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과메기
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
2010-11-03 오후 6:00 조회 7146추천 11   프린트|스크랩

 

 

  내가 학급 반회장에 선출된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4학년때도 회장에 거론된 적은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는데, 5학년으로 올라와서는 친구 녀석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어쩔수없이 회장 후보에 올라 총 43명의 반학생 투표중 경쟁 후보인 남상국이 20표, 내가 23표를 얻었다. 3표라는 근소한 표 차이여서 남상국은 무척 애석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줍잖게 그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힘이 없어 보였다.

  내가 알기로는 그의 집안은 이 촌구석이기는 하지만, 매우 잘사는 축에 들었고, 그의 부모도 학교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선생님들과의 교분도 많아 그가 당연히 회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과는 예상외로 나타난 것이었다.

  올 학기초에는 선생님들이 거의 다 바뀌어서 관심있는 학부형들이 학교를 들락거리는 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남상국의 부모도 그중의 한사람이었다. 새로 바뀐 선생님들은 거의 다 도시 학교에 있다가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보다도 분위기가 백팔십도 달랐다. 숙제를 많이 내줄 뿐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엄하게 대했다. 욕까지 할때도 있었다. 이 새끼, 저 새끼, 더 심하게는 이 씨발놈의 새끼등.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말이었다.

  또 이해하기 힘든 점은, 학부모들이 학교에 인사하러 올때에는 반드시 돈봉투를 갖고 와야 된다고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학교 재정이 빈약해서 그것은 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쓰여질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나는 처음엔 이해를 못했다.

  내가 반회장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인지라 나는 어머니에게 조그만 보답이라도 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는 언제 날을 봐서 선생님한테 인사라도 가야할 텐데 하면서 면소재지 부근의 공장에 일하러 가는 것이었다. 나도 내심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부회장 이하 다른 학생들중 관심있는 부모들은 벌써 선생님을 한번씩 보고 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일하는 회사에 얽매인 몸이라 시간 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며칠 후였다. 오전 수업이 두시간째 끝나기를 조금 앞두고 내 뒤에 앉은 김길상이가 내 등을 쿡쿡 찔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교실 뒤쪽 창문틀 옆에서 어머니가 나를 좀 보자는 손짓을 했다. 선생님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나는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교실 뒷문 쪽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양손에 무엇을 들고 있었다. 요구르트와 초코파이 빵이었다. 반 학생들에게 한 개씩은 다 돌아갈 양이었다.

  “얘야, 내가 공장에서 시간을 좀 내갖고 왔다. 선생님을 내가 직접 뵙고 가야 될 터이지만 수업중이고 또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니 네가 이걸 선생님께 전해드리고 반 아이들과 나눠먹도록 해라.”

  어머니는 요구르트와 초코파이 빵봉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어서 갖고 들어가 봐라.”

  어머니는 내가 들어가는 걸 보고 가시겠다는 뜻 같아서 나는 어머니 말씀대로 선물 봉지를 들고 교실로 들어갔다. 얼핏 뒤를 돌아보니 어머니는 창문 옆에 몸을 숨기듯이 서계셨다. 아마도 내가 전달해주는 것을 보고 가실 모양이었다. 나는 선물 봉지를 선생님 앞으로 가져갔다. 어머니의 뜻을 나는 더듬거리면서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나는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말에 대한 자신감이 평소 없는 터라 선생님께 제대로 어머니의 뜻을 전했는지 두렵기까지 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밖에서 보라는 듯이 봉지를 내팽겨쳤다.

  “야 이 자식아. 이걸 선물이라고 가져 오나? 이기 선물이가? 회장이 어떤 자린데. 회장의 자존심도 없나?”

  팽개쳐진 봉지속에서 흘러나온 요구르트와 초코파이가 교실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학반 아이들은 이 난데없는 사태에 숨을 죽였다. 모두가 두려움에 휩싸였다. 나는 어쩔줄을 몰랐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권투선수가 가만히 서있다가 별안간 기습당한 것처럼 나는 휘청거렸다. 그러나 용케도 나는 넘어지지 않았고, 뒤쪽 창문 밖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급하게 사라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 잡혔다.

  그날 나는 어떻게 학교를 마쳤는지도 모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공장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 오후 여섯시는 넘어야 했다.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나는 방황의 숲속을 헤매었다. 참으로 지루하고도 긴 고통의 시간이었다.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평소때와 다름없이 집안 일을 하셨다. 별다른 내색은 없었다. 어머니는 왜 아무런 말이 없을까. 나는 뭘 잘못해서 선생님한테 회초리 한 대 맞은 셈치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심중은 알 길이 없었다. 무언가 터놓고 말할 수 없는 장벽이 가로놓인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어머니를 뵐 면목이 없었다. 오늘 학교에서의 그 일을 없었던 것처럼 되돌릴 수는 없을까. 무언가 모를 나 자신의 잘못으로 어머니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기분이었다.

  그날 밤이었다. 자정 무렵, 나는 잠을 설치다가 옆에서 어렴풋이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소리였다. 가늘고 약하게, 들릴 듯 말 듯, 이어지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졌다. 흐느끼는 소리였다. 밤의 어둠을 적시고 무딘 나의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나의 내부가 소용돌이쳤다. 슬픔과 고통이 나를 얽어맸다. 야릇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는 어머니의 흐느낌에 젖어들었다.

  이윽고, 참고 참았던 나의 눈에서 맑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눈물은 내 뺨을 적시고 베갯잇을 적시고 자꾸만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꼬릿글 쓰기
月谷川 |  2010-11-03 오후 9:52: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런글이 미사여구 동원하는 언어의 유희 보다 훨씬 사람을 감동하게 합니다  
여현 |  2010-11-04 오전 6:58: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도시에서 온 선생님들은 다 나쁜 놈들이었군요.
촌지나 바래고
인격모독적 행위도 서슴치 않는...아주 나쁜 놈들이었군요.
도시에서 온 선생놈들은 다...  
가죽商타냐 |  2010-11-04 오전 7:25: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돈이 죄인지.. 못난선생님이 죄인지.. 이사회가 죄인지..  
AKARI |  2010-11-04 오전 11:06: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흑...눈물나요......ㅠㅠ







 
shwsh |  2010-11-05 오후 12:33: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실이라면 과거의 추억이 좋지는 않았네요...
헌데 좀 심해보입니다...선생이...작위적인듯...
 
꿈속의사랑 |  2010-11-06 오후 2:33: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세상에 이런 무지막지한 교사들이 있었디니.....아픈 기억이 있으시군요  
당근돼지 |  2010-11-08 오전 7:12: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