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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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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주
2010-12-28 오전 10:51 조회 8263추천 7   프린트|스크랩



  요즘 구제역 난리 때문에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어 연말 분위기가 다소 조용해졌다.

  그래도 주당들은 연말을 그냥 흘러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워 주점을 찾는다. 나도 한해의 마지막을 그냥 보내기에는 뭔가 아쉬운 점이 있어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머릿결이 희끗희끗하여 어쩔수 없는 세월의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친구는 투덜거렸다.

  - 야, 재주좋은 네가 세월을 좀 붙잡는 아이디어 같은 거 생각해 본 적 없냐? 지나고 나면 그렇게 세월이 빠를 수가 없어. 그 고장난 벽시계 노래 있잖냐. 그 노래가 이럴 때 딱 생각이 나.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다는 거.

  나는 세월을 한탄하는 친구의 말도 있고 해서 백세주를 시켰다. 이름 그대로 백살까지 살기를 기원하면서.

  친구는 술을 먹다가 메뉴판에서 뭘 발견했는지 오십세주는 무슨 술이냐고 물었다. 나도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런 술도 있었던가. 그런데 친구는 또 의문을 제기하였다.

  - 술값이 좀 이상하잖냐? 백세주가 더 비싸야 할텐데 왜 오십세주가 더 비싸냐?

  메뉴판에는 백세주가 5천원, 오십세주가 6천원이었다.

  주인장은 자기집 오십세주는 술공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식당 자체에서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하였다. 백세주에 소주를 섞어 판다고. 그래서 가격을 더 얹은 것이라고.

  백세주는 알콜 도수가 13도 정도이다.

  오십세주는 백세주에 소주를 섞어 알콜 도수를 높인 것이었다.

  백세주를 그냥 마시면 백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러나 백세주와 소주를 섞으면 폭탄주가 되는데 주당들은 폭탄주를 먹고 짧게 오십살까지만 살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생을 가늘고 길게 사느냐, 굵고 짧게 사느냐의 차이와 같다. 인생 대신에 똥으로 말하면, 똥을 가늘고 길게 누느냐, 굵고 짧게 누느냐의 차이다.

  술공장에서는 주당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오십세주를 개발하여 선택을 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주점에선 공장 술을 파는 곳도 있고 자체에서 손님들이 원하는대로 만들어 팔기도 한단다.

  팔십세주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알콜 도수는 오십세주와 백세주의 중간이다.

  오십세주, 팔십세주, 백세주.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백살까지 벽에 똥칠하면서 오래 살 것인가, 화끈하게 오십살까지만 살고 말 것인가. 아니면 그 중간쯤에 해당하는 여든살까지 무난하게 살 것인가.

  어쩌면 칠십세주도 나오고, 각 세대를 대표하는 술이 다 나올지도 모른다.

  가격도 주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친구 녀석은 술상무를 할만큼 주당에 속하였다. 녀석은 백세주든 오십세주든 가리지 않고 먹는 주종불문으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발이 넓어 세상 돌아가는 일은 나보다 훤히 꿰뚫고 있어 그의 입담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술잔은 무르익고 정신도 붉게 물들어갔다. 녀석도 조금씩 술 속으로 잠겨갔다.

  녀석은 원래 소주 전공이었다. 한창 먹을때는 하루 저녁에 소주 한박스를 먹었다고 하였다. 술김에 술을 먹는다고 거짓말은 아닌 듯 하였다. 그렇게 주량을 과시하던 그가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나이도 있고 건강도 챙겨야 되고.

  그러나 오늘 녀석의 술 비우는 양이 왕년의 솜씨를 발휘하는 듯 잘도 넘겼다.

  - 야, 친구야. 불러줘서 고맙다. 내가 요즘 형편이 좀 그래. 잘 나가던 사업이 부도나고 그 많던 주변 사람들도 뜸해졌어. 그래도 자넨 어려울 때 날 불러내어 술이라도 권하니 정말 고마워. 잘 나갈때야 아무나 할 수 있겠지만 어렵고 힘들 때 찾아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아니겠냐?

  우리가 먹은 술은 나이로 따져 500살은 넘게 먹었다. 가는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가는데 친구와 나는 앞으로도 몇백년은 더 살 것이라는, 결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점을 빠져나오자 우리가 백세주를 먹은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마침 내리기 시작하는 눈발이 백발 노인의 깃털처럼 하얗게 머리를 덮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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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10-12-29 오전 6:25: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팔공선달 |  2010-12-29 오후 4:37: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즘 자주 뵈네요.^^&

백세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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