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알라스카의 색다른 풍물

(다음은 알라스카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 1부의 끝을 맺을까 합니다.

체나 온천, 알라스카 대송유관, 산타마을, 엘도라도금광, 개썰매경주, 타나나강의 보트투어 등은 알라스카를 대표하는 관광코스이지요.  순차적으로 안내하겠습니다.)

   A) 지구의 숨구멍 체나 온천( Chena Hot Springs )

훼어뱅스 가까이에 지구상의 최북단 노천온천 체나 핫 스프링스가 있다.

알라스카에는 현재 발견된 것만도 80개의 대형온천수가 있는데 대부분 미개발 상태이다.

소개해 드리려는 체나 온천은 몇 개의 개발된 온천중의 하나로 1분당 용출수량 1500리터 용출온도 56도의 대형 유황온천이다.

온천수의 성분은 유산염, 중산나토륨 등 대량의 염화물질이 용해된 약용수로 류마치스, 고혈압, 동맥경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국은 온천수의 법정한계온도가 섭시 25도인데, 입욕하기 좋도록 대부분 섭시 40-43도까지 덥혀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용출온도가 섭씨 56도로, 너무 뜨거워 물을 식히기 위하여 야외에 3곳의 저수지를 만들어 뜨거운 물을 그 세 곳에 시간차로 통과시켜 40도 이하로 식혀서 공급하고 있다.

지하수를 가열하여 사용하는 우리와 식혀서 사용하는 그들과 근본적인 차이가 부럽기만 하다.

잠시도 화산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지구의 북쪽 끝자락의 숨구멍에서 뜨겁게 솟아나는 체나 온천,

넓게 만들어 놓은 노천탕, 그 한가운데 몸을 담구고 쌓인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맛이었다.

눈보라치는 설국의 벌판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물속에 몸을 맞기고 지나온 일을 생각해보는 여유나, 추운 북극의 노천탕에 몸을 녹이며 오로라의 환상적인 색깔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 아니겠는가.

한 가지 꼭 알아두어야 할 미국의 목욕문화.

미국은 실내탕이나 노천탕이나 수영복을 입고 입욕하여야한다.

한국에서는 팬티 입고 입욕하면 미친 사람이지만 미국에서는 벗고 들어가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기억해 두어야할 목욕 문화이다.

체나온천 옆에는 알라스카의 유일한 얼음호텔 오로라 아이스호텔(숙박료200불)이 개장되어 여행객에게 색다른 멋을 선사해준다.

객실내의 침대에서부터 주요가구 모두가 얼음으로 만들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호텔내의 얼음박물관의 조각품들도 볼거리가 많다.

타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니 한번쯤 묵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B) 알라스카의 대동맥 송유관

1968년 북극 유전지대인 프르도 만(Prudhoe Bay)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알라스카의 주인은 황금에서 오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알라스카는 눈부신 발전을 했다.

현재 알라스카 원유 확정 매장량은 48억 배럴.

미국 전체의 학정매장량의 22%를 차지해 텍사스를 재치고 미국에서 석유가 제일 많은 주로 부상했다.

훼어뱅스 가까운 거리에 소위 알라스카 대 송유관이 지나고 있다.

북극 프르도 만에서 남쪽 알라스카만의 부동항 발데스(Valdez) 까지 장장 800마일(1280키로, 3천2백리)을 지름 1.2미터의 커다란 파이프가 하루에 150만(최대수송량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시속 9킬로미터로 흐르는 원유가 포르도만을 출발하여 발데스항에 도착하는 데는 8일이 걸린다.

산 넘고 물 건너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보다 더 먼 오일의 여행길.

알라스카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동맥이 지금 이 시간에도 쉼 없이 뛰고 있다.

알라스카의 새 주인 원유를 실어 나르기 위한 송유관공사는 1975년3월에 시작하여 1977년5월에 완공되었다.

연인원 7만여명이 2년여에 걸쳐 8십억 달러를 들여 이루어놓은 이 대 역사는 당시 미국역사상 가장 큰 민자 공사 이었다.

파이프 내부는 하수도 파이프처럼 구멍만 뚫린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마다 스쿠류가 달려 내부의 원유통과를 원활하게 하는 Pumping Station 장치가 되어있다.

파이프가 산이나 들을 지날 때는 땅속에 묻어 관을 보호했고,

강이나 협곡을 통과할 때는 다리를 만들어 관의 통과에 장애가 없도록 했을 뿐 아니라 주변의 자연경관과 동물의 통행로까지 배려한 완벽한 공사이었다.

규모나 길이도 엄청나지만 극한의 북극지대에서 동파하지 않고 견디어 내는 그들의 메커니즘이 놀랍고, 자연의 원형을 변경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자연 사랑이 돋보이는 구축물이다.

