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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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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산림요양소
2010-09-07 오후 1:25 조회 7213추천 11   프린트|스크랩

 

 

      Y가 작년에 소규모 창업에 실패하고 난 뒤 다시는 창업같은 것은 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오늘 우연히 그를 다시 유혹하는 뉴스가 나왔다.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 라는 문구가 방송화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Y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뉴스를 검색해 보니 서울의 유명한 모대학병원에서 실험으로 그것을 입증하였다는 것이다.

     바둑을 두는 전문가와 연구생들의 뇌 구조를 찍어 일반인의 뇌와 비교 분석하였는데 바둑을 오래 둔 사람의 뇌는 일반인보다 집중력과 기억, 시공간 감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발달되어 있고, 뇌영역간의 연결 고리가 치밀하였으며, 작

업 수행능력, 문제 해결능력 등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세계 최

초로 바둑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이번의 연구 결과는 뇌영상학 분야의 세

계의 유명 저널지에 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Y는 ‘바로 이것이야’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연구 성과는 발빠르게 실용화하는데에 성패의 여부가 달려 있다. 학자는 연구를 하고, 나같은 사람이 그것을 상업적으로 실용화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이 연구를 잘만 이용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Y는 바둑의 고수는 아니지만, 바둑을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틈틈이 두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바둑과 관련된 상업적 노하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그는 등산을 좋아하여 산과 바둑을 조화시키면 그럴듯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최근 웰빙 바람이 불어 산을 찾아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 숲이 우거진 산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어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바둑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바둑이란 무엇인가. 정신적인 숲이다. 바둑의 첫수를 놓을때부터 바둑의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흑과 백. 왼발 오른발을 교대로 움직이며 서서히 바둑의 산림 속으로 들어간다. 호흡을 조절하며 바둑의 숲에서 뿜어져나오는 음이온을 섭취하면서 바둑의 향기에 젖어든다. 비자나무, 향나무 등으로 만든 바둑판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체취와 어우러지면서 맑은 정신세계로 빠져든다. 깊은 산 수풀 속에서 맡을 수 있는 내음을 바둑판 앞에서 맡을 수 있다. 간밤에 먹었던 술끼도, 흐트러졌던 기억들도 바둑의 숲속에서 정화된다. 노인성 치매도 바둑의 향기에 굴복한다. 체내의 모든 굴곡진 혈류도 시원한 바둑 숲의 바람에 자연스럽게 엎드린다. 인체를 관장하는 뇌가 활성화되면서 지끈거리는 두통이 사라진다.

     산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정화시켜 주듯이 바둑도 그런 작용을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바둑의 숲에 들어오면 새로운 정신세계를 경험하고 한껏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즐길 수 있다. 속세의 탁한 공기에 찌든 것들을 걸러주고 세탁해 준다.

     어린이의 지적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청소년에겐 건전한 놀이문화의 장소가 되고 노인에겐 치매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Y는 이런 내용을 요약하여 광고 전단을 만들고, 시내 한 곳에 점포를 얻어 간판을 내걸었다.

     이름하여 ‘바둑산림요양소’.

     점포 입구에 전자간판도 설치하였다. 값이 비싸긴 하였지만 글자가 수시로 명멸하며 움직여 돌아가는 것이 홍보에는 적격이었다.

     광고 전단지는 신문보급소와 사람을 고용하여 시장통이나 주택가에 배부하였다.

     광고 효과는 곧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사무실로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새로운 간판을 보고 눈길을 한번씩 주고 갔다. 바둑에 관심있는 사람도 와서 보고는 기발한 상술을 개발했다고, 시설비도 만만찮게 들었을텐데 아무튼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개업한지 이틀이 지난 아침 무렵, 점방 앞에 웬 휠체어가 나타나 문을 두드렸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고개를 갸우뚱 숙인 채 상점 안을 노려보듯이 바라보았다. 보호자인 듯한 사십대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고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여기 치매를 잘 고친다는 말 듣고 왔는데요. 우리 어머니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요.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던 Y는 갑작스런 방문객의 물음에 당황하였다.

    - 아, 네. 잘 오셨습니다. 잠시 여기 앉으세요.

     Y는 커피를 한잔씩 타 드리고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 생각하였다. 노인들이 이용할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긴 했지만 치매 걸린 노인이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찾아온 손님을, 더구나 광고 내용을 읽고 찾아온 고객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 바둑을 둬본 경험이 있으신지요?

     - 전혀 둘 줄 몰라요. 구경은 한 적은 있지만. 우리 어머니도 그래요.

