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먹는 자리에서 으레 나이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지만 이번은 잘도 피해갔다.
부모님 앞에서 흰머리를 뽑는 것과 같은 생각 없는 행동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떡국을 자시면 또 한 살을 더 드시게 되는 새해 아침이 왠지 죄송스럽다.
전날 어머니에게 새해에는 덕담만 하고 살자고 부탁한 보람이 있었는지 어머니의 말씀과 행동속
에는 나름대로 배려의 흔적이 보였다. 장금엄마에게 자신의 그릇속에 있는 만두를 덜어주면서
덕담을 하시고 장금엄마도 재치있게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늘 항상 겪어야 했던
고부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어 새해아침의 느낌은 너무 좋았다.
자나깨나 자식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나의 어머니, 내 위에 두 형
이 있음에도 늘 명절 때면 우리 집이다.
이민 생활에 특별히 명절을 지키고 살게 되지는 가족이 모 처럼 모여 함께 식사라도 하는 게 사
는 모습인데 오늘은 두 형들이 없다.
최근 공교롭게도 두 형들이 가정의 불화와 하는 일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아 방황을 하고 있다.
그나마 큰형은 전화로나마 어머니께 새해 인사를 드리지만 작은 형은 소식조차 없다.
며칠 전날 장금엄마와 약간의 다툼 끝에 어머니의 아파트에 가서 자고 온 일이 있었다.
다음날 와이오밍에 또 올라가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와야 하는 일이 있었지만 화가 나면 언어구
사가 거칠어지는 장금엄마를 참지 못하고 어머니의 집에 가 낮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잠만 퍼 자
기만 했다.
요즘 나와 장금엄마와 다투는 이유는 작은 형 문제다. 벌려놓은 뒤처리를 하고만 다니니 장금엄
마의 심사가 여간 꼬인게 아니다. 꼬이고 꼬인 심사가 결국은 화살이 어머니에게 행하는게 정
해진 순서다.
듣다 듣다 참지 못해 욱하고 가버리는 곳이 어머니의 아파트다.
어머니가 있는 곳은 포근하다. 어디 아픈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만 딱 한번에 그친다.
장금엄마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시달리기 일쑤였던 것에 비하면 천국같은 어머니의 품이다.
그 다음 날 이른 새벽, 간절한 기도소리에 잠을 깬다. 매일 새벽 이렇게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드리는 그 심정을 자식들이 만분의 일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올해에는 북에 있는 동생들을 만나서 평생의 한을 풀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또한 건강하게 오래 사
세요 어머니
.................오래동안 작가코너에 얼굴을 못 비추어 죄송합니다. 작가코너를 내어주신 보답도 못해드리고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네요. 모두들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아무쪼록 하시는 일 잘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