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서 확립을 위한 범시민 참여운동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교통질서, 거리질서, 행락질서 등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사항들을 위주로 세부추진계획을 세워 대주민 홍보전략을 짜고 현지에 나가 나름대로 활동을 하였지만 형식적인 면도 없잖아 있고, 해마다 비슷한 주제로 추진해온 것이어서 성과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 없었다. 일선에서의 업무특성상 종합행정을 다루는 것이어서 부문별로 매달려 움직이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시민의식 수준에 달려있는 것이어서, 홍보를 백날해봤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시민의 머릿속에 들어가 마우스로 해당 항목을 직접 클릭하지 않고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것이었다.
시내 중심지 동네는 더욱 그랬다. 가령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을 하려면, 야간단속이라야 하는데 퇴근시간 이후 직원들끼리 조를 편성해서 해보지만 직원들 사기문제도 있고, 언제 어디서 버리는 것인지 현장을 포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무인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단속을 한다지만, 카메라 한 대 설치비가 몇백만원씩이 한두군데말고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예산을 엄청나게 쏟아부어 단기간에 요소요소에 설치한다면 모를까. 주차문제도 그 범주에 속한다.
며칠전,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하라는 강력한 공문이 내려와 직원들 야간 근무조를 편성했다. 오늘밤에는 내가 1조장이 되어 네사람이 B지구에 순찰을 나갔다. 동네 순찰을 나가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시장, 군수의 입장에서, 읍․면․동장의 입장에서 바라보라는 것이다. 상사들은 말하기 좋게 그런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시청과 군청 뒷산에 올라가야 시청과 군청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인데, 그 위에 올라갔다 셈치고 그렇게 바라보면서 일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시내 밑바닥을 골목골목을 누비는 판에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해도, 그렇게 바라보려고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사들은 수시로 핀잔을 하며 무안을 준다. 시장의 입장에서 군수 입장에서, 읍․면․동장의 입장에서 바라보라고 하면, 적어도 일주일 안팎의 임시 임명장을 주고 그 자리에 앉혀 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 자리에 잠시 올라가봐야 뭔가 보이지 않겠는가. 시청과 군청 뒷산 꼭대기에 올라가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아래를 보고 살펴가면서 일을 하라는 것인데 도대체 졸병 입장에서 뭐가 보여야말이지.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처리하려고해도 숨이 차서 헉헉거리는 판에.
새마을 모자를 눌러쓰고, 단속반 완장을 차고 호각까지 휴대하고 거리를 나섰다. 그런데 모자와 완장을 둘러쓰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주민들의 보는 시각도 다르다. 옛날 어느 TV드라마에서 ‘완장’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극이 있었는데, 그때 주인공이 자신의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완장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을 기억하는데, 우리도 마치 그때 그 연속극의 주인공처럼 행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어쩌면 완장의 효과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던 6․25전쟁 당시 북한의 점령하에서 활개친 빨간 완장의 위력처럼 그렇게 주민들을 압도할 수는 없을는지. 그런 생각을 흩날리면서 1조는 밤의 질서를 바로잡기위해 B지구를 밟기 시작했다.
A할인마트 옆을 돌아 야산 밑 도로 확포장공사를 하는 M아파트 후문쪽으로 들어섰다. 공사장 주변이어서 그런지 도로변에 건설자재 등이 어수선하게 쌓여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조금 더 흐려보였다. 도로 곳곳에 차량들이 어둠과 가로등 불빛을 섞어가며 침침하게 숨을 죽이고 엎드려있었다. 밤만 되면 도로 양쪽 차선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는 자동차들의 행렬이 상여를 따라가는 조문객처럼 슬퍼보였다. 도로확보율이 자동차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의 오류가 밤마다 거대한 공룡주차장을 만들고있는 것이다. 이면 도로이기 때문에 후진 데가 더러있어 늦은 밤길은 예감이 좋지 않은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방 이십미터 앞 왼편 차 뒤쪽에서 사람의 물체로 보이는 것이 움직였다. 주택과 차 뒤 사이의 공간이었다. 두사람이었는데 급한 볼일을 보는 모양이었다.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을 나와서 노상방뇨 단속을 할 형편이었다. 반원으로 뒤따라오던 조길상이 한마디 내뱉었다.
