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가 진행중이다.

이제 준결승과 결승대국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세돌과 중국의 황이중,

박영훈은 구리와 결승진출을 다투게 된다.

삼성화재배는 늘 톡톡튀는 기전운영으로 바둑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마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오픈전을 시도 하였고,

프로기사라면 의례 대국료를 받고 둔다는 상식을 깨고, 통합예선에 참가하고 싶은 기사는

자비를 들여 대회에 나서야했다.

그럼에도 일본기사들은 기꺼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비행기를 타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또하나의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통합예선 통과자들이

시드를 받은 기사중 본인이 대국상대를 고르는 <지명제>이다.

찬반론이 비등하지만 흥미로움을 준것만큼은 틀림없는듯 하다.

추첨에서 행운(?)의 1번을 받게된 허영호는 일본의 야마시다케이코를 선택했다.

야마시다가 일본에서는 정상급기사라해도 국제적으로 봤을때 분명 만만한(?)상대를

고른것임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거기까지야..이해를 할수있다.

두번째 강동윤은 서봉수를 지명했다.

많은 중국선수를 놔두고..한국선수를 찍다니...그다음 송태곤은 조훈현을 지명했다.

분위기가 술렁였다.

자타가 인정하는 최정상급 기사 구리나, 창하오에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한국기사를 지명해야 했던걸까...

한판이라도 더 이기고 보자는 생각만 앞섰을 뿐이다.

뒤이어 김기용은 조치훈을 선택했고, 한국의 기대주 한상훈도 <노장> 마샤오춘을 선택했다.

구리는 내심 한상훈이 자신을 지명해주길 바랐다고 한다.

지난번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으리라..

한상훈..그가 마샤오춘이 이창호와 이세돌을 뺀 나머지는 <하병해장>이라며 한국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는 뜻의 발언을 한것에 대해 응징에 나선것이라면 몰라도,

 한국의 모든 신예기사들이 중국의 정상급 기사를 피하고 한국기사 내지는

 노장선수부터 찾는 모습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의 황이주는 이창호를, 중국의 장웨이는 이세돌을 지명해서 큰 대조를 보였다.

세계 최강자를 상대로 배우겠다는 자세, 얼마나 당당하고 패기가 넘치는가!

한국기원의 한상열 사무총장이 그날 저녁 중국대표를 접대하는 저녁자리에서

부끄럽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조혜연은 16번째로 맨 마지막 순번이었다.

아무도 구리를 지명하지 않아 결국 조혜연은 구리와 맞붙게 되었다.

실망스런 대진운이었다고 생각할만도 한데, 조혜연의 소감은 예상밖이었다.

"나는 지금 무척 흥분된 상태다. 첫번째로 지명을 하게 되었더라도 구리9단을 지명하려했다.

 마지막임에도 구리9단과 두게 되어 너무좋다"며 들떠했다.

마지막 순번이 두명 남았을때, 조혜연은 바로 앞순번인 홍성지에게

무언가 귀엣말을 했다 (월간바둑 10호 별책부록에서 발췌)

그것이 구리를 자신에게 넘기라고 압력을 넣은것이라 짐작할수 있었는데, 본인은

무슨 얘기를 급하게 나누어야 했는지, 말할수 없다며, 얼굴이 빨개진채로 도리질을 했다.

만약 동료기사에게 구리를 자신에게 넘기라고 압력을 넣으면서까지 중국 최고기사와 대국하려

했다면, 그녀의 도전정신은 참으로 신선하게 와닿는다.

물론, 조혜연으로선 누구하나 만만하게 볼 상대는 없다.

모두 정상급 기사니까. 그래서 이왕이면 최강자와 붙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수 있다.

이유가 어떠하든 그녀가 제 일번으로 순번이 주어줬어도 구리를 선택하려 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비록 고전끝에 석패하긴 했지만,

아름다운 도전으로 비춰졌다.

조혜연 사범의 끝없는 정상에의 도전이 계속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한가지 개인의견을 첨부하자면..

마샤오춘이 여성기사에게 제일순위로 순번을 받게 하자고해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하는데...공감이 가는 말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또 하나는 지명제를 하자면 시드기사가 통합예선을 통과한 사람을 지명하는것이 순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