그런데 이 송유관이 내가 알라스카를 떠나온 다음날 파열되어 원유수송이 중단되었다는 신문 보도가 실렸었다.

그로인해 세계의 원유 값 인상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사람팔자도 모르는 것이지만 송유관의 운명도 하루 앞을 보지 못했구나하고 생각하니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C) 동화가 떠나버린 동화속의 산타마을

동화속의 세상, 산타 할아버지가 산다는 북극 노스 폴(North pole)로 향했다.

지구촌 어디에서라도 [산타 할아버지 앞] 하고 편지를 띄우면 배달되는 곳,

동화속의 나라를 찾아 숲속 길을 헤치며 들어갔다.

전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길옆에 지붕이 뾰족한 북유럽풍의 하얀 집이 있고 뿔이 유달리 큰 루돌프 사슴 몇 마리와 산타가 타는 썰매가 보인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동화속의 크리스마스카드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통나무로 무겁게 만들어진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흰 수염과 빨간 옷의 산타 할아버지가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나도 사진을 찍으려고 서니 옆에 놓인 통에 돈을 넣고 오란다.

조금 후에 알았지만 통속에 들어가는 돈의 액수에 따라 사진 찍는 위치와 연출방법이 달랐다.

요즈음 산타는 돈을 몹시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며 씁쓸한 웃음을 깨물고 촬영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어린 소녀가 인형을 들고 산타에게 와서 선물로 갖고 싶다고 한다.

산타는 사진을 찍다가 말고 소녀의 손에서 인형을 뺏더니 안내원과 소녀의 부모가 계산을 다 끝내고 나서야 인형을 소녀에게 돌려준다.

인형을 산타에게 빼앗겼던 어린소녀의 얼굴은 울음직전으로 까지 일그러져 있었다.

산타크로스 앞에서 어린 소녀의 꿈이 한 순간에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모처럼 빠져 들어갔던 동화속의 세상에서 산타의 타산적인 행동에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고 산타 앞을 떠나오고 말았다. 

소녀의 꿈과 산타의 타산적 행동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옳은가를 한참 생각해 보았다. 

   D) 관광객의 호주머니에서 금을 캐는 금광

훼어뱅스에서 멀지않은 곳에 알라스카에서 제일 유명했던 엘도라도 금광 (El Dorado Gold Mine)이 있다.

1902년 개광 때는 부와 꿈의 대명사로 알라스카 골드러시를 이끌었던 주인공인데, 지금은 세월이 무심한 것인지 석유에 자리를 내주고 관광객들의 포켓머니(주머닛돈)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는 금을 찾아 알라스카로 모여든 사람들의 꿈의 보금자리 이었다는 엘도라도 금광,

지금은 세월마저 비켜 가는 것일까. 잡초만 무성하다.

1인당 30불의 입장료를 내고 금광 안으로 가는 미니 기차를 타고 가니 광부들이 굴속에서 금을 캐는 현장을 보여준다.

캐낸 흙더미를 쟁반에 담아 흐르는 개울에 흔들면서 금을 선광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채광현장과 선광장의 선광시범도 보여준다.

금가루가 섞인 흙주머니 하나씩을 받아들고 각자 수세식 선광장에서 그들의 시범에 따라 금을 일구면 접시바닥에 노란 금가루가 남는다.

그릇 바닥에 남은 손톱만큼의 금가루를 모아 각자에게 목걸이를 만들어주는데 그 수수료가 50불이다.

자기가 캐낸 금이라는 희소가치와 금에 대한 인간의 소유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절묘한 상술이다.

한때는 알라스카 제일의 금광 엘도라도가 지금은 관광객들의 주머니에서 금을 캐는 것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인간이 금을 찾아 모여든 곳은 켈리포니아가 대표적이지만 알라스카도 19세기 말에 골드러시 선풍이 불어 미 전국에서 사람들이 금과 꿈을 찾아 모여들었다.

알라스카의 골드러시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주정부와 관계 업자가 연대하여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며 정책적으로 선풍을 일으켰는데,

기후의 악조건 때문에 캘리포니아처럼 큰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금이 미국인들에게 알라스카를 알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건 분명하다.

불모의 땅 알라스카를 동경과 관심의 땅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19세기말의 금, 20세기의 2차 세계대전, 1960년대의 석유, 이 세 가지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의 세계를 열어준 금과 석유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하여 알라스카를 다시 동경의 땅으로 탈바꿈시킬지는 모르지만

한때는 사람들의 꿈의 대상이었던 엘도라도금광의 정문에 우거진 잡초 앞에 서서,

자연의 섭리 앞에는 생로병사 등 모든 것이 한낱 티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며 쓸쓸한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