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퇴근했다.
할딱이는 집사가 왔는데도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나도 모든 것이 귀찮아서 따뜻한 컴퓨터 뒤에 앉아 있었다.
집사는 집안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을 곧 눈치 챘다.
그리고 방바닥에서 창틀로 이어지는 핏자국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향미는 준석이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야! 방바닥에 웬 핏자국이 있어”
준석이도 깜짝 놀라는 듯 했다.
준석이의 목소리가 내게도 들렸다.
“누가 침입한 흔적이 있어?”
“아니야~ 현관문도 잘 잠겨져 있었고, 창문도 잘 잠겨져 있었어”
“그럼 대체 누구 피라는 거야”
“몰라~ 무서워”
“혹시 개하고 고양이가 싸운거 아냐?”
“그런지도 모르겠다. 집안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기는 했어. 그리고 둘 다 안보여”
“잘 찾아보고 다시 연락해”
“응! 알았어”
향미는 전화를 끊고 나부터 찾았다.
“냥느,,, 어디 있어?”
나는 집사 앞에 나설 수가 없었다.
나를 본 순간 경악하는 집사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됐다.
“할딱아~”
할딱이는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거역하지 못하고 비칠비칠 향미 앞에 나섰다.
향미는 할딱이를 안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아무 상처가 없자 안심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곧 몹시 다급한 얼굴이 되어 나를 찾아댔다.
“냥느,,,,냥느! 어디있어~~”
울상이 된 집사가 안쓰러워 나는 하는 수 없이 향미 앞에 나섰다.
향미가 나를 번쩍 들었다.
나는 뱃가죽이 아파서 하마터면 향미의 손을 물 뻔 했다.
나를 안은 향미의 손에 피가 묻었다.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를 건드리자 다시 피가 배어나온 것이다.
집사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녀는 내 배의 상처를 들여다보더니, 할딱이를 쏘아봤다.
할딱이는 꼬리를 뒷다리 사이로 감추고, 슬금슬금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향미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녀의 손에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빗자루는 사정없이 침대 밑 이곳저곳을 후려쳤다.
그러다가 이내 할딱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된통 맞은 듯 했다.
그래도 향미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기어코 할딱이를 붙잡더니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집안에 할딱이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저대로 두면 할딱이가 죽겠다 싶었다.
나는 얼른 집사의 앞을 막아섰다.
집사는 더 이상 빗자루를 휘두르지 못했다.
그 틈에 할딱이가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할딱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할딱이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있었다.
나는 얼른 할딱이에게로 다가가서 상처를 핥아 주었다.
향미는 빗자루를 집어 던지고, 나를 다시 안았다.
그러더니 할딱이에게 발길질을 한 번 더 하고, 나를 캐리어에 넣더니 밖으로 나갔다.
병원에 가려는 것이다.
나도 지쳐서 눈을 감고 있었다.
병원의 의사는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며, 상처를 소독 후 붕대를 감고 치료를 마쳤다.
집으로 오는 길에 향미는 준석이와 통화를 했다.
“자기야! 할딱이가 냥느를 물어서 냥느가 다쳤어”
“냥느 많이 다쳤어?”
준석이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대”
“휴~ 다행이네”
집에 도착해서도 통화는 계속됐다.
“준석씨, 나 할딱이 내다 버려야 할까봐”
이 말을 들은 할딱이가 풀썩 주저앉았다.
향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저렇게 냥느를 괴롭히고, 다치게 하면 어떻게 키워”
“응! 그렇지. 고민해봐야겠다”
“근데 준석씨! 냥느가 참 신통하다”
“냥느가 어쨌는데?”
“내가 할딱이를 막 때려주고 있는데, 냥느가 그만 때리라는 듯이 할딱이 앞을 떡 가로 막아서는 거야. 그래서 할딱이 매질을 멈췄다”
“정말 그랬어? 냥느가 할딱이 살렸네! 냥느가 할딱이를 미워하지 않나본데, 할딱이 잘 타이르고 이번만 용서해줘~”
“그래야 할까? 할딱이 교육 단단히 시켜둬야겠네”
“응,,,,그래. 냥느를 봐서 한번만 참자”
“알았어!”
나는 할딱이를 바라봤다.
할딱이는 고개를 방바닥에 대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집사는 가방에서 자기 저녁과 내 간식을 꺼냈다.
집사의 저녁은 오늘도 샌드위치와 우유뿐이었다.
할딱이 간식도 가방에 있는 것 같았는데 꺼내지 않았다.
할딱이는 기대도 하지 못하는 듯이 잠자코 앉아만 있었다.
나도 간식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집사만 식탁에 혼자 앉아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향미가 출근하자 할딱이가 내게 왔다.
‘어제 무척 고마웠어. 그리고 내가 잘못했어!’
‘그래! 나 지금도 많이 아파. 다시는 그러지 마’
‘알았어! 앞으로 네게 정말 잘 할 거야. 이 은혜 꼭 갚을께!’
할딱이는 정말 달라졌다.
내게 충성스러워졌다.
이제 할딱이에게 서열 1위는 나였다.
서열 2위는 향미, 서열 3위는 준석이다.
개는 아직 늑대의 본능이 남아 있어서 서열을 무척 중시하는 것 같다.
내가 집안에서 서열 1위라서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기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