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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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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고등어
2010-10-30 오후 8:14 조회 7456추천 5   프린트|스크랩

 

 

  양파 마지기나하고 있는 죽자 엄마는 5일마다 서는 장날에 장보러 가는 것이 더 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올해는 양파값이 괜찮아 고깃마리라도 사서 남편 밥상에 몇 번 올리기도 했었다. 그래 오늘도 장바구니를 들고 습관처럼 장터를 찾았다.

  K면의 장터는 옛날의 번성했던 체취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얼마전에 폐쇄되긴했어도 우시장의 넓은 흔적이며 하루에 평균 돼지 10마리 이상 도살되는 도축장하며 하천 건너 널찍하게 자리한 대장간등이 그것이었다.

  장터는 제법 시끌벅적했다.

  죽자 엄마는 장터 뒷골목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천막집에서 정구지찌짐 부침에 남편 몰래 한두잔씩 먹던 막걸리 한사발부터 했다. 알콜이 뱃속에 들어가자 즉각 반응이 왔다. 새싹이 움트듯 해골 밖으로 열기가 뿜어져나왔고 그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내 세상인 것같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앞에는 밥상이 떠올랐고 그 위에 놓일 찬거리가 무엇보다 걱정이었다. 오늘은 뭘로 반찬을 할 것인가. 때만 되면 걱정이었다. 아침먹고 잠시만 지나면 점심이요 저녁이었다. 먹을 때가 이렇게 자주 닥칠때면 하루 두끼만을 먹을수는 없는가, 안먹고 살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시골 장터엔 고기라고는 고등어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것도 풍성하지를 못해 구하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자고나면 높은 산맥으로 앞뒤가 병풍처럼 가로막힌 산중 깊숙한 이 내륙지방에서 고등어를 본다는 것은 무슨 희귀한 물건이라도 보는양 신기할 정도였다.
  발달된 도로망과 교통이 머나먼 해안가에서 고등어를 이곳까지 끌고 들어왔다고 이해를 한다 해도 여운은 가시지를 않는다.

  고등어의 눈이 죽은 사람 모양으로 하얗게 돌아갔다든가, 꺼칠꺼칠한 피부가 도무지 윤기가 없어 사먹을 맛이 안난다든가, 장사꾼 아줌마의 어수선한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가, 값이 형편없이 비싸다든가 하는 점이 있더라도 이 촌구석에 처박힌 사람들은 별수없이 사먹어야 했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이라도 할 량이면, 어린 자식들이 나중에 혹 도시에 나가 빈혈증세로 쓰러지지 않을 량이면 울며 겨자먹기로 뱃속을 채워두어야 한다. 하여 죽자엄마도 안면이 있는 장사꾼 앞에서 꼿꼿하게 뻗어있는 고등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줌마요. 한분 사먹어 보소. 맛이 기똥차요. 저 마산 앞바다서 직접 가져 온기요. 한번 묵어보마 맛이 어떤가 알끼구마는.”

  장사꾼 아저씨의 넋두리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죽자엄마는 망설여졌다.

  막걸리를 한잔해서 그럴까. 고등어가 관속에 든 시체를 연상시켰다. 아무리 좋게 봐 주어도 소금에 절여둔 고깃덩어리였다. 연전에 마을앞 하천 웅덩이에 빠져 죽은 친구 아들녀석의 시체가 생각났다. 수영 미숙으로 발을 헛짚어 웅덩이 속에 빠져 죽었었는데 보건소 앞마당에 내려놓고 공의가 뒤척거렸던 모양새가 꼭 저렇게 닮아있었다.

  막걸리 한사발이 죽자엄마의 시야를 그렇게 엉망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꿈벅거렸다. 피로로 인해 눈꺼풀에 달라붙는 잠귀신을 떨치면서 고등어 한손을 이천원에 샀다. 양념류와 죽자 신발도 한 켤레 샀다. 돈을 좀 쓰긴 했으나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집안에 갇혀 있다가도 장에 한번씩 나오면 복닥거리는 것이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장터 거리는 늘 도시의 어느 한모퉁이를 잘라 옮겨놓은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다방, 음식점, 상점, 당구장, 학교, 마을금고, 미장원, 쌀집, 농방, 방앗간, 병원등 도시를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모양이었다.

  죽자엄마가 신발점을 나서서 장터 이발관 앞을 마악 지나고 있는데

  “아유우 죽자엄마. 뭘 그리 사와여?”

  호들갑떠는 소리에 쳐다보니 눈이 있는지조차 구분못할 정도로 옆으로 푹 파묻힌 눈매로 탱숙이 엄마가 두손을 들고 다가왔다. 화장내가 확 풍겼다. 손톱의 빨간 메니큐어가 핏방울처럼 섬찟했다. 장터가 염색될 듯 흙을 한번도 만져보지 못한 고운 손이었다.
  농촌에 살면서 어떻게 저런 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죽자엄마는 그것이 궁금했다. 면서기 마누라면 다 저런가 싶어 부럽기 짝이 없었다. 옛날 면서기도 당당했었다지만 요즈음 면서기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꼬박꼬박 월급 나오겠다, 명색이 공무원이라 깨끗한 사무실에 앉아 출퇴근 하겠다, 복이 얼마나 많으면 면서기한테 시집을 다 갔는가 싶었다. 처녓적에 줄곧 따라다니던 지서 김순경한테라도 시집 못간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흙파먹는 남편과 비교하면 부아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탱숙이 엄마는 화장품도 한 개 이삼만원짜리를 쓴단다. 그래서 그런지 냄새도 고급으로 느껴져 가까이서 맡기가 왠지 쑥쓰러웠다.