     난감하였다. 바둑의 숲에 당장 들어가기에는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바둑두는 것을 구경은 하였다고 하니 구경한 것만으로 바둑 급수 25급을 쳐주기로 하였다.

     - 그럼, 이리 오셔서 바둑판과 바둑알을 만져보세요.

     - 아, 감촉이 좋네요. 어머니도 한번 만져보세요.

     할머니는 바둑알을 입으로 가져가 먹으려고 하였다. 보호자가 얼른 제지하자 할머니는 어린애같이 앙탈을 부렸다.

     - 자, 됐습니다. 바둑판과 알을 만져보았으니 급수로는 벌써 20급이 되었습니다.

      Y는 초스피드로 바둑 급수를 올려주었다. 바둑의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 다음은요, 알까기를 할겁니다. 알까기는 해보셨습니까?

     - 아, 네. TV에서 왜 개그맨들이 나와서 설명도 하고 튕기는 거 말이죠? 그거 본 적 있어요. 재미있던데. 그건 뭐 나도 하겠던데요. 그게 알까기구나.

      보호자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자 할머니가 옆에서 대뜸 소리질렀다.

     - 뭣이라? 알까기라? 늙은 나를 놀리나? 내가 아를 얼매나 낳았는지 아나? 9남매나 낳았다고. 한 녀석은 어릴 때 죽었지만 여덟놈은 다 잘 키웠어. 그런데 또 내가 아를 낳으라고. 인자 아기 주머니도 다 쭈그랑 바가지가 되었는데 아는 무슨 아를 낳으라고 그래 이 양반아. 정신 머리가 있는 사람이야 뭬야?

     할머니는 Y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내었다. Y는 할머니의 황당한 공격에 어쩔줄을 몰랐다. Y는 즉시 사과아닌 사과를 하고 할머니를 겨우 진정시켰다. 보호자는 할머니가 정신이 있을때는 멀쩡하게 모든 얘기를 다 알아듣고 특히 자신을 욕하는 말은 귀신같이 알아 듣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Y는 알까기가 할머니를 모욕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보호자와 함께 알까기 시범을 하였다. 바둑판 위에서 검고 흰 몇 개의 알이 서로를 튕기며 나자빠지는 것을 보고 할머니도 우스운지 깔깔거렸다.

      그때, 또 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휠체어를 탄 노인이었는데 말쑥한 차림의 남자로 역시 보호자가 끌고 들어왔다. Y는 문득 여기가 무슨 병원인가 하는 착각이 들면서 고객을 정중히 모셨다.

     그랬다. 여기는 바둑을 매개체로 하여 사람의 정신을 치료하는 병원인 셈이다. 광고 문구에도 엄연히 치매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들이 바둑을 접하면 그만큼 심적으로 안정을 찾고 장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Y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Y는 자신의 점방을 찾은 두 휠체어 노인들을 중개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였다. 남자 노인은 바둑에 상당한 실력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자신은 아직 치매기는 없으며 할머니의 말동무라도 되어 주겠노라고 했다. 정말 다행스럽고 잘 된 일이었다. 두 보호자들도 덩달아 좋아했다. 남자 노인은 할머니를 옛날 친구를 만난 것처럼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할머니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남자 노인은 Y가 안내해 준 방에 들어가 인터넷 바둑을 두고 나와서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 아, 주인 양반. 오늘 좋은 바둑을 두었소. 1인실도 마련되어 아늑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와중에 또 향기 그윽한 내음에 취해 바둑의 숲에 들어갔다 나오니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소. 승패를 떠나 바둑의 향취에 푹 빠진다는 것 정말 기분좋은 일이오. 다음에 또 오리다.

     바둑을 인연으로 휠체어에 탄 두 노인이 말동무가 된 것을 시작으로 적지 않은 고객의 방문이 잇달았다. Y는 사업 성공을 예감했다. 그런데 그것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사실이 곧 나타났다.

     도로 건너편에 있는 ‘노인요양전문병원’에서 고객의 발길이 갑자기 많아진 Y의 사업에 질투아닌 질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바둑산림요양소’에서 노인 치매환자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관련기관에 해석을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소송여부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Y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여,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바둑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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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 |  2010-09-07 오후 5:53: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ㅎ 오랜만에 보는 수작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당근돼지 |  2010-09-08 오전 6:28: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에 뵙네요.........잘 보고 갑니다.  
AKARI |  2010-09-08 오전 7:12: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과메기님의 글은 항상 시선이 독특~발랄~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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