“오늘 한건 하입시더. 우에서 자꾸 실적없다고 캐샀는데 잘됐네에. 낯도 좀 내고.”
“쓰레기 단속하고는 다르다 아이가.”
“아 거기 거기지요. 널븐 의미에서 다 환경사범에 속하는기라예. 함부로 지깔기마 사람 쓰레기지요. 안그렁강?”
조길상은 옆의 동료 이팔수에게 동의를 구했다. 이팔수는 과태료 고지서철을 꺼내들었다. 이팔수는 근무경력이 얼마되지 않아 곧이곧대로 행하는 타입이었다.
볼일 보는 사람은 남녀 두사람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먹이를 발견하고 낮게 포복한 표범처럼 경계의 눈빛을 발산하며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여자는 당연히 앉아서 자신의 볼일을 보는 지 잠시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남자는 선 채로 볼일을 보았는데, 요강 속의 처리물량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다가갈 즈음, 남자는 옷을 추스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떨림이 너무 격렬해서 가로등 그림자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밤이슬을 머금은 찬공기가 남자의 속살을 차갑게 강타한 모양이었다. 여자는 다소곳이 일어서고 있었다. 밤공기를 가르는 환경오염의 분수대 소리가 바람의 옷자람처럼 어둠을 스치며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팔수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시원하시겠습니다. 근데 아실만한 분들이. 오늘 운이 안좋은 모양입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두 남녀는 삼십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적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4명의 반원과 새마을모자와 붉은 글씨의 완장의 분위기가 그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있었다. 조길상이 휴대용 손전등을 켜주고 이팔수가 고지서 과태료를 끊었다. 노상방뇨에 대한 과태료는 3만원이었는데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부과토록 되어있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세외수입을 올릴 목적으로 조례에 그렇게 정해놓고 있었다.
이팔수는 남녀에게 각각 고지서를 발부했다. 우리는 앞으로 조심들 하라고 경고하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몇발짝 가기도 전에, 좀 전의 남자가 달려왔다. 남자는 불만섞인 어투로 말했다.
“고지서 잘못 끊은 것 같은데요?”
“잘못이라니요? 뭐가요?”
고지서를 발급한 이팔수가 자기의 잘못이 없다고 확신하듯 대답했다.
“저 여자 친구는 삼만원인데 나는 왜 육만원입니까?”
“아, 그거요. 그건 형씨가 방뇨를 하면서 흔들었기때문이지요.”
“흔들다니 뭘 흔들었다는 말입니까?”
“가만히 앉아 곱게 누는 것하고, 흔드는 것의 차이지요. 고스톱 판에서도 흔들면 두배로 치잖아요. 상식적인 얘기 아닙니까? 그리고 규정에 그렇게 되어있어요. 밑에 한번 읽어보세요. 과태료 규정 20조 1항 단서에, 노상방뇨 등 환경질서 경범죄자에게 2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그것도 제가 흔드는 강도를 감안해서 적정하게 끊은 것입니다.”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밤바람이 주위를 맴돌았다. 여자 친구가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눈치였다. 남자는 너무 억울하다는 듯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이 흔들었던 것은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며 주위의 날씨 탓이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여자쪽의 체면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고지서를 만지작거리며 돌아서는 남자를 뒤로하고 다음 지구로 향했다. 조례 입안자가 누구였는지, 자치재정 수입증대 효과까지 노린 입안자를 한번 찾아보고 싶은 밤이었다.
그래 우리는 흔드는 것을 찾아다닌다. 흔들면 변화가 일어나고, 변화는 또다른 변화를 가져온다. 세외수입도 올리고 환경사범 단속도 하고, 술을 먹으면 흔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나도 흔들고 싶구나. 이 세상을 내 물건처럼 손아귀에 쥐고, 마냥 흔들고 싶다. 바람에 나부끼며 휘날리는 태극기처럼.
우리는 내일을 넘나드는 밤 깊은 자정 문턱에서 낡은 간판이 흔들거리는 막걸리 주막집으로 들어가 목을 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