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풍운(棋林風雲)> 제29회 LG배 세계기왕전 3번기 결승전 - 변상일 대 커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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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국 커제의 기권(포기)은 당시 바둑의 진행 상황과, 2점 벌칙의 부과, 커제의 반발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정해진 수순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 바둑사의 아름다운 지면을 훌쩍 벗어나 저 쪽 어둡고, 외진 곳에 시커멓게 기록될 것이다.
나는 이 바둑의 승부와 그 결과에 대해서 당사자인 변상일과 커제가 가장 정확하게 잘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카타고, 절예는 제 3국의 내용, 즉 커제의 흑 159수 시점에서 승부의 결과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그 내용을 정확한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커제의 흑 159가 두어지자 카타고는 ‘백 변상일, 승률 98.7%, 집 차이 23.7 집’이라는 바둑이 바로 끌날 것 같은 수치를 제시한다.
이러한 수치는 승부가 고비에 이른 것과, 다음 한 수가 결정적인 착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당대 최고 수준의 기사인 두 사람 사이에서 이 바둑이 역전 될 가능성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이제, 변상일이 둘, 백 160, 이 한 수가 이 바둑의 승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고, ‘제29회 LG배 세계기왕전’의 향방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변상일의 ‘백 160’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커제가 규정 위반으로 인해 ‘2집의 벌칙’을 받는 과정에서 바둑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커제가 심판의 벌점 통보를 수용하고, 계속해서 바둑을 두었다면 우리는 그 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이 상황에서 커제에게 부과된 벌점 2점은 큰 의미가 없었다.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커제가 자신의 생각대로 우상변에서 하변으로 흘러나온 백 대마를 다 잡고, 하변 세력까지 집으로 다 확보하게 되면 무조건 커제의 흑승으로 결정이 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이제는 결과론적인 사설이 되고 말았지만, 그런 한 가닥의 가능성을 포기해버린 것은 바로 커제 자신이었다.
변상일의 백 160을 영원히 막아버린 당사자가 바로 커제였던 것이다.
바로 커제 자신이 ‘최후의 기회’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이후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 커제의 선택과 언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흑 159 시점에서, 백의 승률 98.7%, 집 차이 23.7 집’이라는 절망적인 수치였다.
나는 재차 당시 ‘변상일과 커제가 이 승부의 결과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단정한다.
커제는 이 차이를 본능적으로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변상일과 커제 사이엔 이미 ‘제29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우승자로 변상일이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만행(蠻行), 난행(亂行)이라 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추잡하게 쏟아져나온 망언(妄言), 망동(妄動)들은 모두 다 그 결과를 뒤집거나, 훼손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커제가 변상일의 백 160을 보고난 후, 한 판의 처절한 승부를 펼치고자 했다면, 변상일에게 유리한 시점에서 왜 판을 끊느냐고 준엄하게 항의를 한 후, 심판이 내린 판정을 수용하고, 당당하게 승부를 결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커제는 포기를 선택했다.
커제가 ‘상식을 벗어난 언행’을 쏟아낸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려서 기권패(몰수패)를 당한 것은,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소동’을 예상하고 벌린 커제의 의도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반발, 역행으로 커제가 무엇을 얻을수 있을지 아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커제의 ‘뒤끝이 있는 행동’이 이른바 군중심리를 이용해서 편향된 애국심을 고무시키고, 자기 위로와 ‘정신승리’ 등등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정당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그 누군가가 창안했다는 ‘정신승리’는 경이롭다.
무섭다. 그리고 희한하다.
정상적인 사람은 상상은 물론, 흉내조차도 낼 수가 없는 기이한 영역에 속한다.
오늘 그 누군가가 창안해서 무한정으로 누리고, 즐기고 있는 이 ‘정신승리’는 언젠가 심리학계에서 심리학의 전문적인 용어 중 ‘방어기제’의 하나로 버젓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커제가 ‘정신승리’ 쪽으로 나가기로 방향을 결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커제가 당시 주변을 놀라게 할 정도로 큰 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름대로 몇 가지 필연적인 배경이 있어서였다.
어쨌든, 지금 커제는 한창 ‘정신승리’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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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으면 모든 게 명료해진다.
즉 당시 ‘커제의 승리 승률이 98.7%였고, 집 차이가 23.7 집’으로 뒤집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우세했으면‘ 이 모든 이야기가 거꾸로 전개됐을 것이다.
커제의 모든 언행은 국가를 초월, 세계인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을 것이다.
커제가 웃으면서 벌점을 받고, 20여 집 이상의 차이로 이겨버리는 통쾌, 명쾌, 상쾌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커제는 재대결을 말한 적이 없지만, 나중에 중국기원은 재대결을 원했다.
하하!
하지만 한국기원이 그러한 제의를 수용하지 않자, 중국기원은 ‘승부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응수했다.
그러면, 삿대질을 하고, 큰소리를 치면서 대국을 중단한 커제는, 짐을 싸들고 나가기 전 무려 2 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종 결론은 목격한 그대로 짐을 챙겨서 홀연히 떠나버리는 것이었는데,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커제가 떠나버린 건 말릴 수가 없는 일이었고, 그 뒤로 중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해서, 인터넷 방송을 즐기는 중이라니 할 말은 없지만, 커제가 기권에 이르는 과정은 얼마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커제는 영활(靈滑)한 사람이라, 계산에 밝고, 임기응변이 능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한 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찾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결과 짐을 챙겨 중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커제는 자신의 언행에 대한 손익을 충분히, 정확하게, 가장 이익이 되는 쪽으로 계산을 했을 것이다.
커제의 계산이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내 계산이 틀릴 수도 있다.
변함이 없는 진실은, 커제가 규정을 잘 숙지하고, 정확하게 지켰으면, 이 사단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사실요, 진실이라고 판단한다.
마침, 커제의 이런저런 계산력을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 있어서 소개한다.
2020년 삼성배 결승전 제1국에서였다.
신진서와 커제의 대국이었다.
당시 신진서는 오늘의 커제 못지 않게 큰 아픔을 당했다.
이미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 때 써 놓은 글이 있었다.
공개하면 커제의 인격에 누가 될 수도 있는, 그래서 저 쪽으로 던져두었던 글인데, 이 기회에 공개하고자 한다.
- 기림청담(棋林淸談)2> 커제가 놓친 기회, 2020.11.2 - 삼성배
세상에 수많은 눈이 있고, 특히 그 중에서도 비평가들의 눈이 매서운데, 그들의 눈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들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시비, 선악을 가리고, 정의와 양심을 지키기 위해 비평가로서의 사명을 다 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적이 비록 한국이라고 해도 중국을 무조건 비판, 폄하하거나, 또 한국을 비호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옳고, 바른 길을 보고, 오직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당시 상황은 커제가 가진 계산력의 한계와 수위를 드러낸다.
영원히 공개하지 않을 글이었는데 이 기회에 한 번 감상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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