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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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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과 야구방망이
2010-11-10 오후 6:01 조회 7310추천 3   프린트|스크랩

 

 
  H농협에서 무슨 무료 건강교실을 연다는 얘기를 듣고, 요즘 그렇잖아도 몸이 찌부둥하던 차에 잘 되었다싶은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농협 문턱을 들어섰다. 1층 농협 매장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5층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무료 건강교실 입구에는 몇 명의 여자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교실 안에는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 쪽에서 간단한 등록절차를 마치고 뒤쪽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아마도 수강대상이 여자들이어서 그런지 남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강사는 남자였다. 전국 유명강사 쪽에는 들지 않고, 지역 유선방송을 이따금 타는 낯설지는 않은 사람이었는데, 들리는 얘기로는 전국 방송망을 못탔을 뿐이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실력있는 강사라고 했다.

  농협측의 실무자가 강사님의 약력을 잠시 소개했다.

  “이명길 강사님께서는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시고, 모대학에서 강사경력을 수년간 하시고 여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훌륭하신 선생님입니다. 모쪼록 오늘 강의가 정신적인 양식이 되고 피와 살이 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명길 강사가 단상에 올라와 인사를 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도 덩달아 박수를 치고 앞쪽을 바라보았다. 키는 중키에 금테안경을 쓴 것이 지적인 면모가 엿보였다.

  강의 안내문에는 강의주제가 ‘솔방울과 야구방망이’였는데 도대체 그것이 건강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강사 옆에는 칠판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강사는 칠판에는 손도 대지 않고 바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H농협측에 감사를 드리고 불초한 저의 강의를 들으려고 성황을 이루어 주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아니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얘기는........”

  이명길 강사는 첫 시작부터 냉수를 들이켰다. 그리고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띄우고 계속 입을 열었다.

  “요즘 솔방울로 만든 건강 음료수가 나오는데, 향기가 괜찮으시죠? 송편에도 솔방울 향기를 깃들이기도 하고 화장품 종류에도 아마 그런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방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순수한 소나무에서 달린 솔방울이 성분상으로 제일 낫다고 합니다. 산에 소나무가 많습니다만, 산수화에 나오는 노송같은 우리네 소나무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산에 있는 솔방울 말고 우리네 사람에게도 솔방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잘 못 알아 듣겠다고요? 굳이 내 입으로 말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내 옆의 눈치 빠른 여자가 알아챘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나는 무슨 소린지 처음엔 알아듣지 못했다. 사람에게도 솔방울이 있다, 솔방울이라..... 나는 머릿속에서 한참동안 헤매었다. 다른 여자들이 하나 둘씩 뭔가 깨달아 갈 즈음, 뒤늦게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강사가 우리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솔방울이 산 속에 있는 노송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심신계곡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남자들의 가장 은밀한 곳에 감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모두 다 순수한 솔방울을 갖고 있는 소나무같이 귀한 존재입니다. 여성 여러분은 그것을 아시고, 남편을 신주 모시듯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토양이 솔방울의 약효의 성분을 배가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한의학적으로 규명되어 있습니다. 산속의 소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사람의 솔방을은 마음대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축운동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편리한 점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때까지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고 한다면 참으로 잘못된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늘 지나쳐 보던 들풀속의 야생화가 얼마나 신묘한 약효를 갖고 있는가를 새삼 발견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때까지 건성으로 지나쳐 왔던 것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솔방울만 새롭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바로 옆에 또 하나의 신기루같은 것이 있습니다. 재삼 설명 안해도 아시겠지요? 그게 무엇일까요? 대답을 잘 못하시는군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물으면 손을 들고 예! 저요! 저요! 하고 대답을 잘 할텐데. 여기 모이신 분들은 보기보다는 참 순진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야구 방망이입니다. 야구 방망이.”

  야구 방망이라는 말에 킥킥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도 웃음을 참고 있었는데 뱃속에서 웃음이 느글거리며 돌아다녔다.