  “고등어 샀네? 그런데 왜 이리 시들하지? 오래된거 아냐? 눈알이 이상하다아.”

  나이가 자기보다 다섯 살이나 아랫니면서 반말투로 지껄이는 것이 밉살스러웠다.

  “싱싱한기 있어야지. 다 그래…. 어데 장보러 오는가베?”

  “보기는 봐야겠는데 이런데서 장볼라카이 그렇고. 무나 한두뿌리 살까. 고기는 못사먹겠더라아. 식중독 걸릴 위험이 있어서. 그래 난 요즘 백화점에 가서 사먹어.”

  죽자 엄마는 백화점에서 고등어를 판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그것은 충격적으로 받아 들여졌다. 여러 가지의 옷가지같은 것은 파는 것을 들어 알지만 고등어와 백화점과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성싶었다. 백화점 문전에도 못가본 죽자엄마에겐 고등어를 백화점에서 사먹었다는 말은 하나의 고통으로 남았다. 인근 도시에 그런 곳이 있는가도 몰랐다.

  “M시에 가서 사왔었나 보지?”

  “아니…대구에 가서.”

  대구라니. 대구라면 여기서 2백리나 되는 거리다. 하기야 교통이 좋아서 한두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죽자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같이 흙파먹고 사는 년은 별수없다고 자학하면서 내키지 않는 물음을 했다.

  “맛도 다르겠지?”

  “응 그래. 맛이 얼마나 좋다고. 냉동을 시켜놔서 변질이 안되고 입에 넣었다하면 살살 녹아.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없어져. 나도 어저께 먹다가 하도 이상해서 거울을 들여다봤다니까. 그런데 고기는 그대로 입안에 있대. 그 정도니까 뭐.”

  죽자 엄마는 괜히 물었다 싶었다. 갑자기 시장끼가 생겨서가 아니었다. 가늠할 수 없는 사상의 강물이 출렁였기때문이었다. 낯익은 여인네들이 이상한 전파를 감지했는지 하나둘씩 모였다. 그들도 장바구니에 고등어 한 마리씩을 사들고 올라가던 참이었다.

  탱숙이 엄마 말에 의하면 오늘 고등어를 밥상 위에 올린 식구들은 전부 식중독에 걸릴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식중독에 걸릴 값이라도 먹어야 한다. 먹고 죽어 나자빠지는 한이 있어도 또 다음 장날을 기다려야 한다.

  머나먼 대구까지 가서 고등어를 사먹는다는 말에 여인네들은 저마다 눈을 멀뚱거렸다. 그런데 여인네들이 눈을 멀뚱거리는동안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죽자 엄마 장바구니에 담긴 고등어가 펄떡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초점잃은 눈이 생기를 되찾고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고등어의 시선은 탱숙이 엄마를 자꾸만 겨냥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부아가 난다는 듯이 또 몸을 뒤척거렸다. 고등어가 펄쩍거릴때마다 장바구니가 흔들렸다.
  고등어는 발작을 하듯이 몸부림을 치다가 더 못참겠다는 듯이 입을 오물거렸는데 희안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 난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고등어 육촌 동생뻘되는 놈이여. 말하자면 우린 이산가족이지. 백화점엔 내 사촌 당숙도 있어. 갸들은 호화로운데서 잘 먹고 잘 살끼라. 난 잘못 팔려와서 이 시골 구석에 처박혀 썩고 있는 처지지만, 다 팔자소관이여. 그렇지만 나도 기나갈수 있다 이기야. 버스가 올 때 됐으이. 그래 여기 더 죽치고 앉아있으마 이대로 썩고 말끼라. 남의 뱃속에 들어가 좋은 일만 해주고 말끼라. 버스타고 백화점에 가서 나도 살끼라 이기야. 거기 가서 골빈 사람들 뱃속에 들어가 나도 살 수 있다 이기야. 어서 일어나 가야지. 벌씨로 버스가 도착했구마는. 버스가.

  고등어가 갑자기 눈을 히빈덕거리며 미친 놈처럼 밖으로 튕겨져나왔다. 여인네들이 혼비백산했다. 장터바닥이 일순 아수라장이 되었다. 고등어가 대로상에서 펄떡거리고 죽자 엄마는 고기를 잡으려고 날뛰었다. 탱숙이 엄마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었다. 장터에 모인 사람들이 이 기괴한 광경을 구경하려고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장날 순찰하러 나왔던 지서 김순경이 무슨 사건이 터졌나 하고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1990년 6월 4일 오후 네시 삼십분경에 일어난 일이었다.

 


 

┃꼬릿글 쓰기
난빈삼각 |  2010-10-31 오전 1:20: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분명, 스토리존 팩션인데, 막판난리부르수땜시 핵갈려부러...ㅋㅋ  
당근돼지 |  2010-11-02 오전 4:33: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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