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풍운(棋林風雲)18>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 아! 양딩신 <4강전 신진서 대 김명훈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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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초 중국 기림의 가장 큰 화제는 리쉬안하오의 중국 랭킹 1위 등정(登頂)이다.
3월 2일 중국기원은 자국 랭킹을 발표한다.
리쉬엔하오 2714.2푼(分), 커제 2709.6푼(分).
이날 커제는 2018년 11월 이후 장장 86개월에 걸친 중국기원 패자(霸榜-패권)의 자리를 내려놓는다.
이 상황에 대해 중국의 매체들은 두 가지 관점을 드러낸다.
하나는 리쉬안하오에 대한 인정, 확신을 바탕으로 자랑과 칭찬, 격려와 성원을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커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날선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리쉬안하오는 1995년 생으로 커제보다 2살이 많다. 27세다.
어찌 됐든 나이와 관련된 기림의 일반적인 흐름에 반하는 리쉬안하오의 약진은 참으로 놀랍다.
리쉬안하오는 2022년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신비한 기력을 선보이면서, 빛나는 기록으로 중국 기림 1위에 오른 것이다.
- 리쉬안하오는 최근 몇 년 동안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년 전만 해도 프로 7단에 불과해 세계 챔피언은커녕 국내 바둑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21년 그는 충칭이 리그 1 플레이오프 우승 지역으로 승격하는 것을 도왔다. 지난해 4월 아시아경기대회 선발전에서 유일하게 9단도 아니고 타이틀도 없는 기사였지만 2단계 진출로 아시안게임 중국바둑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4월 말 란코배에서는 결승전에서 판팅위 9단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 달 뒤 왕중왕 바둑에서 판팅위(廷钰夺)를 꺾고 우승했다. 2022년 9월 이헌호의 국내 순위는 연초 1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말 춘란배 준결승에서 신진서 9단을 꺾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결승에 올랐다.
- 2023-03-04 11:14中國青年網官方帳號 - 羊城晚報記者 趙亮晨
리쉬안하오의 2021-22년의 진격이 기림의 상식을 초월하는 경이로운 일로 평가를 받는 것까진 괜찮다고 치더라도, 그로 인한 반작용일 수도 있는 ‘치팅 의혹’을 제기하게 만든 것은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거북하기 짝이 없다.
리쉬안하오의 치팅 의혹은 커제가 촉발, 양딩신에 이르러 화산처럼 폭발한다.
거대한 화염과 광대한 연기가 솟구쳐 하늘을 뒤덮고 분출된 용암이 광야를 불태운다.
하지만 그 진위가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화제를 양산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치팅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근본 문제이고, 그 ‘진위를 밝히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인데, 그것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입증하기 보다는 대충 얼버무려 둔 채, 그의 폭발을 비호하는 쪽과 의심하는 쪽으로 나뉘어 대립, 갈등을 심화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많은 중국인들이 리쉬안하오(李豪近年来)를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 이면엔 리쉬안하오가 말 그대로 ‘헌공지능(轩工智能)’으로 중국 기림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면서 세계 기림 일인자인 한국의 ‘신공지능(申工智能)’ 신진서를 제압하길 열망하는 ‘기대와 소망’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2월 21일 춘란배 4강전에서 리쉬안하오가 신진서를 제압하면서 중국인의 환호와 기대가 절정에 이른다.
그 바둑에서 리쉬안하오는 ‘헌공지능(轩工智能)’을 제대로 발휘해서 ‘신공지능(申工智能)’을 압도해버렸다.
승부가 결정되는 과정이 참으로 처절했다.
신진서의 집요함과 강퍅함, 악착같음이 리쉬안하오가 구사하는 헌공지능 앞에서 마치 햇빛 앞의 안개처럼 스러져버렸다.
기이한 승부였다.
불리해진 신진서가 판을 뒤집기 위해 기도한 모든 수법이 좌절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애기가들이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바둑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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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쉬안하오가 주도한 이 드라마는 중국인에게 희망과 용기, 기대와 소망을 주었지만, 대국 다음 날 양딩신이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돌발상황이 벌어진다.
양딩신은 전전날, 2022년 12월 19일 춘란배 8강전에서 리쉬안하오에게 패했다.
양딩신은 그 대국의 승패에 진심으로 승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리쉬안하오가 치팅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그 의혹이 냉정한 분노로, 나아가 확인의 뜨거운 욕구로 훨훨 불타올랐던 것이다.
양딩신은 은인자중(隱忍自重), 리쉬안하오와 신진서의 바둑을 세밀히 관전한 후, 자정이 지나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한다.
