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코너에 참여하면서 컴퓨터에 앉아 있는 동안 마누라에게 핑계가 생겼다.
"또 바둑이야!" 무서운 마누라의 호통에 가슴을 졸이면서 바둑을 두기가 일쑤였는데(때론 바둑두는 일로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일이 종종 있다) 몇번의 글을 올려 제법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우쭐할 수 있게 되어 "글쓰는 중이니 건들지마" 하며 핑계를 댈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식사중에 "다음엔 너에 대해서 쓸건데 괜찮겠어?" 하며 떠보았다.
"좋을대로 해" 의외의 반응에 내심 놀랐다.
가뜩이나 소재부족에 허덕이던 내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막상 마누라에 대해 쓸러니 오죽 쓸거리가 없으면 마누라를 팔아 하는 반응이 걱정이 되지만 나와 마누라의 지나간 에피소드가 남다른지라 조그마한 재미거리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올려본다.
변변한 연애조차 못해보고 30중반을 넘긴 내게 작고 깜찍하고 귀엽고 더구나 나이도 어린 아가씨의 적극적 대쉬를 물리칠 이유가 하등 없었다. 오랫동안 독립군생활에 그녀의 존재는 내게 단비와 같았다.
그녀는 요리를 좋아하여 내게 다양한 먹을 재미를 주었다. 그녀는 잘 먹었다. 작은 몸에 어찌 그리 잘 먹는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서로를 잘 알기 전부터 우리는 이미 너무 가까워졌다. 그래서 하나둘 서로의 단점을 알게 되었지만 그조차 장점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낮부터 그녀는 몸이 안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쉬면 낫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새벽녁에 이상한 소리에 깨어 보니 끄으으으끄으으으 울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나는 얼마나 아프면 잠도 못자고 소리내어 우는가? 하고 급한 마음에 응급실로 데려갔다.
새벽4시, 응급실에는 많은 응급환자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중 단연 최고 응급환자였다. 의사들이 진찰을 위해 몸에 손을 댈라치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의사들은 건들지도 못하였다.
모든 스텝들이 검사를 위해 셀수없이 피를 뽑아갔고 위에서 아래서 사방팔방으로 엑스레이를 찍어댔다. 그 소동을 벌이고 결과를 기다리니 어느덧 벌써 아침 10시. 이윽고 누군가 와서 하는 말이 원인을 모르니 Cat Scan을 해봐야 한다고 한다(Cat Scan 한장에 2000불이 든다).
어떤 병이길래 원인을 못찾고 또다시 Cat Scan을 찍어야하는가 하는가?
두번의 캣스캔을 하는동안 나는 그녀의 장기를 다 볼 수가 있었는데 그녀가 잘먹을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캣스캔의 결과를 기다리며 두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보니 심각하게 담당자가 나를 찾는다고 한다. 매우 중요한 사항이니 전화통역이 필요했다. 내용인즉 척수검사를 하여 감염여부를 알아야 한다고... 척수에 감염이 되었을 경우 입원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하니 척수검사를 허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척수검사를 하는 동안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측은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검사를 끝내고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깨어났고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아득했는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한 시간이 지났나. 담당자가 뛰어왔다. "YOU HAVE A GOOD NEWS" It just a flu. She is OK.
그녀가 괜찮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오후 4시가 넘어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 열이 받치는게 아닌가? 몸살 감기 때문에 새벽부터 지금까지 꼬박 12시간을 난리를 치면서 그 쌩고생을 한게 아닌가? 얼마후 메일이 날라 왔을 때 나는 또한번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합이 "$8,800".
나는 그 이후 마누라가 아프다고 하면 콧방귀부터 뀌기 시작한다.
울 장금이가 태어날 때 제왕절개를 했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임신 때문에 엄청나게 불었던 그녀의 몸속에 많은 Fat을 수술 부위를 덮기 전에 볼 수가 있었다. 나중 그 얘기를 마누라에게 했더니 벌꺽 화를 낸다.
"뭐 그런 못된 의사가 있어? 이왕 열은 거 지방을 빼줄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