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 학교 수학시간에 공부하던 분수학의 분자를 연상시켰고, 또한 내가 복(卜)씨니까 복씨 집안의 여자 이름인줄로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복분자(覆盆子)는 장미과 산딸기류의 낙엽 관목의 열매를 말하며 그 외에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음력 5월에 익은 열매가 검붉은색을 띠므로 오표자(烏藨子), 대맥매(大麥莓), 삽전표(揷田藨), 재앙표(栽秧藨)라고 불렀고, 결분자(缺盆子), 복분(覆盆), 서국초(西國草), 소탁반(小托盤), 필릉가
(畢楞伽), 규(茥), 결분(蒛葐)이라고도 하고 열매로 과실주를 만들어 먹는다.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옛날 신혼이었던 어떤 남편이 이웃 마을에 볼일을 보고 오다가 길을 잃어 산길을 헤매던중 배가 너무 고파 우연히 설익은 산딸기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았더니 오줌 줄기가 너무 세어 요강이 뒤집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뒤집힐 복(覆), 항아리 분(盆)자를 따서 복분자(覆盆子)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복분자 때문에 일어난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어느날 여자들의 동갑계 모임에서 비롯되었다.
입이 촉새같이 생긴 A씨가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를 지껄였다.
- 야, 너거들 말숙이 신랑 알제? 그리 얌전한 사람이 세상에 바람이 났다카더라. 그런데 말숙이가 일부러 바람 피우라꼬 캤는데 신랑이 진짜 바람이 났다는기라. 근데 그 신랑이 복분자를 먹고 바람이 났단다.
초등학교 동창생인 말숙이는 신랑이 힘이 없고 용맹이 없을 뿐아니라 잠자리에서 부부관계가 신통찮아 늘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농담삼아 남편의 약점을
찌르는 잔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하였다. 신랑은 하루 이틀이지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잔소리를 하는 마누라의 역정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 하루는 복분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 틈만 나면 복분자술을 먹었다. 그런데 과연 머지않아 거시기에 효험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아내의 불만을 잠재우고 그도 모자라 밖에서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가정에는 소홀해졌다.
마른 장작에 불이 붙으면 겁날 정도로 타오르게 마련이어서 말숙이의 신랑은 거시기처럼 그렇게 변해버렸다. 동갑계원들은 시시덕거리며 지나는 말로 들었는데, 계원중 한사람인 B씨는 이 이야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B씨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어린 자식들을 힘겹게 키워 출가시킨 뒤 홀로 살다가 얼마전 나이 많은 홀애비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기차간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다가 자신의 생활고를 돌봐준다는 조건으로 같이 살게 되었는데 생활에는 별 지장은 없었으나 남편과의 잠자리는 늘 불만이었다.
요즘 TV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성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곤 하지만
남편은 별 관심이 없는 듯 하였다. 부부관계를 빌미로 드러내놓고 싸움을 하기도 그렇고 거시기가 시원찮다고 눈치를 줘도 이건 아예 모른체 시선을 피해버리는 거였다. B씨는 별다른 취미도 없는 편이라 하루 일과가 낙이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는데 오늘 마침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들은 것이었다.
B씨는 이튿날부터 복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남편에게 제공하였다.
복분자 술을 매일 아침저녁 따라주고, 복분자 열매를 사다가 즙을 내어 먹였
다. 그런데 남편은 복분자술에 취해 해롱거리며 주정만 부렸다. B씨는 부아가
치밀었다. 돈만 작살나는 것 아니냐, 거시기가 별로 변하는 것도 없는데, 말숙이 신랑은 어떻게 처먹었길래 바람이 났다는 거냐, 말숙이 한테 전화를 해볼까.
그러나, 그런걸 물어본다는 것도 그래서 내심 화를 죽이고 곰곰이 생각에 잠
겼다. 생각에 잠기면 졸음이 오고, 잠자다가 전남편이 달려와 짓누르는 모습과, 남편의 거시기 꿈을 꾸고는 화들짝 놀라 깨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먹지 말고 발라보는 것은 어떨까. 꼭 먹
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바르는 연고같은 것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비아그라 같은
약은 심장병이 있는 남편에겐 어림없는 일이다.
B씨는 남편에게 먹지 말고 거시기에 발라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별
쓸데없는 짓거리한다고 구박을 주었다. B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남편에게 복분자 술을 진탕 먹이고 골아 떨어지게 하고 나서 작은 세수대야에 복분자 즙을 채워 남편의 거시기를 담구어 씻어내렸다. 한동안 그러던중 남편이 뒤척이는 바람에 세수대야가 엎어져 복분자가 사방으로 튀었다. 남편의 옷, 이불, B씨의 얼굴에까지 튀어 시퍼런 얼룩으로 덮어쓴 얄궂은 모양이 되었다.