  “요즘 이승엽이가 삼백호 홈런을 쳐서 야단들인데, 이 야구 방망이는 그에 못지 않은 보물단지입니다. 이 야구 방망이로 솔방울을 한번 쳤다고 가정해 보세요. 서울의 그 넓은 잠실구장이 문제겠습니까? 구장 밖으로까지 날아갔을 것입니다. 이승엽이가 최근들어 홈런을 왜 더 잘 치는지 전문가들이 분석을 해봤는데요. 자기 체질에 맞게 타법을 개발해 낸 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승엽이처럼 수시로 홈런을 날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 뭐라고 하셨어요? 내 것이 아니라서 맘대로 못한다고요? 어허 참! 남편이 내 것이 아니라면 남의 것이라 말입니까? 남자는 말이죠, 여자하기 나름이예요. 나도 남자지만 말이죠, 여자들한테는 맥 못추게 돼있어요. 남자들 허우대만 멀쩡하지 여자들 조종하는대로 다 넘어가게 돼있어요. 아 그런 말 있잖아요.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란 말입니다.”

  수강생들의 얼굴이 어느새 화색으로 변하면서 입가에는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웃음이 건강의 보약이라던데 분위기로 봐서는 건강교실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수강생 여러분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타법을 개발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물을 갖다 놓고 강의를 해야겠지만, 농협측의 형편상 그렇게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각자 집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널리 양해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골프 연습장처럼 밖에서 연습할 처지도 아니잖습니까? 앞으로 그런 연습장이 생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자들 외도하는 것하고 역전 뒷골목에서 하는 것은 그건 연습이 아니라, 완전한 반칙이니까 제외하고요. 이 자리에서는 다만 여러분의 머릿속에 효율적인 타법의 요령만을 가르쳐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십분 이해해 주세요. 솔방울과 야구방망이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쪽에 너무 치우쳐서도 안되고 너무 장외 홈런만을 고집해서는 방망이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나무방망이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알루미늄 방망이를 많이 사용하지요. 각기 특색이 있습니다만, 자기 것으로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솔방울의 크기와 야구방망이의 강도를 여하히 잘 조절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에 관한 책은 시중 서점에 가봐도 별로 나와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의 강의를 귀담아 들으시고 열심히 연습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뭡니까?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사느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방청석에서는 틀렸다는 대답은 없었다. 맞다는 얘기였다. 옳은 얘기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죠. 저녁에 스포츠 뉴스 볼 적에 야구 뉴스 나오면 그냥 무심코 보지 말라는 것이지요. 저의 얘기를 듣고 가면 아무래도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이승엽이 홈런 치는 뉴스는 빼놓지말고 꼭 챙겨보세요. 더욱 좋은 것은 이승엽의 타구법을 유심히 관찰해서 적용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승엽 뿐아니라 다른 홈런 타자나 안타율이 높은 타자들을 잘 살펴서 자신의 인생 설계를 새롭게 해보라는 것입니다. 솔방울의 쿠션과 야구방망이의 기묘한 접합 기술을 스스로 체득할때에 진정한 인생의 낙원이 보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즐겁고 활력이 넘치고 참으로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솔방울과 야구방망이는 조물주인 하느님이 인간에게 준 귀한 선물입니다. 이것을 잘 활용하라고 준 것인데 잘 써먹지 못하고 녹슬게 썩힌다면, 그것은 일종의 죄악입니다. 물론 함부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고 다만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기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모쪼록 저의 두서없는 강의가 여러분의 생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가 요란하게 터져나왔다. 그 열기만큼 건강교실 분위기는 들뜬 상태였다. 모두가 뭔가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즐거운 기색이 감돌았다. 우리네 가정안에 솔방울과 야구방망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듯 했다. 그렇다. 각 가정이 야구장인 셈이다. 야간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랬다. 프로 야구가 생긴 이래, 솔방울과 야구방망이를 주제로 건강교실을 연 것은 기발한 착상이 아닐 수 없었다. H농협의 매출순위가 전국 제1위라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인생의 활력소가 되는 주제를 끊임없이 개발해서 전달교육을 해주는 것도 고객을 위한 최대한의 서비스 정신이 아닐까.

  그런데, 하루 건너 술 취해 들어오는 남편을 상대로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중국 권법에 취권이라는 것이 있던데, 나도 취권으로 솔방을 겨낭해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싶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성룡의 취권을 빌려 보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동네옆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다.


 

┃꼬릿글 쓰기
가능동아이 |  2010-11-11 오전 2:52: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녹음기를 틀어놓은것처럼 생생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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