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급 학교에서도 녹색성장에 대한 교육
과 홍보에 열을 올렸다.
무슨 교육이든 어릴때부터, 어린 아이에게 교육 내용을 주입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H초등학교에서도 1학년 학생부터 시간을 배정해서 교육을 시켰
다. 학부모도 초청해서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녹색성장 사업에 적극 동참해줄 것
과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였다.
H초등학교의 1학년 담임인 이순복은 정부와 학교의 방침대로 아이들을 가르치
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모름지기 아이들을 건강하고 친환경적으로 성장을 시키려면 무엇보다 녹색을
사랑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술시간에도 녹색을 많이 사용토록 하고, 집에서는 녹색채소를 많이 먹도록
하였다. 옷색깔도 될 수 있으면 녹색옷을 입도록 하였다. 그래야만 학교 앞마당
의 늘푸른 소나무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는 어린이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둥마는둥 하였는데 유독 김소정이란 아이가 이
순복선생의 말을 다소곳이 듣고 있었다. 별 말이 없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
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튿날 소정이가 입고 온 옷이 녹색이었다. 이순복 선생은
한편은 기뻐기도 하고 기특하여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소정이의 행동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었다. 연필, 공책, 가방
색깔이 하나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소정이가 쓰고 있는 안경테, 신발까지 녹색으
로 바뀌었다. 소정이가 학교에 오면 완전히 한그루의 소나무를 보는 느낌이었다.
걸어다니는 소나무라 할까. 다른 아이들은 소정이를 둘러싸고 히히덕거리며 깔
깔거렸다. 소정이는 아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이순복은 소정이의 모습이 너무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소정이의 부모를 면담
을 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그날 오후 마침 소정이의 어머니가 학교를 찾아왔다.
-선생님요. 우리 소정이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처음엔 녹색이 나도 맘에 들
고 애기 아빠도 색깔이 괜찮다고 해서 애가 원하는대로 사줬는데요. 지도 좋아하
고요. 그런데요. 집 방벽에다가 녹색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고요. 집 담벼락에
도 녹색으로 낙서를 하지 않나. 골치 아파 죽겠어요. 학교 갔다가 올때마다 녹색
만 찾고, 밥먹을때도요. 전에 먹지 않던 상추같은 녹색 채소만 먹으려고 해요. 그
래서 매일 마트에 가서 녹색채소 사는기 일이라요. 속옷도 녹색으로 사달라고 해
서 가게에 가봤지만 녹색 내의는 잘 없어요. 그래서 베를 사서 억지로 맞추었어
요. 맨날 녹색만 찾으이 우짜만 좋을는지요. 안해주면 지 고집대로 울고불며 데
굴데굴 굴러요.
소정이 어머니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순복도 난감하였다. 다른 선생들도 우려를 표시하였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A교장이 만면에 희색을 띠고 말하였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건 오히려 칭찬받을 일인데. 방금 교육청에서 녹
색성장교육사업 성과 보고를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어요. 소정이라는 아이를 수
범사례로 정하도록 합시다. 어떤 교육이든지 결과가 나와야 되는거요. 모든 사람
에게 확 드러나는 결과, 소정이가 그 일을 해낸 거예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각종 재해가 끊
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숲을 파괴하고 자연환경을 오염시킨 때
문이 아닙니까? 그걸 복원하기 위해 녹색성장을 시행하고 있는데, 소정이는 그
것을 몸소 실천했다 이말입니다. 상을 주고 칭찬해줘야 해요. 다른 아이들도 한
사람씩 소정이를 닮아간다면 우리 학교는 녹색성장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될 것이
고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A교장의 말에 선생들과 소정이 어머니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A교장의 지시에 따라 소정이는 녹색성장교육 수범사례로 보고되었다.
며칠후 방송 및 언론매체에서 취재 요청이 쇄도하였다.
‘녹색인간 등장’ ‘세상에는 별일이’ ‘녹색성장은 어린이에서부터’ ‘걸어다니는
녹색나무’ 등등의 제목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소정이는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TV에 얼굴 한번 비춰보는 것이 평생 소
원이라던 소정이 부모의 꿈이 이루어졌고, H학교도 전국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
었다. 녹색성장 교육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게 된 셈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 한달쯤 지난 뒤였다.
이순복선생에게 소정이의 어머니가 급한 연락을 하였다.
-선생님요. 큰일났어요. 오늘 갑자기요. 소정이가 이상한 행동을 했어요. 집안
에 있는 화분을요. 화분 이파리를 먹기 시작했어요. 상추가 떨어지고 녹색채소가
모자란다고 하자 집안에 있는 화분잎을 따먹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비싼 화분인데 싹 다 먹어치울 작정인 것 같아요. 우짜만 좋을는지요.
결국, 소정이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의사의 진단은 이러했다.
-일종의 발달장애증후군에 속하는데 화분 잎을 마구 씹어먹는 것을 볼 때, 녹
색 과다 섭취로 인한 심한 영양결핍성 정신장애로 보임. 별도의 특수교육이 필요
하다고 사료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