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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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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교
2010-06-25 오후 2:32 조회 8256추천 11   프린트|스크랩

 

 

     A가 로또교를 창설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며칠전이었다.

    그가 로또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이용해서 새로운 무엇을 창출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매주 아니 매일 그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표정과 사연을 살펴본 결과 로또를 사는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종류는 다양하였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일확천금의 행운을 거머쥐기 위해서, 그냥 습관이 되어서, 아니면 로또가게에 들어와서 서성거리면 뭔가 행운이 찾아올 것 같아서 한동안 앉았다 가는 사람 등등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도 로또가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가 하고 묻기도 하였다. 그때는 A가 아는대로 말해주었다. 복권방이 너무 많아서 허가내기가 매우 어려우며 몇 년 전부터 로또판매점 허가는 거의 내주지 않는다는 것, 국가유공자, 기초수급생활자, 장애인 등 허가 우대조건등이 있으나 허가가 되지 않는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하다는 것 등이었다.

     이런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이 로또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사보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에 로또판매점이 1만개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를 따지면 아마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은 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종교가 이와같은 수치의 신자를 갖고 있을까.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또 어느 종교가 로또만큼 이들에게 매주일마다 현실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주고 있는 것일까.

      A는 그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그를 신성한 교주처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다. 로또 한 장을 발매할때마다 그들의 간절한 심정이 전달되어 왔다. 그것은 그들의 일주일분의 마음의 양식이었다. 로또를 손에 쥐는 순간, 그들의 불안했던 마음은 녹아내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일주일마다 당첨되는 1등의 행운아를 보면서 그들은 나도 선택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또다시 복권방을 찾는다. 그러나 선택받는자는 한정되어 있고 희비가 교차하면서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글자에 매달려 매순간 숨가쁘게 인생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선택받은 사람과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 그 사이에 절망과 희망이 가로놓여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A가 있었다. A가 선택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희망을 분배하는 권리는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그 희망만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그 희망만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A가 착안한 것은 이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허전하고 아쉬운, 불안한 내면을 결집시킬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종교화였다.

     A는 로또교 창설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다.

    종교단체등록신고서, 회의록, 대표자. 기타 서류 등.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또교의 경전을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전이란 것이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경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만들어 가기로 하고 우선 로또교의 십계명을 만들었다. 이 십계명만 잘 지켜도 로또교의 창설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1. 로또는 허황된 신이 아니라 현실의 신으로 받아들이라.

      2. 로또는 우상이 아니다. 섬기지는 말아라.

      3. 로또를 함부로 가볍게 취급하지 말아라. 가벼운 지면 속에 장중한 무거움이 있다.

      4. 매주일 로또를 만나라. 사정이 허락하면 매일 만나도 좋다.

      5. 가정에서부터 로또를 사랑하도록 하라. 로또는 가정의 평화를 준다.

      6. 낙첨된 로또를 찢어버리지 말라. 모아두거나 그냥 버려라. 찢어진 숫자는 당신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7. 로또를 산 뒤, 마음을 놓지 말고 가벼이 행동하지 말라. 방심은 금물이다.

      8. 로또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라. 당신을 지켜주는 부적이 될 수 있다.

      9. 타종교를 존중하고 그들과 항상 소통하라. 종교간의 소통은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다.

    10. 로또판매점 방문객들과 다정한 미소를 나누어라. 그 곳은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성스러운 곳이다.

 

       로또십계명을 팜플렛으로 만들어 판매점에 비치하고 고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며칠만에 팜플렛이 동이 나버렸다. 주문을 다시 하였는데 그것도 금세 바닥이 났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정식으로 종교집회를 열자고 사방에서 연락이 왔다.

      몇차례의 시도 끝에 1차 준비회의를 K시의 문화회관에서 열었다.

     전국에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회관 대강당안의 좌석이 만원이 되었고 통로에 앉은 사람, 뒤켠에 선 사람 등 예상밖으로 사람들이 많이 왔다. 한동안 조용하던 회관의 넓은 주차장이 차량들로 붐비자 인근의 파출소에서 무슨 일인가하여 경찰들이 들락거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로또교라는 신흥종교를 창설한다는 소식에 상당수의 언론매체들도 방문하여 취재를 하였다. 회의자료, 회의진행, 회의 결과 등이 흥미진진하게 보도되었다.

    그 중 특히 관심을 끈 것은 회의를 주도한 A의 축하 인사말이었다.

 

     - …오늘날 우리는 물질만능주의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가 취급하는 로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상품으로만 생각하고 그 이면의 것을 등한시해왔습니다. 로또는 한 장의 종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참된 기쁨의 부적같은 것입니다. 우리 로

또교는 기존 종교와 달리 가장 현실적인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주는 종교가 될

것입니다.

     로또를 내 몸안에 지니고 있을 때 우리는 참된 평화를 누리는 것을 압니다. 느낍니다. 당신은 로또를 샀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 몸에 로또가 있습니까? 라고 말입니다. 로또가 없으면 힘이 없고 매사에 자신이 없습니다. 로또는 우리 몸의 활력소요 강장제같은 것입니다. 매주일 마다 연약한 마음을 추슬러주고 새로운 삶의 용기와 희망을 줄 것입니다.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종교가 될 것입니다. 로또교가 지금 시작단계이지만, 앞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면 로또상조를 설립해서 신자 회원 가족들의 죽음의 뒷바라지까지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 모두가 로또의 진정한 포교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건승을 기원합니다.

 

     A의 연설은 적지 않은 감동을 주었다.

    그의 연설은 마치 어느 유명한 교주의 설교를 듣는 것 같았다. 참석한 사람들은 그를 단지 로또를 판매하는 점주가 아니라, 어느새 로또교의 으뜸 수장으로서의 위엄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였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끝이 났다.

     회의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 2차 회의는 창단대회로 올해 말경 같은 K시 실내체육관에서 열기로 한다.

  ○ 로또교 십계명을 확대 발간하여 전국 판매점에 보급한다.

  ○ 경전사업은 전문가와 실무진을 별도 구성하여 추진한다.

  ○ 임시교주를 A로 하고 새로운 교주가 선출될때까지 업무를 관장한다.

  ○ 운영비는 전국 판매점의 수익금의 1%를 정기회비로 납부하고, 필요할 시에

      특별회비를 납부한다.

 

      A가 대회를 끝내고 판매점으로 돌아온 이튿날, 관내 유명기관단체장들의 축하 화환이 도래하였고, 시내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로또교주 탄생 축하, K시가 로또교의 성지가 되다, 나눔 로또가 드디어 종교화되다.

      A는 그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꾸벅 절을 올리며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로또 사랑을 실천하는 순교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꼬릿글 쓰기
AKARI |  2010-06-25 오후 9:27: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주 진지하게 읽었는데...ㅎㅎ
진짜 로또교...창설 되어도 될것 같습니다..
(화성인바이러스라는 프로에 로또교교주님이 등장하실수도...ㅎㅎ;)


과메기님 잘 읽었습니다...ㅎㅎ  
가죽商타냐 |  2010-06-26 오전 1:09: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동화 같기도..! 우화 같기도..! 잘 보았읍니다..! 굽벅  
당근돼지 |  2010-06-27 오전 6:51: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  
그대그시절 |  2010-06-28 오전 8:05: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대다수의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글자에 매달려 매순간 숨가쁘게 인생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렇군요.
나도 이 순간에도 그 가속페달을 숨가쁘게 밟고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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