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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제 8 회>
2008-12-18 오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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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로 넘어가자 학과 별로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해 동아리 모집활동 등 신입생을 위한 행사로 인해 분주했던 캠퍼스 분위기는 거의 가라앉았다. 대신 따뜻한 봄 햇살로 학생들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웠고 춘곤증으로 인한 나른한 기운들이 자리 잡았다.
현욱은 혜린과 동일한 교양수업을 듣기 위해 일찌감치 해당 강의실에 도착해 맨 뒷자리를 섭렵했다. 예전에는 영섭이 교수의 눈을 피해 수업 도중에 빠져나가기 위해, 혹은 교수의 눈을 피해 잠이라도 잘 목적으로 되도록 뒷자리를 선호했다.
물론 이젠 현욱이 오히려 뒷자리, 특히 맨 뒷자리를 더 선호했다. 최소한 혜란의 뒷모습만큼은 마음 놓고 볼 수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마저 혜린과 친해지지 못한 이상 그것만이 혜린을 향한 마음을 달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신입생 환영회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란도 동일한 교양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번호 교환은 물론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하거나 담소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지만 한편으론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혜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미란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전처럼 마음 놓고 혜린을 바라보는 것에도 조심스러웠고 괜히 미란의 사소한 행동까지 신경 써야했다.
먼저 미란에게 슬쩍 눈을 돌렸더니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혜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얀 블라우스 아래로 여전히 생기 있게 흘러내리는 까만 머릿결, 게다가 강의실 창문으로 들어와 그녀를 비추는 따뜻한 봄 햇살은 더욱 더 그녀의 고혹적 자태를 살렸다.
그때 저편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더니 미란이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미란이 씨익 웃자 현욱은 쑥스러운 마냥 얼른 고개를 돌렸다. 미란의 웃음을 보아하니 분명 혜린에게 푹 빠져버린 모습을 본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설사 그 모습을 봤다면 강하게 부정하려는 심정으로 미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왜 웃어?? -_-;;」
「그냥요...」
그냥? 정말 문자 그대로 그냥이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다시 조심스레 미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봤니?? -_-;;」
제발 뭘 봤냐는 반문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하길 마음속으로나마 간절히 기도했다. 금세 짧은 진동과 함께 미란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본의 아니게...^_^;;」
본의 아니게? 확실히 본 모양이었다. 미란한테 혜린에 대한 마음을 들킨 것도 모자라 수업 중에 혜린한테 한 눈이나 파는 그런 모습마저 보이다니… 선배로서, 그리고 한 남자로서 너무나 초라함마저 느꼈다.
그 순간 또 혜린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렇게 바라만 보지 말고 용기내서 고백 해봐요! 파이팅~^0^」
용기내서 고백하라고? 비록 한 학년 아래지만, 그래도 후배한테 이렇게 아주 상식적이고 진부한 조언까지 듣는 자신이 더할 나위 없이 한심스러웠다. 하긴 지금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비록 아주 상식적이고 진부할지라도 용기라는 것은 누구보다 현욱 자신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한지만 용기내서 혜린에게 고백한다한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다는 확신은 전혀 없었다. 물론 한 번의 고백으로 사랑으로 이어지는 아주 기적적인 일도 있지만, 기적이란 도박에 그녀를 향한 진심을 차마 걸 수는 없었다. 능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수련한 외모의 소유자는 더욱 더 아닌데, 그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인 모습으로 혜린에게 다가가기에는 너무나 초라했다.
더구나 용기란 단순한 기운만 가지고는 혜린은 너무나 멀고도 높은 존재였다. 게다가 혜린은 자신 말고도 다른 남자들의 흠모의 대상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용기와 더불어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비범한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그렇게 덧없는 상념으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미란의 문자메시지일까? 이번엔 또 어떤 내용으로 한심스럽게 만들까? 살짝 심난한 표정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휴대전화 화면에는 미란의 이름대신 11자리 숫자가 나타났다. 현욱에겐 너무나 익숙했던, 나은경이었다. 현욱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마침 옆자리에 있던 영섭이 현욱의 표정을 보고는 느닷없이 휴대전화로 고개를 들이댔다.
“아까 전부터 누구랑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는 거야?”
현욱은 재빨리 휴대전화를 책상 아래로 슬쩍 감췄다.
“그냥 친구…”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자 영섭도 금방 심드렁했다.
“짜식, 싱겁긴…”
현욱은 책상 아래로 살며시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우리 서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자! 연락해줘~ 꼭! ^_~♥」
기회? 현욱은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바로 문자메시지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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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선공팔 |
｜ 2008-12-19 오전 12:46:42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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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혜린과 미란과 은경과 영섭과 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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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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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당근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