잠에서 깬 남편이 이 광경을 보고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엉망이 된 방안을
정리하고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그날밤 이상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다.
남편의 거시기가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거시기는 혼자서 저절로 꿈틀거려 남
편도 이 자식이 잠도 못자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B씨는 바로
이제 되었다 싶어 남편에게 우리 늦둥이 하나 낳읍시다 하며 달라붙었다. 그날밤, 부부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참으로 오랜만에 흡족한 밤을 지새웠다.
부부지간의 은밀한 관계는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게 상식이다. 그런데 그
런 비밀을 드러내놓고 싶은 B씨의 마음을 누가 알까. 매달 회합을 갖는 동갑계
모임에서 B씨는 은연중 요즘 자신의 잠자리 비결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 말숙이 신랑 이해가 되더라. 바람이 날만 하겠더라. 너거들도 신랑한테 서비스 한번 받아보거라.
B씨의 얘기에 계원들이 귀를 쫑긋 모았다.
복분자의 내력과 의미를 듣고, 먹는 것보다 직접 바르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
거시기를 담글 때 조심해서 흐트러지지 않게 할 것, 세상에서 그 보다 더한 보물은 없을 것이므로 부드럽고 유연하게 다룰 것, 복분자 즙에 흠뻑 적시되 될 수
있으면 수건으로 닦아내지 말고 자연 그대로 말릴 것, 거시기를 매일 담그는 것
보다 이,삼일에 한번 정도로 할 것, 매일 담그면 습기가 차서 오히려 역작용이
날 우려가 있다는 것 등이었다.
복분자의 효능에 대해서는 옛날에는 단지 요강을 뒤집었다고 하지만, 자기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밤을 새웠다며, 옛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이 발전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요강을 뒤집은 것과 운동도 옳게 못하던 거대한 두몸둥이가 엎치락 뒤치락 반복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라는 거였다.
B씨의 얘기에 동갑계원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두가 한결같이 공감이 가는 모양이었다.
계원인 D씨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생활 형편은 괜찮은 편이어
서 복분자를 다량으로 구입해 즙을 내어 집안 목욕탕에 풀어놓았다. 대중목욕탕
에 가면 욕탕에 한약재를 풀어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 터라
그와같이 해보려고 한 것이었다. D씨는 반강제적으로 남편을 목욕탕에 집어넣고 목욕을 시켰다. 남편은 체력적으로 D씨를 당한 재간이 없어 부인이 명령하는대로 움직였다. D씨는 남편의 머리를 욕탕속으로 수시로 집어넣었다. 남편은 어쩔수없이 머리를 물속으로 처박고 욕탕안의 복분자즙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숨이 막힐만하면 D씨는 남편의 머리를 건져주었다. 남편의 얼굴은 흑인을 연상시켰고, 입가에는 복분자즙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사이로 드러난 하얀 이빨은 성욕이 강한 야생동물처럼 보여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물속에서 점검한 남편의
거시기는 좀체로 변하지 않고 있었다. 약발이 덜 먹힌 것으로 판단하고 D씨는
남편을 끌어내어 거실 바닥에 눕혀놓고 복분자즙으로 전신팩을 실시하였다. 머
리에서 발끝까지 즙액을 싸발랐다. 콧구멍만 남겨두고 완전 복분자 인간으로 만
들었다. 몇시간이 지난 뒤 즙을 걷어내었는데 남편의 온몸이 시퍼렇게 염색되었
다. D씨는 복분자 기운이 제대로 배어들었다고 여기고 남편과 교접을 시도했으
나 거시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볼품없이 축 늘어져 심한 우울증
에 걸린 것처럼 어둠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D씨는 한숨을 쉬면서 남편을 몰아세웠다.
- 사나 자식이 그것을 ×이라고 차고 앉았나. 당장 띠내삐리. 저걸 사나라고 믿고 살아온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그마이 해줬으마 지도 무슨 의지가 있어 갖고 해볼라고 노력이라도 해야지. 나만 맨날 애태우마 뭐하노?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나지. 당장 보따리 싸갖고 나가.
아내의 명령에 남편은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갈 것인가. 허우대는 멀쩡해도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멀지않은 곳에 복분자 전문 찜질방이 보였다. 남편은 별수없이 그곳으로 들어가 재기의 발판을 노려보기로 하였다.
간판 입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고개숙인 남자, 남편들을 위한 최상의 비법 공개. 오늘 당신은 새롭게 태어납니다. 나로호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감격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힘내세요. 세상의 모든 남성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