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지저분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타고 난 천성이 그래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젯밤 술을 좀 과하게 먹고 마누라한테 온갖 욕설을 얻어먹고 자고 난 나는, 그것들이 밤 사이에 모두 뱃속에서 설사로 변한 모양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마을 공동변소로 달려갔다.
문을 열려는 순간, 이른 새벽의 희뿌연 여명속에서 변소 앞에 무슨 글귀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결에 보니 <똥구멍을 바로 맞춥시다>라는 글씨였다. 글씨체로 판단하건대 초등학생이 쓴 글씨같았다. 초등학교 중에서도 저학년생이 쓴 것이 분명했다.
급한 김에 나는 문을 열었다.
안에서 볼일 보던 낯선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문을 미리 두드려보지 않은 잘못도 있지만, 녀석은 안쪽에서 문도 안잠그고 그냥 볼일을 보고있던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어, 하면서 마주 쳐다보다가 그가 똥구멍을 바로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문을 닫고 말았다.
나는 다음 변소간으로 갔다. 거기에도 같은 글씨가 쓰여져 있었는데 <구멍>과 <바로>가 유난히 크게 쓰여져있었다. 언뜻 보면 <구멍 바로>로 읽을 수도 있었다. 문을 두드렸으나 안에서 아무 소리가 없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다른 방해물이 놓여있었다. 변기 주위가 온통 똥이었다. 바닥 뿐아니라 벽에도 똥칠 투성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똥으로 페인트 칠을 했는지, 누가 일부러 똥을 갖다 부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벽쪽에 묻어있는 것들은 밤하늘에 폭죽이 터질때의 부채꼴 모양으로 수놓여져 있었다. 똥을 어떻게 누면 이런 무늬가 수놓여지는 것일까. 노망한 노인네가 해낼 수 없는 역작이었다. 누가 물구나무를 서서 거꾸로 볼일을 봤던지, 아니면 뱃속에서 수십년동안 갇혔던 설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폭발한 것은 아닐까. 똥이 나오면서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똥눈 사람도 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어쨌든 나는 볼일 보러 온 것도 잊어버리고 물통을 찾아 씻어내렸다.
한참만에 나는 똥통에 앉아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변소간에서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변소간에서 볼일을 볼때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똥으로 가득찬 똥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때까지 똥통에 앉아 똥을 보태는 일외에 무슨 뚜렷한 족적을 남겼는가. 아무것도 없다. 썩어빠진 영혼의 지꺼기가 내 몸 안팎에 쓰레기처럼 쌓였을 뿐. 숨막히는 시대의 뒤안길에서 어두운 그림자만 낚았을 뿐. 위선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진실만을 호도하고 다녔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런 것 같았다. 결국은 변소간에 와서 똥누는 것이 결론이 아니던가.
사람이 죽을 때 똥오줌을 질기고 간다는 데, 그것은 결국 인간은 똥이라는 결론에 도달케하는 것이다. 옛날 중국의 안록산은 자신의 똥배를 임금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찼다고 했다는 데, 일개 말단 면서기인 내가 그런 충성심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나에겐, 어제 절제없이 술을 처먹은 댓가로 더러운 똥만 싸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방금 엉덩이에 차가운 무엇이 묻었다. 살펴보니 똥통을 친지 얼마되지 않아 저 밑의 똥물이 똥이 떨어질때마다 튀겨 2미터 가까이나 되는 높이를 뛰어올라 내 엉덩이를 묻히는 것이었다. 계란에도 뼈가 있고, 똥물에도 파도가 있다더니 실감되는 장면이었다.
나는 본의아니게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면 똥물이 묻혀지지 않고, 엉덩이를 내리면 틀림없이 묻혀지기때문이었다. 10센티미터 안팎의 상관이었다. 운동 부족증에 걸려있던 나는 다리가 뻐근할 지경이었다.
나는 똥구멍을 바로 맞출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변기에 똥을 묻게 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때문이었다. 나는 변소간에 앉아있는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긴 편이었다. 보통 사람은 3,4분이면 되지만 나는 평균 10분은 되었다. 몸통이 큰편이 아닌데도, 처먹는 것도 별로 없는데도 상당히 많이 내깔기는 편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니까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다. 아니면 그만큼 속이, 몸과 마음이 많이 썩어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변소간에서 다리 운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2,3센티미터도 안되는 변기와 똥구멍의 간격을 잘만 맞춘다면, 세상의 다른 어떤 어려운 일들도 보다 쉽게 풀려 갈 수 있으리라고. 또 내가 면서기인 관계로 면서기로 들어오는 사람은 필기시험외에 별도의 실기시험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실기시험을 치르되 실기시험 과목은 다음 세가지를 해야 한다고.
첫째는, 술먹을 줄 아는가 하는 것이다. 농촌 주민들과의 접촉에서 한두잔 정도는 해야 그래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므로.
둘째는, 낫질이나 혹은 농기계를 다룰 줄 아는가 하는 것이다. 요즘 농사가 농기계화되어 가는 마당에 경운기는 물론 다른 여타 농기계도 기본적으로 다룰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로 변소간에서 똥구멍을 바로 맞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똥구멍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목일 것이다. 똥구멍 하나 제대로 못맞춰서 변기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면 면서기 자격이 없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 똥구멍이 잘 소통이 되느냐 하는 것도 검증해야 할 것이다. 똥이 제대로 안나와서 얼굴이 벌개가지고 변소간에서 낑낑댄다면 그것도 큰일인 것이다. 만일 똥구멍이 막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입으로 똥이 삐죽삐죽 기어 나올지도 모른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똥구멍과 변기 사이의 좁은 거리이지만, 몇센티도 안되는 거리 측정을 여하히 잘 맞추느냐 하는 정밀시험을 거쳐야 공사 설계도면을 나름대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아울러 현장 공사감독도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실습정도는 통과해야 면서기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