비장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지와 결단이 양딩신을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용기가 필요했다.
세계 모든 기림이 한국 기림과 같진 않다.
세계 기림에는 소속 기사가 ‘자신의 의사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한국 기림처럼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 곳도 있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과 같은 제약과 한계가, 그리고 엄격한 통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속박과 구속, 억압과 제한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재한다.
그날 밤, 양딩신은 한계를 뛰어넘어 전인미답의 길로 걸음을 내딛었다.
양딩신은 언젠가 소개했지만 ‘태생적으로 조용한 사람 - 我生来比較安靜的人’이다.
나는 이런 양딩신이 그날 내린 결단과 행동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
그리고 나는 양딩신이 옳고 바른 일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구체적으로 행동을 하는 불요불굴의 기사라고 판단한다.
그의 모습은 마치 수호지에서 무송의 원앙루 폭발, 임충의 야초장 폭발을 보는 것 같았다.
‘양딩신의 돌연 폭발’은 ‘세계 기림’의 주목을 받고, 나아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양딩신의 문제 제기는 2022년 5월 커제가 SNS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강아지가 꼬리를 내리듯 자신의 글을 삭제해버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강력하다!
뜨겁다!
그리고 통쾌하다!
양딩신의 문제 제기가 별 것이 아닌 것 같이 보여도 ‘중국 기림’에서 양딩신처럼 행동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거는 과감한 행위로, 강력한 용기와 생사를 초월하는 결단을 필요로 한다.
소인배들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대장부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행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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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패배한 신진서는 말이 없었다.
한국팬들은 신진서의 결승 진출을 고대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신진서가 적절히 응대하지 못해서 졌을 것이라는 아쉬움만 가득했다.
이 시점에서 리쉬안하오의 치팅에 대한 이야기는 클로즈업되지 않았다.
다만 소수가 리쉬안하오의 치팅을 의심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늦은 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에 의해서였다.
중국에서, 중국기사 양딩신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022년 12월 24일 ‘혁객위기-弈客圍棋’의 ‘펑첸, 리쉬안하오 작폐론에 대해 분노하며 배척하다 - 彭荃怒斥李軒豪作弊論’라는 기사를 참고한다.
기사에서 22일 새벽 양딩신이 올린 글을 소개한다.
"원래 내일 보내고 싶었는데, 지금 보내고 자고자 한다. 헌호, 너랑 20번 바둑을 두고 싶어. 화장실엔 갈 수 없이. 그리고 시간 제한 없이, 하루에 한 판 씩. 경기장에 모든 신호를 가리고. 기보를 완성, 공포하면 모두가 판단할 거야. 만약 모두가 내가 너한테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이 인스타그램을 끝으로 은퇴할 거야. 네가 감히 응전할 수 있겠어? 편안히 자거라. 개인 메시지 하지 말고, 친구(기사. 펜) 서클에서 답장하라고.”
- “本來想明天發, 現在發了睡覺吧,軒豪,我想跟你下20番棋,不能去廁所,不限時,一天一盤,賽場遮罩所有信號,下完棋譜公佈出來由大家評判,如果都覺得我冤枉你了我下完Ig就退役,你敢應戰嗎。晚安 不要私信我,在這條朋友圈回復.”
양딩신의 도발은 강력했다.
기사가 전한다.
- 이 친구 서클은 전체 기사 서클과 팬 서클을 폭발시켰는데, 그 뜻은 매우 명확하다. 나는 네가 정말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한다! 이에 중국 기사 커제(段连) 9단, 롄샤오(連九) 9단, 천야오예(陳烨豪) 9단 등이 양딩신(鼎丁新)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지만 리셴하오(李轩本人) 자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這條朋友圈引爆了整個棋手圈和棋迷圈,其意很明確:我質疑你是否真有這樣的實力,我懷疑你作弊! 對此,中國棋手柯潔九段、連笑九段、陳耀燁九段等為楊鼎新的帖子“點讚”,而李軒豪本人沒有做出任何回應。
기사는 다음날 양딩신이 압력(?)으로 이 글을 삭제했다고 밝힌다.
- 雖然第二天迫於壓力,楊鼎新刪除了相關的三條朋友圈
압력의 실체는 알 수가 없다.
아마 전술한 거미줄과 같은 ‘제약과 통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일은 삭제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양딩신에 대한 압력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이 기사의 핵심인 ‘펑첸의 반론’은 나름 논리가 있지만, 문제도 있다.
