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子의 約束

내가 부를 때 달려오는 사람 있어

벗이 부를 때 달려가는 내가 있어

고난의 시간 속에 부대낄 때도

환멸의 먼지 속에 버거워 할 때도

한 번의 눈물보다

한바탕의 웃음이 위로가 됨을

지나간 아픔조차 추억 한 장으로 남아 있음이

가슴 저 밑바닥부터 사랑으로 차오름이지

인연이 쉬 끝날 수 없음은

진실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서글퍼 떠난 길마저도

깨달음의 향을 머금고 돌아올 것을 알기에

남자다움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기꺼이 살아만 있자고

기꺼이 기억 한 조각만 품고 있자고

내가 그리움에 달려갈 때까지

벗이 환히 웃으며 달려올 그 순간까지

같은 하늘 아래

우리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초라해질 수 없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