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피를 후루룩 소리내어 마시는 편이다. 그걸 보고는 무식하게, 교양없게 마신다고 타박하는 친구가 있었다.

신문을 보니 자극적인 제목 하나가 얼른 눈에 보였다.

「'후루룩' 소리 내서 커피 마시면 무식?」^*)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내 보고 하는 얘긴가 싶은데.
결론은 '소리내어 마셔야 한다(슬러핑 slurping).'였다. 소리내어 마셔야 커피향이 입안에 가득 채워지면서 맛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란다.

기사를 찍어 친구에게 득의만만하게 톡으로 보냈다.
'봤제? 니도 그리 해라.'
'흠... 그래? 다음 만나면 그렇게 마셔 보자.'

이 친구, 끝내 잘못을 인정하거나 그 동안 미안했다 한 마디 말은 없이 두고 보잔다. 두고 보거나 말거나 전문가 얘기니, 소리낸다고 더 이상 면박 줄 일은 없을 거 같다. 
 
근데 이 친구와 커피 언제 마시지?
친구도 커피도 그리운 깊어가는 가을 밤이다. 

참고로 나는 커피를 소리내어 마시는 게 좋은지 몰랐다. 뜨거우니 조심해
마신다고 했을 뿐이었다. 


*) 우리는 보통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실 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입안에서의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는 상황이 다르다.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크게 소리내어 마셔야 한다. 바로 ‘슬러핑(Slurping, 후루룩 소리내어 마시기)’이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듯 커피도 ‘후루룩’ 마시거나, ‘스읍’하는 소리와 함께 흡입해야 한다. 그 이유는 공기와 함께 ‘커피를 흡입해야 커피의 향이 입 안에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다. 커피감별사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할 때 이 방법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