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과메기
과메기 바둑점방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마음의 열쇠
2010-05-27 오전 7:54 조회 7789추천 12   프린트|스크랩

 

 

      A가 열쇠점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

      과거 열쇠 제작 전문업체에 있다가 독립해 나와 가게를 열었으나 돈을 별로 벌지는 못하였고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형편이었다. 한데 요즘 경기가 안좋아 열쇠 장사가 시원찮았다. 도장 새기는 작업, 기타 기념패 제작 등 부수적인 것들을 하고 있지만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조금전 TV를 보다가 그의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TV에서는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리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처음엔 무심코 바라보다가 떠오르는 무엇이 있었다.

      - 그래, 그거야.

      그는 머릿속의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를 하였다.

      지금까지 단순히 열쇠나 자물쇠를 판매하거나 그것을 복사해서 영업을 하였다. 새로운 모양의 열쇠가 많이 나왔지만 디자인면에서는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가 생각해 낸 것은 어느 스님의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얼마전에 탁발을 하는 스님이 지나다가 들렀는데 바쁜 와중이라 주머니에 집히는대로 적선하였는데 일만원짜리를 주게 되었다. 스님은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였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스님이 가고 난 뒤 잔돈 몇천원 주면 될 것을 오늘 일당 날아갔다고 핀잔을 주었다.

      스님이 가기 전에 던진 한마디 말이 귀에 맴돌았다.

      - 좋은 직업을 가졌소이다. 한데 처사님 앞길에 밝은 기운이 도는 것 같소이다. 부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럼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하시기를…나무관세음보살

      그 스님의 말과 오늘 TV속의 장면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A는 새로운 형태의 열쇠를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신앙을 갖고 살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기란 쉽지가 않다. 겉으로는 웃음을 띠면서도 속으로는 온갖 욕심과 질투와 시기를 하

며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세상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안과

 밖이 맞아 떨어지는 열쇠가 없는 탓이다. 외출할때에는 집집마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자물쇠를 단단히 채웠다고 해도 열쇠 도둑에게는 한낱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잠그고, 열고, 도적질하는 악순환의 되풀이. 이것을 방비하는 유용한 수단은 없는 것일까.

 

     A는 며칠을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 하였다.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백지에 연필로 그림을 스케치하며 여러 모양의 도면을 그려보았다. 그것을 컴퓨터에 옮겨 여러 형태의 설계로 변형시켰다.

     먼저 자물쇠는 기존의 사각모양의 디자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쇠도 기존의 관념을 버려야 한다. 열쇠없이 자물쇠를 열수 있어야 한다. 자물쇠의 모양을 타원형으로 하고 중간에 영상화면을 넣고 집주인과 가족들의 얼굴을 입력하고, 비밀번호와 지문까지 대조토록 한다.

    어쩌면 열쇠를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A는 고민에 빠졌지만 요즘 보안장치의 첨단화라는 측면에서는 어쩔수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넣기로 하였다.

     지문 대조작업이 끝난 다음, 마지막으로 음성으로 문답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적에서 열려라 참깨! 하면 문이 열리는 것

   과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문구를 선택하여 주고 받아야만 열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문구를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국어사전, 명언, 격언, 속담 등을 찾아보니 사람의 마음을 여는 말들은 무수히 많았다. 욕설, 무관심, 시기, 질투, 증오와 관련된 세상을 오염시키는 말들을 제외하고 따뜻하고, 맑고 밝은 낱말과 문장들을 찾아 자물쇠에 입력시켰다. 그 작업만 꼬박 보름이 넘게 걸렸다.

     첨단 IT기술과 금속기계와의 접목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계 및 제작은 옛날 근무했던 열쇠공장을 방문하여 협조를 구하였다.

     마침내 시제품이 나오는 날, A는 공장으로 달려가 시험을 하였다.

    자물쇠를 채우고 자신의 영상을 화면에 비추이고 비밀번호와 지문을 대조한

  뒤 가슴을 치면서 외쳤다.

      - 열려라. 얼어붙은 이 가슴이여.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이여. 뜨겁게 데워다오. 꽉 닫혀진 마음의 문을 열어다오.

      자물쇠는 잠시 반응이 없는 듯 하더니 이내 철거덕하면서 열렸다. 참관한 사람들이 모두 환호를 올렸다. 자물쇠가 잠시 머뭇거린 것은 수신된 낱말을 문장으로 조합하는 시간이 좀 걸린 것 탓이었다.

