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요, 술을 좋아하는 데요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요. 우리 집은요 식당을 하기 때문에요 우리 아빠가 술을 좋아하기는해도 자주 먹을 수는 없는데요 그래도 한번씩 먹었다하면요 개판 오분전이라요. 손님들 권하는 술한잔 거절할 수 없는 척 한잔, 이래저래 얻어먹고 나면 자진해서 또 한잔, 곗날 모임이라고해서 또 한잔, 하여튼 여러 가지의 명목으로 술을 먹는데요 적당하게 먹으면 괜찮은데요 그렇게 먹을때가 열에 한두번 될까말까해요. 먹었다하면 취하도록 먹는 것이 보통인데요 그때문에요,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는지 말도 못해요. 남자들이란 속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여자의 속마음을 눈꼽만큼도 이해할 줄 모르니 내가 옆에서 봐도 답답해 죽겠어요.
그런데요. 우리 아빠는요 술을 먹었다하면요 아까도 말했지만요 진짜 개판 오분전이라요. 술이 취했다싶으면요, 눈동자부터 약간 달라요. 눈을 감는 듯 뜨는 듯 가물거리면서 그래도 볼거 다 보고, 들을거 다 듣고 하는데요. 그런거 보면 술이 안취한 것 같고 그런데 하는 행동을 보면 취한 것을 알 수 있어요. 입이 조금씩 벌어지고 손과 발의 동작이 흐느적거리는 모양이 되고요. 그 다음엔 욕이 튀어나와요. 평소에는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는데요. 술이 좀 들어갔다하면 머리가 헤까닥 가는 것 같아요. 혓바닥도 꾸물덕대기 마련인가봐요.
그런데요, 우리 아빠는요. 술을 먹으면 가장 중요하고 가장 깊은 곳까지 술끼가 들어가는가 봐요. 몸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요, 도대체 잠시 제대로 앉아 있지를 못해요. 술이 깰때까지 서성거린다던가 장터를 돌아다닌다던가 노래를 부른다던가 또는 남 싸움하는거 말린다던가 아니면 우리같이 약한 애들을 괴롭힌다던가 하여튼 버릇치고는 형편없는 것은 다 갖고 있어요. 욕을 하는데요, 내가 들어도 욕하는 것도 상당한 수준이예요. 욕하는 것도 벌로 지끼면 다 욕인줄 알아도요, 그것도 수준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아빠 욕은요, 한번은 들어볼만한 욕이예요.
우리 아빠가요, 술을 먹으면 잠시도 제대로 앉아있지를 못하는거는요, 술을 먹으면 그것이 제일 먼저 아빠의 똥구멍에 가는 것 같아요. 똥구멍이 취하면 온몸이 단번에 취한대요. 입으로 술이 들어가면 왜 제일 먼저 똥구멍으로 가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위장도 안거치고 막바로 머리 뒤통수를 거쳐 등덜미를 타고 가는건지. 어쨌거나 술이 원수예요. 아빠때문에요, 우리 집 살림살이도 박살 많이 났어요. 장롱, 주방기구, 그릇 할 것없이 성한 것이라곤 별로 없어요. 식당 유리창은요, 하도 자주 갈아서 이제는 문종이로 붙여 놓았어요. 식당 바닥은요 코가 발달한 사람은요, 찌릉내까지 맡을 수 있어요. 우리 아빠의 오줌이 식당 바닥까지 훑었으니까요.
그것뿐만이 아니고요, 우리 아빠는요. 엄마 입에 오줌을 싸요. 둥그런 엄마 입이 오줌통으로 보이는가 봐요. 엄마가 오줌통 역할을 안해주면요, 엄마 입이 작살나요. 지금도 우리 엄마 입이 얻어터져서 부르튼데가 한두군데가 아니예요. 참으로 같잖은 일이예요. 엄마가, 날 잡아먹으라고 달려들면 아빠는요, 무어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엄마를 잡아먹지는 않아요. 아마도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들어갈 장소가 없는 모양이예요. 그런데도 왜 술을 먹는가.
술을 먹어도 이렇게 마실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 제 어린 머리를 강타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보기보다는 참으로 어리석고 미련해요. 허우대는 멀쩡한데 자기 죽을 줄 모르고 술을 마셔요. 그러니까 내가 볼때는요, 술하고 전생에 무슨 큰 원수라도 진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줄기차게 퍼먹고 처마시면서 오만 지랄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요, 술이 하나의 경계선을 긋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연필을 들고 줄을 긋듯이 술이 몸속에 들어가면 마음의 선을 그어버리는 것 같아요. 똑같은 사람이라도 술을 먹으면 그 순간 또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빠는요 완전히 비무장지대에 들어간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는데요.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비무장지대에는 어디에서 터질지도 모르는 지뢰가 무수히 숨겨져 있을텐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는 꼬락서니를 보면요 우리 아빠지만요 도저히 눈뜨고는 못봐주겠어요.…
그래서 저는 장님이 되기로 했어요. 제가 눈을 뜨고 아빠의 행동을 계속 보게 되면, 저도 아빠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때문이에요. 어린 나이인 저는 아빠같은 어른들이 행하는대로 그것을 보고 배울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폭력 장면을 연상하고, 날카로운 칼을 준비했어요. 방안에 아무도 없는 사이, 나는 방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일본 야쿠자 폭력단의 의식처럼, 나는 비장한 각오로 한동안 침묵을 지킨 뒤, 칼을 뽑아 들었어요. 그리고는 나의 두눈을 양쪽으로 그어버렸어요. 긋는 순간, 검붉은 피가 뭉클뭉클 솟아났어요. 그때 나는, 악, 하고 소리쳤어요.
눈을 떠보니 꿈이었어요. 그때만큼 나는 꿈을 아쉬워한 적이 없었어요. 술먹는 사람이 술먹은 세계에 살 수 있듯이, 나는 꿈속에 다시 들어가려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어요.
아빠와 같은 술의 폭력을 잊고, 정말 장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