로 달려가 일감을 구한다. 그것도 일찍 가야 일감을 구할수 있다.
공장에서도 서로 많이 가져가려고 욕설까지 튀어나온다. 공장측에선 직공들이 일할 분량을 놔두고 나머지 몫을 마을에 나눠주는데 여자들이 다른 일거리는 마다하고 전자부품만을 찾는 것은 서로 지지않으려는 괴이한 질투심 때문이다. 그 부류에 불행하게도 선발수 자기 아내가 가담하게 되었다.
처음엔 재미로 하는 것이려니 했는데, 얼마전부터는 애가 울든지 말든지, 남편이 밥을 먹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다. 한두번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도 먹혀들어 가지를 않았다.
하루 이삼천원 벌려고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눈빠지게 죽치고 앉아있는 꼴이 애처로와서 그럼 내가 술을 끊고 용돈을 절약해서 그것을 메꾸어주겠다고해도 막무가내였다.
줏어들은 얘기로는 면서기 마누라가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먹고 살일이지 없는 사람 벌어먹는 것까지 침범을 한다는 둥 욕을 몇 번 얻어 들었다는데도 코방귀를 뀠다. 하루는 출근길에 눈길도 안주는 것이 어찌나 화가 나던지 눈을 부라리고 고함을 쳤는데 당시는 좀 자제를 하는 것같더니 금방 또 들은둥 만둥이었다. 감정이 연일 쌓여가고 있는 차에 마침내 오늘 아침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어제 마을 경로잔치에 갔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붙들려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놀다 왔는데 오늘 새벽부터 속이 쓰려 변소를 열댓번 들락거렸다. 그 바람에 집사람도 일찍 깨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만날 천날 술만 처먹는다는둥, 잠도 못자게 만든다며 그놈의 술을 열천번도 더 끊는다고 거짓말만 한다는둥, 이럴줄 알았으면 시집오지도 않았다는둥 투덜거렸다. 그러면서도 마누라는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라고 생각했던지 콩나물을 사가지고 와서 국을 끓였다. 그리곤 또 전자부품을 붙잡고 1원짜리 작업을 계속했다.
선발수씨는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속이 엇갈리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콩나물국이 그렇게 얼큰하고 맛이 있을 수가 없었다. 막혔던 속이 팩 풀리는 기분이었다.
한데 국에 밥을 말아 한참 정신없이 먹는데 갑자기 「꺽」하는 소리와 함께 잇몸이 으스러졌다. 입의 동작은 중단되고 정신이 아뜩해졌다.
그럼에도 이 뼈아픈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밥상 옆에서 1원짜리 작업에만 열중해 있는 집사람을 보자 부아가 치밀었다. 그만 정신이 발작해서 순식간에 밥상을 들어 엎었다는 거였다.
국을 끓인기가 사람 죽일라꼬 작정했는기가. 콩나물국에 전자부품 넣는거는 어데서 배웠노. 공장에서 반찬해무라꼬 카더나. 치우라꼬 그마이 캐도 안치우고 지랄삥하다 인자 생사람 잡을라꼬 환장했제. 욕을 한반티정도 했다는 거였다.
분통같은 조그만 방에서 밥상을 엎어 놓으니 방은 엉망이었고 아이들이 깨서 울고, 아내도 울상이 되어 급기야는 훌쩍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지옥이 따로 없대요. 그기 지옥이지.”
선발수씨는 오늘 아침에 지옥을 봤다는 것이었다.
나도 본 것같다.
선발수씨의 입속에서 나온 전자부품 조각,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악의 씨앗을 본 것같다.
자신의 입안이 멸망되어 가는 원인을 입안에서 찾지 아니하고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같기도 하다.
선발수씨가 약솜을 입에 물고 계속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면사무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다음 손님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