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레비젼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하여 성(性)교육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내 어린 머리로서는 그것이 어떤 내용의 것인지 알 길이 없었고, 관심도 별로 가져보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의 세계는 남녀간의 성에 대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었다. 그러나 차츰 나는 알게 모르게 눈치를 채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평소 늘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보이는 아버지를 통해서였다. 아버지는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이 여간 많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렇게 애를 쓴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직장을 나가지 위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안팎을 청소하고 나와 누나들의 학교 등교 문제까지 매일 신경을 썼다. 저녁에는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우리들의 귀가 점검까지 마쳐야 안심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그렇게 힘들게 직장 일을 하고 나서 집에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인데, 문제는 한밤중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우리 집은 방이 두칸 밖에 되지 않아 하나는 누나들이 쓰고 나머지 하나는 나와 엄마 아버지가 같이 쓰곤 했다. 며칠전 나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는데, 어둠 속에서 엄마와 아버지가 가쁜 숨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옆에서 들어도 다급한 음향으로 나도 모르게 숨이 가빠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아버지가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와서 밤중에까지 저렇게 용을 쓰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었다. 아버지는 무엇이든지 내게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는데, 밤중에 캄캄한 암흑 속에서 벌어지는 이 기묘한 광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처음에 나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했지만, 몇차례 확인을 한 후에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남몰래 하는 것으로 단정해버렸다.
어머니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두분의 말못할 사연을 이해하기로 하고, 아마도 이것이 성교육의 현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교육도 마찬가지겠지만, 성교육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가르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나는 최근 계속 밤마다 성교육을 받아 온 셈이었다.
캄캄한 흑판에다가 까만 분필로 글씨를 쓰듯이, 도무지 알아보기 힘든 교육이었지만 느낌으로, 현장의 생생한 음향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제 밤에는 내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잠자리에 들기전에 오줌이 좀 마려운 것을 참고 그냥 잤는데 새벽 두시경에 잠을 깼을 때, 교육의 현장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줌통은 이미 꽉 차있었고 아랫배가 부풀대로 부풀어 있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요즘 널리 읽히는 삼국지 만화를 보긴 했지만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고, 떴다가 다시 감는 동작을 몇 번 되풀이했다. 두 다리를 오므리고 손은 아랫배에 가져간 채로 몸을 뒤척였다. 도저히 가만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지만, 신성한 교육의 현장을 함부로 짓밟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부모님은 나의 이런 고충을 알 리 만무였다. 내가 한잠 들은 것으로 알고, 맘 놓고 자신들의 이상을 펼치고 있을 터인데 내가 벌떡 일어난다면, 그 광경을 어떻게 상상해야 할 것인가.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조만간 결정하지 않으면 오줌통이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 나는 이불 속에서 잠꼬대를 하는 모양으로 소리를 내면서 뒤척였다. 나의 뒤척이는 소리에 현장의 생생한 음향이 뚝 끊어졌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때다 싶어 나는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방안이 너무 깜깜했기 때문에 더듬거리며 부엌 쪽으로 난 전기 스위치를 켰다. 현장의 모습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부모님이 얄궂게 엉겨 있었다. 나는 그보다도 내 볼일이 더 급했기 때문에 부엌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오줌을 갈기기 시작했다. 급하게 누려니 오줌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나오기 시작한 오줌 줄기는, 아직 설거지를 하다 만 밥그릇 통까지 튕겨 올라갔다. 부엌 바닥을 파고 뒤집을 듯이 세차게 나온 오줌 줄기는 한밤중의 고요를 무참하게 깨뜨렸다. 오줌은 참으로 오랫동안, 지루할 정도로 이어져 나왔다. 방안에서는 부모님이 놀란 토끼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를 원망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판을 깬 건 내가 아니라, 생리적 현상으로 인한 오줌통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부모님에게 할 말은 있었다.
미리 예고를 해 주든지, 아니면 좀 일찍 끝내고 말든지, 교육은 짧을수록 좋다고 했는데 현장의 성교육도 짧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길면 길수록 어린 청소년들의 신경을 마비시킬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였다. 공부할 마음을 빼앗아 가고, 경제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은 자명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당일날 저녁에 사전에 가족들에게 특히 한방을 같이 쓰는 어린 청소년들에게 사전 예고를 철저히 하고, 교육 실습에 들어갈 것을 이 기회에 지면으로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