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떴다.

미세하게 늘어나는 물이 물방울을 조금씩 차오르게 하듯이, 초승달은 그렇게 밑으로 부풀어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자라면서 상현달이 되고, 보름달이 되어간다.

설민은 어린시절 그믐달이 차올라 보름달이 되지 않고, 초승달이 밑으로 부풀어져서 보름달이 되는 것이 헛갈렸다. 그의 생각에는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항상 초승달과 그믐달을 혼동했었다.

오늘의 초승달은 몇일 뒤 수퍼문 보름달이 되기라도 할 기세였다.

밝기가 예전의 달보다 훨씬 밝아보였다.

아직 혜성 kor1500이 달에 미친 영향이 분석되지 않았다.

분석되지 않았다기보다는 이제 관심밖인 사건이 되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끊임없이 사건과 사고가 생겨나고 있어, 달에 혜성의 꼬리가 스쳐지나가고, 석영과 금조각들이 흩뿌려진 일은 불과 2일전인데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달에 가서 금괴를 들고와 부자되겠다고 농담했던 기억마저 사라져버린 듯 했다.

설민도 이제는 혜성 kor1500을 1500년 후에 후손 누군가 관찰해주기를 기대하며, 천체망원경을 통해 또다른 깊은 우주의 심연을 다시금 들여다 보고 있었다.

현웅에게서 전화가 오기 전까지,,,,,

“웅아,,,,어쩐일이야!”

“민아! 잘 지내지? 이번에 뜨는 보름달이 수퍼문이냐?”

“무슨말이야, 뜬금없이”

“오늘밤 초승달 봤어?”

“응,,,,눈여겨 보지는 않았는데. 좀 밖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 왜?”

“내 기억에 저렇게 밝고 큰 초승달을 본 기억이 없었던거 같아서! 이번 보름달이 수퍼문인가 해서 묻는거야!”

“아냐,,,,지금은 달이 지구에 가장 멀리 있는 시기야! 나도 좀 더 관찰해볼게”

서둘러 전화를 끊은 설민은 배율이 낮은 망원경으로 달을 찾았다.

무심코 달에 망원경을 맞춘 설민은 비명을 질렀다.

눈이 멀 것 같은 통증에 얼굴을 감싸 안고 말았다.

달빛이 시신경을 박살내버린 것 같았다.

잠시 후, 통증이 사라지자 설민은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은 분명히 초승달이 떴고, 난 저배율 망원경으로 달을 봤다.

실수한 부분이 없다.

그런데 강렬한 빛으로 내 눈의 시신경이 손상을 입을 뻔 하였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지금 떠 있는 초승달은 과거의 초승달보다 밝기가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이유가!‘

이제야 설민은 짚이는 게 있었다.

‘달의 보이는 면에 석영과 금괴가 뿌려진 것이다. 그것도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 광범위하게,,,,’

아직 초승달이므로 분명하게 알아낼 수는 없지만, 이것은 분명 지구에 이롭지 못한 일이다.

아니 태양계 전체에도 이롭지 못한 일이다.

균형이 깨지면 새로운 질서가 잡히기 전까지 혼란은 불가피하다.

태양계 내의 환경이 바뀌면, 모든 행성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달은 지구에 가장 가까운 행성 아닌가.

달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밀접하다.

수많은 생명체가 그 영향에 맞추어 진화를 진행했고, 인류 역시도 그 생명체를 이용해 살아가고 있다.

인류가 먹는 음식물중에, 다른 생명체의 씨앗이나 몸뚱이 아닌 것이 무엇이 있나!

그 생명체의 삶의 사이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이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질서를 찾기까지, 생명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거나, 진화가 더딘 생명체는 멸종되거나, 멸종된 생명체의 틈을 다른 종이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설민은 다시 친구 현웅에게 전화를 했다.

설민의 생각을 들은 현웅은 경악을 했다.

아직 확정된 상황도 아니고,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초승달의 빛의 양이 보름달 정도의 빛의 양이라면 그 후폭풍은 짐작이 어렵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설민은 현웅의 연구실을 찾았다.

둘은 자신들의 지식을 총 동원하여 밤새워 연구에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