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하수, 최사장 ( 기원의 손님은 으레 사장이라는 호칭을 붙여준다 ) 은 외모
터 남다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혐오감까지 느끼게 하는 거칠고 험악한 외모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큰 목소리에 걸한 언어구사. 그가 기원에 들어오면
뭔가 큰 일이 벌어진듯 소란스럽다.
대형 트레일러 기사인 그는 가끔 트럭대가리를 끌고 기원으로 출근한다. 그
가 트레일러 기사인 것은 그의 거칠고 무식한 외모와 입담에 걸맞는 것 같다.
어느 저녁시간, 보통은 좀처럼 나와는 바둑을 두자고 하지 않는데 그의 상대
가 출근을 안해서인지 웬일로 바둑을 두자고 한다.
"Y 원장, 심심한데 한번 둬 볼까?"
손님과 내기를 가급적 내기를 두지 않는게 원칙아닌 원칙인데 여름이라 슬로
우하고 해서 매상이나 올려볼까 하는 심정으로 도전에 응했다.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그와 나와의 치수는 6점. 내기에서 치수만 맞다면 고수가 유리한게 보통이
다. 판에 20불, 경마꾼들이 어느새 모여들어 경마를 가기 시작했다.
물론 상수인 내게 경마가 몰렸다. 그냥 20불짜리 바둑이면 가볍게 이길 상대
였지만 나를 믿고 경마를 건 사람들의 기대가 큰 부담이 되었는지 제대로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이다.
연거푸 3판을 지고 말았다. 물론 경마도 모두 죽고 말았다.
60불을 잃은게 약오르기도 했지만 나를 믿고 경마를 건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질 바둑이 아닌데......
이미 시간이 늦어 하나 둘 경마꾼들이 집에 돌아가고 몇몇만 남아 바둑을 지
켜보게 되었다. 이젠 경마꾼들이 거의 빠져나가 부담감을 벗어버렸는지 연달아
3판을 이겼다. 그런데 최사장이 판돈을 올리자고 제안한다. 아마도 판이 커지면
자기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몇번의 거절을 했지만 부득불 우기는 통에 40불로 내기를 올렸다. 그러나 최
사장은 이미 나의 상대가 아니었다. 또다시 80불로 올리자고 성화다. 판돈을 올
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극구 거절을 했지만 너무나 완강하다. 할 수 없이 80불 짜
리 바둑을 두게 되었다. 또다시 내가 이기자 이제 160불로 올리자고 한다.
최사장의 요구를 묵살하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막무가내로 상대를 전
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과 그 험악한 인상때문에 여간 곤역스러운게 아니다.
이제 판돈은 160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져줄 수도 없는 노릇, 또다시 이
기고 말았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최사장은 300불짜리 바둑을 두자고 한다. 치
수도 6점에서 7점을 놓겠다고 하고......
일이 심각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딴돈을 다 돌려주겠다고
하고 이쯤에서 끝내자고 했다. 그러나 최사장은 오기로 계속 두겠다는 것이다.
돈을 돌려받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고 바둑을 끝까지 두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가뜩이나 험악한 사람이 이제 그만 두라고 만류하는 구경꾼들에게 까지 쌍소
리를 해대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할 수 없이 다시 바둑을 두게 되었다.
이제 서로 합의하여 7점치수에 판돈 200불.
7점 치수는 버겨웠다. 이겼다 졌다하며 날이 새어갔다.
그러나 결국 7점 치수에도 불구하고 최사장은 나를 꺽기에 역부족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최사장은 외상바둑을 두고 있었다. 외상바둑을 두고 있는 입
장에서 300불 짜리바둑을 두자고 막무가내로 고집한다. 치수도 8점으로 두자하
면서.....
이제 나도 제정신이 아니다. 바둑을 져 돈을 좀 잃었다고 저렇게 떼를 쓰며
사람을 괴롭히다니 나도 오기가 뻗쳤다.
결국 8점을 접고 판에 300불짜리 바둑을 두게 되었다. 정상치수보다 2점이
올라간 상태에서 바둑은 무척 힘들었다. 있는 수 없는 수 온갖 수를 짜내 가면서
수를 내어 보지만 여전히 집부족, 결국 승부는 상대의 실수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
다. 8점바둑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 밤을 새워 아침이 되고 너무 지쳤다.
아귀같이 달려드는 최사장을 물리치고 싶었다,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최사
장을 달래고 설득하여 겨우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밤을 새워 아침까지 그 피곤한 실강이를 하며 벌어들인 노동의 댓가는 제법
컸다. 외상을 제외하고도 1000불이 넘는 돈이었다. 물론 지나친 내기 바둑임을
알면서도 돈은 돌려 주지 않았다. 돈을 좀 잃었다고 욕을 하며 생떼를 쓰면서 나
를 괴롭했던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일은 잠잠하더니 최사장이 기원에 다시 들이 닥쳤다. 사실 급한 용무가 있
어 자리를 비우려던 참이었는데 8점 치수에 300불 짜리 바둑을 두자고 막무가내
로 덤벼들었다. 급한 약속이 있어 바둑을 둘 수 없다고 딱 끊어 거절하고 도망치
듯 기원을 빠져 나왔다. 그날은 그렇게 별일없이 지나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