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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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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죽음
2010-01-12 오후 12:22 조회 7911추천 5   프린트|스크랩

 

 

    H공원 묘지 관리인 이선용은 오늘 행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묘지 주변을 단장한 기념으로  K시의 지원을 받아 ‘죽음의 콘서트“라는 이색 이

벤트를 하게 되었는데 참석 희망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묘지 관리만

하면 편할 것인데 공원주변을 관광지화 한다는 계획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오늘 행사는 그 전초전으로 출발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였다.

   행사를 위해 며칠전부터 각종 설비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가장

 신경을 쓴 부문은 ‘죽음의 체험관’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묘지 모형을 만든 무

덤 속에 들어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것을 느끼고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설문 항목은 그동안 수많은 죽음의 사연을 간추린 것을 참조하여 현실적인 것만을

 채택하였다.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생성되어 태어나 살다가 죽어 무덤 안에 갇힌다. 인생은 어

쩌면 이렇게 단순하다. 그 속에 온갖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행사가 시작되기 한시간전부터 행사장에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타났다. 혼자 오

는사람, 부부동반으로 오는 사람,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람 등등. 행사장 마당의

의자에 사람들로 채워졌다.

   행사를 주관한 공원관리사무장이 축사를 하였다.

- 반갑습니다.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오늘 행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묘지 공원에서 축사를 한다는 것이 좀 어색합니다만 그러나 행사인만큼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벽앞에는 어쩔수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

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그 종착역은 이곳 묘지가 될 것입니다. 기차표를 살 때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할 것입니다. 급하게 표를 사려 하면 표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표를 못구하면 어떻게 되느냐, 이 곳에 오지 못하고 거리의

노숙자처럼 떠돌다가 비참하게 죽을 것입니다. 자신의 죽을 자리를 준비하지 못하

고 죽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습니까?

   이 곳은 여러분의 죽음을 편안하게 모시는 시설을 최상급으로 마련해 놓았습니

다.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죽어서도 여러분의 영혼이 떠돌지 않고 따뜻한 아랫목

에서 두다리 뻗고 지낼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종교를 초

월하여 자기가 믿는 종교관을 선택하여 안치됩니다. 부처를 믿는 사람은 다음 생

의 윤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예수를 믿는 사람은 죽어서 다시 부활할 수 있

는 상담도 해 드립니다. 유교를 믿는 사람은 공자의 사상에 심취할 수 있도록 해드

립니다. 죽어서도 영혼이, 정신이 시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편하게 지낼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무장의 축사는 그럴듯하였다. 사무장은 말미에 죽음의 체험관에 들어가서는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며, 그곳에 비치된 설문지에 꼭 답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설문을 근거로 장례문화정책에 참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생로병사를 테마로 한 견학코스가 제

법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죽음과 관련된 배경 음악이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

게 하였다. 견학관 곳곳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

람들의 흥미를 끈 것은 역시 ‘죽음의 체험관’이었다. 한사람씩 관속에 들어가 뚜껑

을 닫자 캄캄한 어둠이 펼쳐졌다. 침묵을 요청했으나 무서워 소리지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 같았다.

   관속에서 나온 사람들은 입구에 마련된 설문지에 답하였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적는 난이 있었고,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할까 라는 항목도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 설문지 내용을 분석하였다.

   여러 내용들이 있었으나 간추리면, 죽어서 이곳 공원에 묻히고 싶다, 죽어서도

 다시 살고 싶다, 영혼이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다, 아니 죽고싶지 않다, 의학이 발

달되면 죽지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등이었다. 그 외에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어

떻게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일까 하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수의 답은 ‘아내

보다 먼저 죽는 것’, ‘사랑하는 아내의 무르팍에서 죽는 것’이었다. 결국 아내보다

 먼저 죽되 사랑하는 아내의 무릎에서 죽고싶다는 것이었다.

    묘지관리인 이선용은 이 대목에서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지금의 아

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있을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 아침 저

녁 밥해 주는 사람,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

닐까.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늘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가 먼저 죽으

면?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암담할 것 같았다. 정신이

버쩍 들었다.

   오늘 행사에 온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아내보다 먼저 죽는 것이 좋을 것 같

다. 묘지를 찾는 고객들의 바람이기도 하였다.

   이선용은 그날 행사 이후로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에 잠들기

전 아내의 무릎을 베고 잠드는 버릇이 생겼다. 아내의 무릎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

늑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포근한 곳이 있을 줄이야. 가장 가까이 있

으면서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자리가 있는 줄 몰랐다니. 자신의 어리석음을 뒤늦

게나마 깨달은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겼다.

   이선용은 오늘도 아내의 무릎에서 잠이 들었다. 아내의 따스한 손길이 그의 뺨

을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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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pan |  2010-01-12 오후 5:03: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ㅋ....님께서는 이색적인 글을 잘 올리시는 군요...

나름 멋도 있구요...

저로서는 바둑판 앞에서 수를 생각하다가 앉아서 조망하듯이 죽고 싶군요....  
AKARI |  2010-01-13 오전 12:22: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장 행복한 죽음을 아는 과메기님은 가장 행복한 삶도 잘 아실것 같습니다^^  
당근돼지 |  2010-01-13 오전 8:00: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 또한 입버릇처럼 이야기 한답니다........당신보다 내가 먼저 죽어야 겠다고  
AHHA |  2010-01-13 오후 4:59: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내가 아내 품에서 먼저 죽고싶다는 생각...구차하지만 살아서 아내를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무덤을 이쁘게 꾸며주고 싶은 생각...교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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