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신인
⊙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카트도로 봄 4
2023-09-05 오후 7:17 조회 3904추천 6   프린트|스크랩

서울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이어서인지 퇴근시간이 임박했음에도 막히지 않았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다.

“여기는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저도 부담스러운 곳이죠.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라면 그다지 불편할 만큼은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골프를 치면서 제 채가 부러진 적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렇다고 채가 부러진 것이 정애씨의 잘못도 전혀 아니었고요. 더구나 전반 홀 내내 정애씨를 괴롭힌 잘못도 제게는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종합하면 이곳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그의 눈빛을 그녀도 마주보았다. 진지하고 겸손함이 나타나는 그의 눈에서 그는 뜻을 알 수 없는 간절함도 함께 읽었다. 오늘 처음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이 왜 자신에게 간절함을 갖고 있는지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진지함으로 인해 더 이상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예. 그럼 저도 즐기면서 맛있게 먹겠습니다.”

 

경기팀 직원으로부터 퍼터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태평했다. 프로처럼 골프를 치는 것도 아니고 즐겁게 놀고 가면 된다는 주의인 그는 현장을 보기 위해 동료들과 그곳에 도착했다. 부러진 퍼터 헤드를 들고 울상 짓고 있는 여자 캐디는 아무 경황도 없어보였다. 주변의 사람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어 어수선한 그곳은 어둡고 음산하기까지 했다. 적어도 그녀가 얼굴을 돌려 자신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찾았다.’

그의 뇌가 번쩍 섬광을 눈으로 쏘았다. 그와 동시에 그 캐디의 주변으로만 무대 위의 주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춘 것처럼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뇌는 그녀의 얼굴을 예리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상황이 심장을 압박하여 혈액을 과하게 혈관으로 흘려보낸 탓에 그녀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귀에 이주 부분은 유난히도 맑고 깨끗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약간 밑의 주간절흔이 예술적으로 패여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은 깊고 그윽했다. 가늘게 빠진 눈꼬리는 위로 약간 치솟아 요기를 품고 있었다. 두툼한 콧잔등과 오뚝한 코끝, 작지만 봉긋하게 솟은 두 입술은 마치 지금 당장 더운 입김이 새어나오는 듯 느껴질 정도였다. 갸름하게 빠진 턱 선은 긴 눈꼬리와 어우러져 있어 지금껏 그가 보아온 책에 나열된 색욕이 강한 여자의 관상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는 재빠르게 지인들에게 손짓을 했다. 매달 한두 번씩은 꼭 라운딩을 즐기는 그들이었다.

“나 찾은 거 같아.”

그들은 원마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우중충하고 칙칙한데 뭐가 보여?”

“분명히 봤어. 오늘 나를 좀 도와줘!”

“뭐든 오케이.”

 

경기팀 최과장은 캐디마스터와 대책을 상의 중이었다.

“부마스터들과 얘기 해봤는데 오늘 사고는 정애에게 아무 잘못이 없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 손실이 발생했는데 아무도 잘못이 없다고 품의 하란 말이야?”

최승진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마스터의 얼굴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이 뾰로통해 있었다.

“아니, 내 말은 뭔가 원인이 있었으니 오늘 일이 생겼을 거 아니냐고.”

그는 애써 마스터를 달래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두 사람이 은밀한 관계 인 것을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 사실을 본인들만 모르고 비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얼굴을 돌리고 있던 마스터가 갑자기 방끗 웃음을 띠고 최팀장에게 얼굴을 돌렸다.

“팀장님, 기억나는 게 있어요. 저번에 부마스터가 말한 것인데, 컨베이어 벨트가 가끔씩 움찔대며 출렁거린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골프백 끈이 가끔 벨트 사이에 끼는 경우가 있다고,”

“오늘도 그래서 백이 밑으로 떨어진 거네.”

최승진은 입맛에 딱 맞는 구실이 생겼다는 생각이 입이 헤벌쩍해졌다.

그는 즉시 현관 컨시어즈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예, 팀장님. 가끔씩 그런 일이 있어서 불안했는데 오늘 일이 생겼네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 빨리 내게 보고를 했어야죠.”