- 펑첸(彭荃七段)은 "말도 함부로 하지 말고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어라, 중국 바둑에 폐를 끼치지 말라"며 격노했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기술을 되돌아보는 것이 매일 이런 가십거리를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
- 話不能亂說,沒證據就閉嘴,別給中國圍棋添堵。 自己多努努力,多反思一下自己的技術,比每天扯這些八卦有用多了。
- 펑첸은 "증거가 확실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직에 보고하고, 증거가 있으면 보여주고,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고, 중국 바둑에 폐를 끼치지 말라"고 했다.
- “彭荃坦言有些事情可以吃瓜,有些事情是不能隨便說的,如果證據確鑿,覺得有問題,可以向組織反映,有證據就展示,沒證據就閉嘴,別給中國圍棋添堵。
펑첸의 말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어라 - 沒證據就閉嘴
강력하다.
이 보다 쉽고, 단순하며 명쾌한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치팅의 증거를 내놓으라는 펑첸의 말을 반박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치팅 가능성에 대한 의심만으로 리쉬안하오를 공격해서는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펑첸의 요구에 부응하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이런 논란이 일어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양딩신에겐 자신의 심증을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펑첸의 말을 기반으로 하는 ‘압력의 기류’가 강화되었고, 그에 따라 분위기가 양딩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리쉬안하오가 옳았고, 맞았다.’, ‘양딩신 너는 틀렸고, 잘못됐다.’는 중국 기림의 흐름은 장강의 거센 물결과도 같았다.
사정없이 휘몰아쳐 양딩신을 후려치는데 양딩신이라는 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공세가 아닐 수 없었다.
양딩신은 궁지로 몰렸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기림의 냉혹한 핍박은 양딩신에게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양딩신은 이 모든 분란의 책임을 지고, 기사로서의 명운을 걸어야 할 최악의 궁지로 몰렸으니 말이다.
전체에 대한 개인의 힘, 저항이란 실로 미약하기 짝이 없는 법이다.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양딩신에게는 이 상황을 극복할 대처방안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내 양딩신에게 제재가 가해진다.
2023년 1월 4일 양성만보(羊城晚報) 조량신(趙亮晨)의 ‘양딩신 동료 작폐 질의사건, 인공시대 바둑의 굴절 - “楊鼎新質疑隊友作弊”事件,折射人工智慧時代圍棋之惑’이라는 기사를 참고한다.
- 이어 중국바둑협회는 체육총국과 바둑국가대표팀의 관련 관리규정에 따라 양딩신에 대해 반년간 출전을 금지하고, LG배 월드 시리즈 본선 출전 자격만 유지했다. 양딩신은 서면 검토를 하고 리쉬안하오에게 사과했다.
- 隨後,中國圍棋協會根據體育總局和圍棋國家隊的相關管理條例,對楊鼎新禁賽半年,只保留了他參加LG杯世界賽決賽的資格。 楊鼎新做了書面檢討,並向李軒豪道歉。
반 년 출전금지와 사과!
양딩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조량신의 기사가 제기하는 ‘양딩신의 행위에 대한 비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프로기사는 질의할 권리가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강력한 고발입니다, 누가 주장을 하고, 누가 증거를 제시하는지, 양딩신은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양딩신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이헌호에게 바둑 20판을 두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상대방이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20판을 두면 효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 다른 의심자가 나올 수 있다. 40판, 60판,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양딩신의 20세트 단수 선택은 증거 수단이 아니라 의혹의 일부에 가깝다.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세계 챔피언급 기사라는 단순하고 거친 질의 방식은 의혹 당사자에 대한 언어폭력이자, 최악의 시범이다.
이 기사에서도 양딩신에게 ‘결정적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데 양딩신은 자신의 주장에 합당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 기사의 논리 그대로 양딩신은 리쉬안하오에게 언어폭력을 구사한 파렴치한으로 중국위기협회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양딩신은 초일류 승부사로서 자신의 ‘승부 감각’에 바탕에 두고 ‘리쉬안하오의 치팅 의혹’을 제기했지만 합당한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중국위기협회의 처벌에 따라 양딩신은 2023년 1월 30일 LG배 결승 1차전, 2월 1일 LG배 결승 2차전에 참전, 딩하오에게 패퇴, 준우승에 머문다.
‘치팅의 파란(波瀾)’ 속에서 친구도 없이, 일엽편주로 외로이 떠돌다가,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돌풍에 방향을 잃고, 좌초된 듯 보인다.
중국 기림(棋林), 온유한 영웅의 고독한 파탄이 비장(悲壯)하다.
예고> 기림풍운(棋林風雲)19> 제27회 삼성화재배 - 난도참장(亂刀斬將)
- 아! 리쉬안하오 <4강전 신진서 대 김명훈 – 6>