     시험을 한번 더 해보기로 하였다. 이번에는 욕설을 하였다.

     - 야, 이 새끼야. 니가 자물쇠냐? 머저리같이 생겨 갖고 남의 갈길 훼방이나 놓고 말이야. 문이나 빨리 열어. 썅!

     그러나 자물쇠는 열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성공작이라고 생각하였다.

     A는 다시 처음과 같은 말을 하면서 자물쇠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물쇠는 열리지 않았다. 참관자들도 의아해했다. 몇 번 더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열리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원인 규명에 들어간지 몇시간이 지났을 때, 제작에 참여했던 한사람이 원인을 밝혀냈다며 큰소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 자물쇠에 욕설을 할 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욕을 한 탓입니다. 자물쇠에 입력된 수많은 낱말이 낱말 자체로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완성품으로 출시될때에는 문구로 변형되면서 감정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러니까, 이 자물쇠를 열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 일주일이나요?

     A가 반문하였다.

     - 네, 일주일정도는 지나야 되어요. 왜냐하면 이 자물쇠는 고집이 좀 센 것으로 나타나 일주일은 지나야 화가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도 화가 나면 오래 가는 사람 있잖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제품으로 시험하도록 합시다.

     다른 자물쇠로 몇차례의 시험을 마쳤다.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한두개를 제외하곤 모두 반응이 성공적이었다.

 

      특허출원을 조만간에 마치기로 하고 방송국에 연락을 하였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누가 먼저 그와 같은 내용의 제보가 들어와 취재를 하였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개발을 했다는 것일까.

     뒤에 안 일이지만 공장 직원 한사람이 이 자물쇠의 설계도면을 몰래 빼돌려

   미리 선수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공장측에서는 당장 그 직원을 해고하고 고발하기로 하였다.

      A는 고민 끝에 개인적으로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A가 맞대응을 안하기로 한 것은 그때 스님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불러일으키지요. 아프고 쓰리지만 참고 견디면, 예수님의 말처럼 원수를 사랑하는 심정으로 상대방을 용서하면 더 큰 분란은 막을 수가 있지요. 인간으로서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거대한 난관을 극복한다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지요. 처사님이 열쇠를 만들어 파는 것처럼요.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처사님같은 열쇠를 직

접 만들어 파는 사람입니다.

      오늘 저는 처사님한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만원 적선하신 것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풀지 못한 것, 저승에 가서 풀 수 있도

록 기도하지만 처사님은 지금 이 세상에서 맺힌 것을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A는 스님의 그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공장 직원이 빼돌린 설계도면은 적지 않은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정신적인 이득은 A가 그를 용서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A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마음의 평화가 깃들어 전신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여태껏 맺혀있던 가슴 속 저 깊은 곳이 확 뚫리면서 A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 그것이 열쇠의 핵심이었다.

    A가 열쇠 장사를 한 이후로 처음으로 느껴보고 발견한 마음의 열쇠였다.

 

 

 

 

 

 


┃꼬릿글 쓰기
오리와춤을 |  2010-05-27 오전 9:33: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ㅡ미운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 그것이 열쇠의 핵심이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넙죽

 
팔공선달 |  2010-05-27 오전 10:51: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입니다. 굽벅 ^^=  
가죽商타냐 |  2010-05-27 오후 1:05: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같이사는 남편도 마음한켠에는 응어리진 마음이 남아있는데.. 용서.. 마음의문을 여는것이 어려운가 봅니다(저에겐..) 글에서는 마음의 문을 여는것이 선명하게 다가왔는데.. 좋은글 잘 보았읍니다.. 굽벅  
못안 |  2010-05-27 오후 3:05: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 잘읽어습니다 ...  
술익는향기 |  2010-05-28 오전 2:41: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미사일도 그렇고... 글들이 판타지 같기도하고 상당히 독창적이네요..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제가 가지고 다니던 열쇠 꾸러미를 보면서, 언제나 열쇠 자물쇠 없는 세상에서 살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담과 자물쇠 없이 다 열어 놓고 다녀도 되는세상... 그런 세상이 그리워지는군요.  
당근돼지 |  2010-05-28 오전 7:30: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랜만에 뵙네요.......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