“죄송합니다!”

“오늘은 먼저 퇴근 해야겠네. 보고서를 써야해. 내일 저녁 같이 먹자.”

최팀장은 전화를 끊고 마스터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그녀는 그가 내일 저녁을 같이 먹자는 의미를 충분히 알아채고 있었다.

 

“정애언니 벌당 먹겠지?”

구내식당에서 마주 앉은 현균에게 연지가 말했다.

“...”

그렇지만 그는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채 듣지 못한 듯 보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해.”

“응?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뭐가 아니야. 네 머릿속이 엄청 복잡하다고 얼굴에 잔뜩 쓰여 있는데.”

현균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잦은 일도 아니고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손님들이 보였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힘들었던 그는, 정의와 평등으로 가득하다 여겼던 이곳에서 보여 진 손님들의 행위가 마음에 거슬렸다.

“어제 어떤 고객이 청소하시는 여사님에게 행패 부렸다고 했었지?”

“말도 마. 얼마나 난리 굿판을 벌이던지.”

“왜 그랬대?”

“화장실 변기가 막힌 걸 여사님이 모르고 있다고. 티오프 시간 늦었는데 다른 사람들로 화장실이 붐볐나봐.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변기를 막히게 만든 것이 자기 같은 손님들이잖아. 여사님이 막히게 한 것도 아니고, 청소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니시는데 그럼 어쩌라는 거야.”

“내말이. 여사님이 가엷어서 혼났어. 여사님이나 우리들이나 다른 곳에 가면 우리도 고객 대우를 받는 손님일 거잖아.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야.”

“가슴 아픈 일이네. 하지만 나는 이곳 골프장이 평등하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겠어. 카트를 타고 다니며 경기하는 모습을 봐. 규칙과 기준을 지키며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워. 그렇지만 일부가 너무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고 서글퍼.”

연지는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하늘을 비행하는 새의 눈에는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움이 경이롭지. 그렇지만 자연 속에서 새 자신도 치열한 삶의 먹이사슬에 갇혀 있어서 그 스스로가 포식자 중의 하나이거나 다른 포식자의 먹잇감임을 알고 나서 좌절하고 점차 순응하게 되듯이, 너도 멀지 않아 네 바람과는 다른 세상을 보게 될 텐데.’

그가 현실을 깨닫고 상처를 받는 일이 되도록 늦게 생겨나기를 그녀는 속으로 기원했다.

 

국내 최고급 레스토랑은 정애를 들뜨게 만들었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장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를 밟으며 스스로의 현실에 만족감과 위안을 얻듯이, 그녀는 지금 자신이 이곳에서 상류사회의 일원이라도 된 듯이 잔뜩 상기되었다.

“와인이 무척 달콤하고 향기로워요.”

“저도 와인을 즐기는데 오늘은 특히 바디감이 좋은 와인이 나왔네요.”

“그쪽도 와인을 즐기시는군요.”

적당한 호칭을 찾지 못한 그녀가 애매한 호칭을 사용하자 원마는 빙그레 웃었다.

“그냥 편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매력 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그를 그녀는 홍조를 띄우며 바라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었던 듯 착각도 잠시 생겼다.

“원마씨는 무슨 일을 하세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정애씨, 이 게임 해보셨어요?”

그녀는 그가 내민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어, 이거 어떤 언니가 하는 거 봤었는데. 실시간 작물재배라고 하던가.”

“제대로 알고 계시네요.”

“그런데 그 게임이 왜요? 게임 개발자나 프로그래머세요?”

“이게 제 회사입니다.”

┃꼬릿글 쓰기
⊙신인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는 응원에 기운이 부쩍 납니다.^^
염려스러운 것은 다음회차에 너무 노골적인 베드신 묘사가 나올텐데,,,
나무라시는 기우님들이 계실까봐!
선배님만 이해해주신다면 계속 게시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팔공선달 |  2023-09-07 오후 1:01: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신인 이것이 선달님의 응원방식인가요~^^
응원 감사합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